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사랑하는 이를 다시 만질 수 없다면…" 『촉각, 그 소외된 감각의 반격』
[포토인북] "사랑하는 이를 다시 만질 수 없다면…" 『촉각, 그 소외된 감각의 반격』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2.22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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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차갑다, 시원하다, 끈적끈적하다. 훈훈하다. 말랑말랑하다. 가슴을 적시다'… 찾아보면 일상 언어 속에서 수많은 촉각의 언어가 숨어있다. 오감 중 가장 먼저 발달하는 촉각. 저자는 그 촉각에 주목하며 탐험한 결과를 책 한권 분량으로 소개한다.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 고백으로 시작해 촉각과 관련된 일상, 촉각 예술, 촉각을 몸으로 표현하는 춤, 촉각이 구현된 건축물, 언택트 기술, 불쾌한 신체 접촉 등 촉각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어느 초가을 저녁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의 질감과 세기 온도를 느끼면서 촉감에 관심 가지게 된 저자는 영어는 'touch'가 동사로 '만지다', 명사로는 '촉각' 이라는 뜻 이외에도 '마음을 움직이다' 혹은 '감동시키다'의 뜻을 지니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촉각의 다채로운 면모가 우리의 삶 속에 남다른 시선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작은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Philippe Merier, The Sense of touch, Oil on canvas. [사진=도서출판 혜화동] 
Philippe Merier, The Sense of touch, Oil on canvas. [사진=도서출판 혜화동] 

옛날 서양화에 등장한 사람들의 몸짓과 표정을 살펴보자. 그림은 대상을 만지거나 접촉하려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 작품의 제목은 '촉각'이다. 좆ㅇ이 책을 읽는 것 역시 촉각을 필요로 하는 행위이다. 우리가 종이라는 공간에 담긴 텍스트를 보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읽는 시각적 지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든 감각을 동원한 상호 작용과 상상이며 텍스트라는 이미지를 수용하는 동안 신체에 기입하는 촉각적 체험이다. 나는 원고를 쓰는 동안 촉각적 글쓰기를 했다. 이 책을 손에 쥔 독자는 종이를 만지고 넘긴다. 눈을 통해서 종이에 담긴 글자들을 읽지만 동시에 밀도 있는 촉각적 읽기와 상상도 펼치게 되기를 바란다. <14~15쪽>

2018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씨실과 날실로'를 관람하다가 어느 문구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만지고 싶어 죽겠어." '직조 생활'의 세월호 엄마들의 뜨개 전시 '그리움을 만지다' 영상에서 발견한 것이다. 이 절실한 문장을 두고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남겨진 그러나 무너진 사람의 거둘 수 없는 간절함 앞에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전시는 그리운 아이의 살갗을 만지듯 뜨개실을 어루만지며 한 코 한 코 기도하는 마음으로 엮었다고 설명했다. 만질 수 없는 아이를 그리워하며 뜨개질로 버티는 일을 감히 짐작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엎어지고 터지는 감정들을 뜨개질로 가시화하는 순가만큼은 조금 숨 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다. 그렇게 모인 마음과 시간이 엮은 뜨개질 작품은 보는 사람도 따뜻하게 다독여 줬다. '그리움을 만지다'라는 작품 제목은 그 어떤 작품보다 기억에 남았다. <42~43쪽> 

Everyday Design, Snowball Design:Helena Mattila and Anne Kosonen. [사진=도서출판 혜화동]
Everyday Design, Snowball Design:Helena Mattila and Anne Kosonen. [사진=도서출판 혜화동]

2011년 헬싱키의 어느 디자인 쇼벵서 'Everyday Design'이 제작한 '눈 뭉치'를 발견했다. 지름 7㎝에 0.15㎏ 정도에 달하는 눈 뭉치를 손에 쥐고 가볍게 누르면 차갑지는 않으면서 진짜 눈 뭉치를 만지는 촉감을 얻는다. 눈에 힘이 가하면 미세하게 부서지고 밀리는 느낌을 완벽히 되살려 구현한 디자인이다. 더불어 눈 뭉치를 누를 때마다 뽀드득 거리는 소리는 실제 눈을 뭉치고 만질 때 나는 소리와 거의 똑같이 들린다. (중략) 눈 뭉치를 쥐고 있으면 눈을 가지고 놀던 어린 시절의 따뜻한 기억을 회상하게 된다는 점이다. 간단한 아이디어로 일상의 기쁨을 되살리는 일은 소중하다. 바로 여기에 일상에 기반을 둔 촉각 디자인의 힘이 있다. <85~86쪽>

[사진=도서출판 혜화동]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스마트 UIUX 디바이스 연구실에 재직 중인 황인욱 박사의 AirPiano이다. 이는 '비접촉식 촉감 재현 기술'이 적용돼 건반을 손으로 만지지 않고 건반의 촉감을 느끼면서 다중 감각 피아노 연주가 가능하다. 구동기에서 만들어진 자극을 사용자의 신체에 직접적인 접촉이나 기계적인 연결 없이 공기 중으로 에너지를 전달하고 중간에 사용자가 바뀌거나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경우에도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촉감 재현 기술은 현실의 시각적,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어 실제로 경험하기 어려운 환경의 체험을 실현하게 해 준다. 디스플레이의 착용 없이도 홀로그램을 입체저긍로 볼 수 있다면, 비접촉식 초감 재현 기술을 이용해 홀로그램에 손을 댔을 때 허공이 아니라 실제 이미지가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 가능하다. <119쪽> 

『촉각, 그 소외된 감각의 반격』
유려한 지음 | 혜화동 펴냄│256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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