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경제 전문 기자였다가 언론사 경영자로 그리고 이제는 감성적인 '디카시'(디지털 카메라와 시의 합성어)를 선보이는 최남수 전 YTN 사장의 시집이다. 직접 지은 시와 직접 찍은 사진으로 꾸며진 83편의 디카시가 책에 담겼다.
"자전거를 타다가 풍경에 늘에 들어와 사진을 시작했고, 사진을 찍다 보니 가슴에 시어(時語)가 '인화'돼 디카시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는 저자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 보자.
고향에 오면 / 도시의 시력이 흐릿해진다 / 앞으로 앞으로만 바라보던 // 수십 년을 한걸음에 내지르시며 / 어머님은 소담하게 /추억의 노를 저으시고 // 할아버지 낮잠에 / 햇볕도 꾸벅 졸던 대청마루 // 언제 큰 대자로 누워봤던지 / 바짝 마른 부산한 마음 //젖은 고향 품에 안기면 / 이번에 어김없이 무장해제다. 「고향의 시선」 <22쪽>
쌀밥, 빛이 나게 익어가도록 / 마지막까지 뜨거움 삼키며 제빛 내어준다 / 물기 끝내 제 몫 되지 않아도 / 입 쩍쩍 갈라지며 바싹바싹 거북 등 되어간다 / 솥뚜껑 열리면 몰려나오는 / 하얀 김 위로만 손길 몰려들 떄 / 끝까지 바닥 지켜 마지막 수저 기다린다 / /삶은 뜨겁게 물기 빠지면서 / 바닥 견디는 법 배우면서 / 깐밥이 되어가는 일 아니던가 「깐밥」 <44쪽> *깐밥: '누룽지'의 전라도 사투리
뻥 뚫린 내 마음 / 당신이 날 잡아주는 / 손잡이가 되었습니다 / 그 당겨주는 손에 / 제 마음 열리고 그 틈으로 / 당신이 파종됐습니다 / 우린 서로에게 씨앗입니다 / 바라보는 눈빛을 꽃으로 피운 「당신」 <48쪽>
겨울 산은 / 한 눈 팔 게 없어서 좋다 / 개울물 소리 묻히고 / 단풍도 수목장으로 잠들고 / 가슴팍 품은 바람만으로 / 사념의 돛을 올려 본다 / 입 꽉 다문 겨울 산에서 서성이다 / 꼭 그만큼 키가 자라 / 마음 꼭 다물고 내려왔다 「겨울 산」 <111쪽>
『더 맑아져 꽃이 되겠지』
최남수 지음 | 최남수 사진 | 새빛 펴냄│172쪽│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