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깟 생채기도 상처냐'고 말할 날이 온다" 『아무렇지 않으려는 마음』
[리뷰] "'그깟 생채기도 상처냐'고 말할 날이 온다" 『아무렇지 않으려는 마음』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1.2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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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20대 중반 무렵부터 카카오브런치에 연재한 글이 백팔십 편쯤 되는 저자. 먼 타국에서 쓴 여행기는 브런치북 은상을 받았고, 한때 월정액 8,000원을 받고 수년간 연재 노동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글과 함께한 삶을 꽤 오래 이어왔는데, 그 결과물이 이 책에 담겼다. 

책에는 '어른의 길목에서 쓴 자기 확립기'라는 부제처럼 상처와 고통과 사랑이 뒤섞인 청춘의 성장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저자는 "우린 모두 아무렇지 않으려고 한다. 아무렇지 않을 수 없다고 해도 내색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른의 마음이 내색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라서, 그렇게 배워왔을 뿐이니까"라며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가장 친했던 친구가 자신을 따돌리는 일에 앞장섰을 때, 김치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책걸상을 들고 교실 밖으로 나가야 했을 때, 권위적인 부모의 강요로 원치 않는 대학을 가게 됐을 때 등 저자가 경험한 불친절한 순간에 느꼈던 감정을 전한다.   

먼저 저자는 사람 사이에 떠도는 상처와 고통을 조명한다. 먹이를 줘도 경계했던 고양이 B의 털을 만지기까지 걸렸던 두 계절의 시간. 그 안에서 저자는 "고양이이를 길들인 게 아니라 내가 고양이에게 길들여진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는 "꾸준한 관심과 가끔 툭툭 떨어지는 애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상처를 내는 사람과 사람의 세계. 신뢰가 충분히 쌓이지 않는다면 결국 책임이나 잘잘못만 따지다가 말 세계. 그러나 그것이 고양이의 세계보다 단순하다거나 복잡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취업문턱에서 인생의 막막함과 불안을 느끼는 청년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저자는 "첫째 날은 개운한 아침식사와 함께 설렘이, 둘째 날은 살짝 신경이 쓰여도 개의치 않는 쿨함이, 셋째 날은 휴대폰을 수시로 확인하는 초조함이, 넷째 날은 이력서에 전화번호를 잘못 적었나 싶은 멍청한 불안이, 다섯째 날은 옅은 색의 포기가 고개를 들고, 여섯째 날은 혹시나 싶은 기대감이 들었다가, 일곱째 날은 완전한 포기에 이른다. 세상을 이루는 데도 일곱 날이 걸렸다는데, 무너지는 시간도 일곱 날이면 충분하니 이 얼마나 공평한가"라면서도 "취직을 못 하는 이유를 묻거든, 합격 여부를 기다리는 시간이 싫다고 답할 테다"라고 말한다. 

단문으로 치고 나가는 문체 속에서 숱한 상처를 언급하던 저자는 "그깟 생채기도 상처냐며 다시 말할 날은 생각보다 금방"이라고 말한다. 책 제목처럼 '아무렇지 않으려는 마음'이 필요한 이들에게 추천한다. 

『아무렇지 않으려는 마음』
박하 지음 | 봄름 펴냄│248쪽│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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