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왜’ 읽어야만 하는가?
책은 ‘왜’ 읽어야만 하는가?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12.3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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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마다 발표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 2017년 우리나라 성인 열명 중 네명은 일년에 책을 한권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4년 처음 조사가 시작된 이후 역대 최저치다. 설상가상으로 ‘독서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그야말로 ‘책 읽지 않는 대한민국’인 셈이다.

독서의 가치를 설파하는 말들도 이미 모두 낡았다. 어떤 미사여구를 붙이더라도, 책을 읽지 않을 사람은 읽지 않는다. 사실 독서의 필요성과 그 효용 가치는 남이 주입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그것이 독서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다. 특히 지금처럼 즐길 거리가 무궁무진한 세상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책은 왜 읽어야 할까?’ 이 질문을 뒤집어서 ‘작가는 왜 책을 쓰는가?’에 대한 부분을 생각해보자. 책 『자기혁명』의 저자 박경철은 한 강연에서 독서의 중요성을 묻는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한 사람이 책을 써서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내놓을 때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걸 다 짜낸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는 꼭꼭 씹어서 읽어야 한다. 내가 한권의 책을 제대로 읽으면, 작가가 일생을 통해서 얻은 지식을 나는 단 한권의 책을 통해 얻어갈 수 있다. 그래서 좋은 책 100권을 읽었다는 것은 100명의 사람이 평생을 걸쳐 얻은 지적 성과물을 얻는다는 것이고, 1,000권의 책을 읽었다는 것은 1,000명의 삶과 생각을 내가 받아들였다는 것이니까,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더할 나위가 없다.”

이렇듯 작가가 어떤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책을 쓰는지 생각해보면, 독서의 중요성을 조금 더 깊이 체감할 수 있다. ‘독서의 중요성’을 인지했다면, 이제 ‘독서의 방법론’을 살펴보자.

처음보다 두어 번 우려낸 녹차의 맛이 더 은은하고 깊은 것처럼 책 또한 반복해서 읽을 때 그 가치가 더욱 올라간다. 책 『단단한 독서』의 저자 에밀 파게는 ‘거듭하여 읽기’를 강조한다. 저자는 “한권의 책을 반복해 읽는 이유는 작가를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 미세한 차이를 드러내는 문체를 즐기기 위해, 자기를 저 자신과 비교하기 위해서이다”라고 말한다. 과거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 그때의 나로 돌아가는 신기한 체험을 한다. 저자의 말처럼 “책을 다시 읽는 것은 다시 살아간다는 것”과 같다.

책 『책 먹는 법』의 저자 김이경은 ‘소리 내어 읽는 법’을 강조한다. 저자는 “입으로 읽는 낭독(朗讀)과 귀로 듣는 청독(聽讀)에는 단순히 글을 읽는 것 이상의 즐거움과 매력이 있다”며 “저자와 독자와 청자 사이에 삼각관계가 형성되면서 보통의 독서와는 다른 생동감을 느낄 수 있고, 책을 매개로 해서 읽는 이와 듣는 이 사이에, 나아가 듣는 이들 사이에 교감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이어 ‘질문하면서 읽는 법’을 강조하는데, 저자는 “자기 안에 질문이 있을 때 책을 읽으라”며 “질문에 답하는 독서는 무엇보다 책을 잘 읽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책을 읽다보면 귀찮아서 구체적인 예와 주석, 참고문헌 등을 무심코 건너뛰는 사람이 있다. 책 『꿈을 이루는 독서법』의 저자 이토 마코토는 “구체적인 예와 주석을 눈여겨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작가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예와 숫자, 이름과 장소가 그 책의 핵심이다”라며 “저자가 이 책에 꼭 넣고 싶었던 내용이 주석에 담기기도 한다. 그러므로 책을 읽을 때 본문을 읽으면서 주석도 함께 읽는다. 그래야 저자의 사고 과정과 흐름을 착실히 따라갈 수 있다. 주석은 절대로 덧거리가 아니며, 실제로 본질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유념해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팟캐스트 ‘빨간책방’ 진행자로 유명했던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그의 책 제목 그대로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읽을 것을 권한다. 그는 책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 이동진 독서법』에서 “책을 숭배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그는 “무엇을 숭배한다면, 그것을 온전히 즐기기 어렵다. ‘책이란 정말 대단해!’하면서 우러러본다면 책 읽기를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 책이란 늘 가까이 두고, 언제나 펴보고, 아끼지 않고 읽고, 그러다가 읽기 싫으면 집어 던져도 된다”고 말한다.

이어 “심지어 책은 찢어도 된다. 몇 년 전, 전경린 작가의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을 읽다가 어떤 구절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메모할 형편이 안 돼 그 페이지를 찢어서 갖고 다닌 적도 있다”는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책을 ‘깨끗이’ 읽으려고 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읽기를 권한다.

책 『독서력』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 역시 ‘사용하는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그는 “책을 사서 깨끗하게 띄엄띄엄 읽고 팔아버리는 방법은 언뜻 보면 효율적인 듯하지만 실로 낭비가 많은 독서다. 특히 자아 형성에 도움을 준 책은 밑줄을 그어놓은 상태로 간직했으면 좋겠다”며 ‘밑줄’과 ‘메모’ 그리고 ‘포스트잇’의 활용을 강조한다.

이제껏 언급한 방법들은 말 그대로 방법이지 정답이 아니다. 다양한 독서법이 있는 만큼,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골라 적용하면 된다. 끝으로 간혹 시간이 없어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책 읽는 시간은 따로 만드는 게 아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책 읽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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