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산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 『마음도 마음대로 정리할 수 있다면』
[리뷰] 산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 『마음도 마음대로 정리할 수 있다면』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12.02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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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결국 작가는 미래를 예견하거나 지나간 것을 애써 돌아보는 사람이 아니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천천히 응시하는 사람이다. 이 책은 세상과 사람과 자신을 천천히 응시한, 저자의 ‘느린 사색의 시간’이 담겼다.

눈길이 가는 글들이 많다. 「날것」에서 저자는 상대방에게 좀 더 부드럽게 말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회고한다. 그건 당신도 상처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나의 이기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상처받은 만큼, 누군가에게도 그만큼의 상처를 주고 싶었던 시절. 그것 또한 치기 어린 사랑의 한 단면이었으리라.

「날것」과 맥이 닿아있는 글이 있다. 바로 「그래도 너를 걱정해」. 여러 이유로 친구와 연락이 끊어졌다. 모든 것이 정리된 이후에도, 관계를 이어 나가지 않았다. 연락한다고 말했는데, 굳게 약속했는데, 너와 나의 인연은 여기까지였다. 그런 인연이 있다. 당신과 나의 관계가 여기까지인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이 끝을 맺는 이유. “이젠 연락하지 않지만, 그래도 너를 믿지만, 그래도 너를 걱정해.”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해결되지만, 그 말을 믿고 싶지만, ‘지금’은 왜 이렇게 아플까. 「시간의 속도」에서 저자는 “겨우 딛고 서 있는 이 장소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통증으로 다가올 때면 눈앞이 아찔하다”고 말한다. 눈물이 날 만큼 아프지만, 지금의 속도는 느리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그래서 더 아프다. 우리는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 슬프다. 원 없이 노력해 봐야 미련이라는 것도 숨을 죽이는 법인데. 몸을 사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착잡해진다. ‘그러려고 한 게 아니야’라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웅크린 자세는 점점 더 견고해진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건 불가능하다. 누구에겐 좋은 사람, 누구에겐 그저 그런 사람, 누구에겐 영 별로인 사람. 그런 사람이 오히려 더 건강한 사람. 내가 건강한 사람이 돼 간다는 걸 깨닫게 될 때, 우리는 어른이 된다.

『마음도 마음대로 정리할 수 있다면』
식식 지음│책밥 펴냄│247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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