[대사에게 듣다]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 “내게 독서는 신체적 욕구와 같아... 매일 책 읽는다”
[대사에게 듣다]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 “내게 독서는 신체적 욕구와 같아... 매일 책 읽는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1.07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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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는 국가수반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바탕으로 파견된 수교국가에서 외교교섭은 물론 양국 간 문화 교류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합니다. 주재국에서 대사는 곧 국가와 같은 상징성을 지니기 때문에 대사의 말은 해당 나라에 대한 가장 믿을만한 정보로 평가받습니다. <독서신문>은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의 일환으로 한국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를 통해 각 국가의 문화·예술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사진=오재우 기자]
[사진=오재우 기자]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에펠탑으로 상징되는 파리를 수도로 삼은 나라 프랑스공화국. 유럽 대륙 서부의 대서양과 인접한 프랑스의 국토면적은 63만2,733㎢로 한반도의 2.5배, 유럽연합(EU)의 1/5에 달한다.

현재 프랑스는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러시아·미국·영국·중국)이자, 유럽연합(EU) 창설 국가 중 하나로, 군사·과학·민주주의·문화 강국으로 손꼽힌다. 주사기, 자전거, 네온사인, 열기구, 증기 자동차, 질량 보존의 법칙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미터법’을 탄생시킨 과학 강국이자, (프랑스 혁명을 통해) 국민에게 권력을 내준 민주주의 강국으로, “국가 권력을 제한하면서 그 안에서 개인을 권익 보호를 우선하는 프랑스식 민주주의 ”를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소설 『삼총사』 『몬테크리스토백작』을 쓴 알렉상드르 뒤마(1802~1870), 『노트르담드 파리』 『레 미제라블』을 쓴 빅토르 위고(1802~1885), 『이방인』을 쓴 노벨문학상 수상자 알베르 카뮈(1913~1960) 등의 문학가를 배출한 문화 강국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인은 총 열다섯명으로 이는 전 세계 최다 기록이다.

문화 강국 프랑스의 독서율은 23%(2015년 OECD 자료)로 8.4%인 우리나라를 크게 웃돈다. 그만큼 문화 다양성에 대한 수요가 높아, 한 영화의 점유율이 30%를 넘지 못하기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관객의 작품 선택권을 제한하는 ‘스크린 독과점’ 같은 풍경을 찾아보기 힘들다. 또 19세기 후반 일찍이 출산율 저하를 경험했지만,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구축해 나가면서” 어느덧 유럽연합 내 가장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프랑스.

주한 프랑스 대사관저. [사진=오재우]
주한 프랑스 대사관저. [사진=오재우]

그런 프랑스를 대표해 지난 9월 한국에 부임한 필립 르포르 대사를 만나기 위해 서대문구에 위치한 프랑스 대사관을 찾았다. 좀 더 일찍 찾았다면 아름다운 단풍이 장관이었을 정원을 가로질러, 건축가 김중업(1922~1988년) 선생이 설계한 한국적인 미(美)가 돋보이는 관저에서 필립 르포르 대사를 만났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형상으로 천장이 꾸며진 응접실을 직접 소개하며 한국문화를 예찬하는 그에게 프랑스의 이모저모를 물었다.

Q. <책 읽는 대한민국:대사에게 듣다> 명사로 선정됐다. 소감과 함께 <독서신문> 독자에게 인사말 부탁 드린다.

A. <독서신문>의 인터뷰 요청을 받아 매우 기쁘다. 특별히 ‘책 읽는 나라’ 한국의 독자를 만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한국은 독서 문화를 중시하는 책의 나라 중 하나다. 독서는 지금껏 내 인생에서 중요한 자리, 때로는 지배적인 자리를 항상 차지해 왔다. 내게 독서는 신체적 욕구와도 같은데, 돌아보면 글을 깨우치게 된 이후로 독서를 거른 날이 없는 것 같다. 예외가 있다면, 사이클 경주에 참가했을 때인데, 3일 동안 계속 달리는 경기에 참여하다 보면 책을 읽을 수 없는 때가 있었다. 유일하게 그때를 제외하고는 매일 책을 읽는다.

평소 한국을 굉장히 훌륭한 나라로 생각했기 때문에 한국에 부임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가족과 함께 한국에서의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Q. 한국 부임이 확정되기도 전인 1년 전부터 한국어를 독학한 것으로 안다. 한국어를 배우는데 열정을 보이는 대사가 많지 않은데, 한국을 향한 애정으로 받아들여도 되나? 그 이유가 궁금하다.

A. 아직 갈 길이 멀다. “아주 어려워요” (한국어로). 언어는 생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언어는 인간의 사고를 담는 자연스러운 틀이기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한국의 혼에 다가가는 접근법과도 같다. 한국어를 배움으로써 한국 그리고 한국인을 깊이 이해하고 싶다.

Q. 양국 간 문화협력 강화가 중요한 목표라고 밝혔다. 어떤 계획이 있는지?

A. 우선 프랑스 작가를 홍보하고 그 작품을 보급하는 활동을 계속하려 한다. 현재 프랑스 작가의 서적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출판번역지원 사업을 프랑스문화원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만 스물여섯 개의 작품을 지원했다. 이런 활동과 더불어 2020년에는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외국 국적 작가의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출간하기 위한 기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프랑스 작가들의 한국 방문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서울국제도서전을 계기로 더 많은 프랑스 작가와 출판인을 초대할 예정인데, 특히 올해에는 프랑스의 유명한 추리도서축제(Quai du polar)를 아시아 최초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개최하려고 한다. 한국인도 프랑스인 못지않게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만큼 프랑스의 유명 추리소설 작가들을 소개해, 한국 추리소설 독자들을 기쁘게 하고 싶다.

아울러 만화 분야에서도 활발한 교류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어린 시절 만화를 보면서 독서 습관을 들이게 돼 개인적으로 만화에 관심이 많다. 앞으로 한국만화영상진흥원(KOMACON)과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에도 지속적으로 참가할 계획이다.

[사진=오재우 기자]
[사진=오재우 기자]

Q. 프랑스는 스크린쿼터제, 도서정가제 등 여러 문화정책을 한국보다 먼저 시행했다. 해당 정책은 장단점이 있어 한국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프랑스 상황은 어떤가?

A. 프랑스에는 문화 산업 진흥을 위한 ‘1981년 법’이라는 게 있다. 문화 상품은 일반 상품과 차별돼야 한다는 것이 ‘1981 법’의 기본정신인데, 그에 따라 상업 활동 일부를 제한하거나 일정 틀 안에서 적절한 제재를 가하는 데 정당성이 부여됐다. 이와 관련해 많은 논의가 거듭되면서 오늘날 출판·영화 배급 등의 분야에서 소상공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최근에는 전자책도 해당 법에 포함돼 보호를 받게 됐다.

Q. 종이책과 관련한 진흥제도가 전자책에도 고스란히 적용된 것인지?

A. 프랑스에서는 종이책에 적용되는 조치들이 전자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창작물의 생산, 배포 등에 관련한 도서 업계의 룰이 디지털 세계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것으로, 프랑스어로 된 텍스트를 제공하는 각종 포털사이트가 적용 대상이다. 창작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국내 혹은 국외 전자콘텐츠 정가를 출판사가 정하게 하기 때문에, 아마존 같은 판매업자가 프랑스에 진출해 전자책을 판매할 때에도 프랑스 소매상이 정한 가격대로만 판매해야 한다. 더 낮은 금액으로는 판매할 수 없다.

Q. 베스트셀러 도서에는 사회 트렌드가 반영되기 마련인데, 현재 프랑스에서는 주목받는 책은 무엇인가? 이유는?

A. 프랑스에서 가을은 문학상 발표의 계절이다. 많은 도서들이 소개되고 수상작은 대체로 높은 판매실적을 거두는 편이다. 지난해 수상작을 몇 권 소개하자면, ▲공쿠르상(Goncourt)은 장-폴 뒤부아(Jean-Paul Dubois)의 『모든 인간은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지 않는다』(원제: Tous les hommes n’habitent pas le monde de la même façon) ▲르노도상 (Renaudot)은 실뱅 테송(Sylvain Tesson)의 『눈표범』(원제: La panthère des neiges) ▲페미나상(Femina)은 실뱅 프뤼돔(Sylvain Prudhomme)의 『길』(원제: Par les routes) ▲메디시스상(Médicis)상은 뤽 랑(Luc Lang)의 『유혹』(원제: La tentation)이 차지했다.

문학상과 별개로 화제작이 된 책도 있다. 고등학생들이 선정한 공쿠르상 및 앵테랄리에상(Interallié)을 수상한 카린 튈(Karine Tuil)의 『인간적인 것들』(원제: Les choses humaines)인데, 오늘날 프랑스 사회 모두가 해결하려고 나서는 중요한 주제인 여성에 대한 폭력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Q. 한국에서는 프랑스와 관련한 책 중 프랑스식 육아법에 관한 책이 많이 읽힌다. 프랑스 육아법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A. 어린이 교육에 관한 관심과 연구는 프랑스의 오랜 전통 중 하나다. 프랑스의 철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아동교육에 관심이 많았는데, 장-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의 『에밀』(Emile)이 그 방증이다. 비단 철학자가 아니라도 교육은 프랑스인의 주요 관심사이며, 이는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다. 최근에는 아이가 생후 1,000일이 될 때까지의 성장 과정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특별위원회가 만들어졌는데, 출산휴가 제도, 보건, 영양, 육아·보육, 보육인 양성, 아버지의 올바른 역할 교육 등에 관한 제도 마련에 힘쓸 예정이다.

[사진 오재우 기자]
[사진 오재우 기자]

Q. 육아와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은 한국과도 비슷해 보인다. 프랑스의 교육제도가 궁금하다.

A. 한국에서는 아이의 100일을 크게 축하한다고 들었다. 프랑스에서도 아기가 태어난 이후 며칠, 몇 달, 몇 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다. 프랑스에서는 일찌감치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세 살 때부터 학교(유치원)에 보낸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뭔가를 만드는 등 자유로운 활동을 통해 창의성과 사회성을 함께 높이는 교육을 진행한다. 개인적으로 타인과 교류하는 사회적 능력은 이른 시기부터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독서다. 프랑스에서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이 모두 작은 도서관을 갖췄을 정도로 독서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강남 서울프랑스학교(LSF), 하비에르 국제학교(Lycée International Xavier) 등의 프랑스 학교에서도 올바른 독서 습관을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대사관에서도 많은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Q. 지난해 한국은 역대 최저 출생률을 기록했다. 반면 프랑스는 출생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비결이 궁금하다.

A. 프랑스의 출산율 추이는 안정적인 편이다. 여성 한 명당 출산율이 1.9명(2016년)에서 1.8명(2018년)을 기록했는데, 이는 EU(유럽연합)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프랑스가 지닌 다양한 지원정책의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해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는 장기적인 가족 지원정책·출산 장려 정책 수립이다. 프랑스는 즉각적인 효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가족계획은 이후의 삶의 양상이 어느 정도 예견되는 상황에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10년, 15년, 20~30년을 내다보며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둘째는 특정 정책 하나로 극적인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출산장려 정책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효과가 발생하는 분야다. 세제 혜택이나 재정지원 정책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가족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육, 주거, 여성의 경력단절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정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아울러 이러한 정책을 마련할 때 고려할 것은 정책이 사회 변화에 발맞춰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형태의 가정 외에 한부모 가정, 동거 가정, 재혼으로 새 출발한 가족 등 새롭게 대두되는 여러 가정 형태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핵심은 정부는 개인 혹은 가정의 자율적 의사를 최대한 보장하는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는 수치적인 목표를 내세우고,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아이는 원하는 만큼 낳을 수 있어야 한다. 그건 어디까지나 여성과 가정이 선택해야 할 문제다. 다만 정부는 그 선택에 알맞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최선의 정책은 여성이 가정과 사회 활동을 양립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사관저 내 응접실 천장이 '대동여지도' 이미지로 꾸며졌다.  [사진=오재우]
대사관저 내 응접실 천장이 '대동여지도' 이미지로 꾸며졌다. [사진=오재우]

Q. 지난해 9월에 부임해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혹시 한국문화 중 프랑스인이 좋아할 만한 것을 꼽는다면?

A. 아직 프랑스에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진진한 분야를 알게 됐는데, 바로 ‘풍수지리’다. 한국인이 공간과 세상을 이해하는 개념이 풍수지리라고 생각한다.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이 공간도 건축가 김중업 선생의 작품으로 풍수지리를 참고해 건축한 것으로 알고 있다. 풍수지리는 프랑스인을 열광하게 만들 한국문화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프랑스인이 알게 되면 정말 많은 관심을 가질 분야라고 생각한다.

Q. 대사 개인적으로 추천할만한 음식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어려서부터 맛보고 먹고 자란 음식 중에 걀레트 드 사라쟁(한국에는 ‘크레프’로 잘 알려짐, 메밀로 만든 전병)이 있다. 버터, 소시지, 계란 또는 장봉(햄 종류)을 곁들여서 먹는다. 한국에 와서 우연히 똑같은 반죽을 찾았는데, 바로 메밀국수다. 똑같은 재료로 전혀 다른 음식이 만들어지는 점이 흥미로웠고, 그 발견이 매우 기쁘게 느껴졌다.

Q. 추천할만한 프랑스 여행지가 있을까?

A. 프랑스는 유럽의 중심에 위치해 굉장히 다양한 기후조건을 지닌다. 남쪽에는 투명한 지중해 바다가, 인도양과 접한 서쪽에는 파도가 높은 장엄한 바다가 자리한다. 아주 전통적인 도시가 있는가 하면, 대단히 현대적인 스타일의 도시도 있어,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다. 앞서 창작물을 보호하는 ‘1981년 법’을 언급했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는 자연을 보호하는 다양한 법규로 천혜의 자연이 잘 보전되고 있다. 실제로 샹파뉴(Champagne) 지방의 수도인 트루아(Troyes)라는 도시에 가면 중세도시를, 프로방스 지방에 가면 17세기 내지는 갈로-로만 시대의 양식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 개인적인 추천 여행지를 꼽자면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리옹을 추천하고 싶다. 리옹은 중세시대 발전상을 잘 보전한 도시로, 로마 시대의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언덕이 지금까지 존재하는 곳이다. 또 르네상스 시대에 이탈리아를 정복하기 위해 프랑스군이 출발했던 곳이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프랑수아 라블레(François Rabelais)의 도시이자 축제의 도시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축제는 12월 8일에 열리는 ‘리옹 빛 축제’로 아기 예수를 낳은 성모 마리아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의미에서 창가에 촛불을 켜 두면서 시작된 가톨릭 축제가 그 기원이다. 유럽에서 유명한 ‘빛 축제’의 효시인 셈인데, 그 시초가 된 곳이 바로 리옹이다.

사진 왼쪽부터 테오도르 젤딘의 『프랑스인들』, 르네 그루세의 『역사의 결산』, 프랑수아 라블레의 『가르강튀아』.

Q. 프랑스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거나, 감명 깊게 읽었던 책 세권 정도 소개 부탁한다.

A. 첫 번째로 추천할 책은 영국인 작가 테오도르 젤딘(Theodore Zeldin)의 『프랑스인들』(원제: Les Français)이다. 젤딘은 다섯권짜리 『프랑스 열정의 역사』(원제: Histoire des passions françaises)도 썼는데, 읽어보면 프랑스인과 한국인이 얼마나 많은 공통점을 가졌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특히 명예, 정치, 언어에 대한 열정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한국인과 프랑스인 사이의 공통점인 것도 같다.

다음으로는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르네 그루세(René Grousset)의 『역사의 결산』(원제: Bilan de l’histoire)을 추천하고 싶다. 작가는 학술원(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으로 그리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아시아 문화에 관심 있는 프랑스 지성인 사이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작가다. 그가 쓴 책 중 『유라시아 유목 제국사』(원제: L’Empire des Steppes)란 작품이 있는데, 이 책은 한국어로도 출간된 것으로 안다. 동남아시아 문명과의 상호관계에 관한 방대한 연구를 담은 책으로 문화란 무엇이냐, 문명이란 무엇이냐, 태초에 문명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발전하고 사멸됐는가에 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세 번째 책은 이전 두권의 책보다는 훨씬 오래된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진 프랑수아 라블레의 대표작 『가르강튀아』(원제: Gargantua)와 『팡타그뤼엘』(원제: Pantagruel)이다. 이 책들은 세상과 문화를 배워가는 거인의 일대기를 다룬 아주 코믹한 작품이다.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갈망을 바탕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는 프랑스 정신을 잘 보여준 책이라고 생각한다.

※ 본 기사의 영문 버전은 아래 관련기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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