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중국 특파원이 전하는 800년 전통의 베이징 후통
[포토인북] 중국 특파원이 전하는 800년 전통의 베이징 후통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0.30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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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베이징하면 만리장성이나 자금성 혹은 천안문 등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베이징의 빼놓을 수 없는 명소는 후통, 즉 전통 뒷골목이다. 후통은 대개 자금성을 중심으로 2환(環·중심으로부터 일정거리별로 설정한 원) 내에 몰려 있는데, 후통에 가면 청나라 말 중화민국 초기 대륙의 운명을 좌우했던 권세가들과 공사주의 혁명가들의 발자취를 확인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독립운동을 벌였던 우리 선조의 흔적도 확인이 가능하다. 

서울신문 중국특파원으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베이징에 머물렀던 저자가 재개발 광풍 속에서도 여전히 자리하는 후통의 모습을 전한다.  

베이징을 점령한 일본 헌병대 감옥이었던 둥창 후통 28호. 이곳 지하에서 이육사 선생이 순국했다. [사진=도서출판 생각의길]
베이징을 점령한 일본 헌병대 감옥이었던 둥창 후통 28호. 이곳 지하에서 이육사 선생이 순국했다. [사진=도서출판 생각의길]

1944년 1월 16일 이육사 선생이 순국한 곳은 둥창 후통 28호다. 이곳은 당시 베이징을 점령한 일본의 총영사관 부속 헌병대 감옥이었다. 이육사는 지하 감방에서 숨을 거뒀다. 28호 맞은편에 위치한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 경내에는 옛 일본 총영사관 건물 한 채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근대사연구소가 고구려 역사를 중국사에 편입하려는 동북공정을 주도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역사에서 '방심은 금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둥창 후통 28호 건물은 외관상으로는 다 쓰러져 가는 폐가처럼 보이나 안으로 들어가면 여전히 많은 주민이 살고 있다. <60~61쪽>

비스듬하게 휘어진 옌다이셰제 전경. [사진=도서출판 생각의길]
비스듬하게 휘어진 옌다이셰제 전경. [사진=도서출판 생각의길]

구러우 바로 앞에 있는 길이 232미터의 옌다이셰제는 베이징에서 가장 흥미로운 후통 가운데 하나다. 대부분의 후통은 아무리 작아도 직선으로 뻗어 있는데, 옌다이셰제는 자동차가 커브를 틀 듯 비스듬하게 휘어져 있다. 셰제라는 말이 곧 비스듬한 길이라는 뜻이다. 옌다이는 담뱃대를 뜻한다. 이 거리에는 이름에 걸맞게 전통 담뱃대 가게들이 즐비하다. 곰방대 가게에선 담뱃대만 파는 게 아니라 연초, 수연, 라이터, 부채, 도자기 등을 판다. 라오베이징들이 즐겨 먹는 전통 요리를 파는 음식점도 많다. 이 중 '장러우빠오두'라는 간판이 걸린 전통 가게에는 늘 손님이 많다. 장육은 장조림이고, 폭두는 소나 양의 위를 끓는 물에 살짝 데친 요리다. 돌궐족이 즐겨 먹었던 전통 음식이라고 한다. 이처럼 옌다이셰제에는 전통 식당은 물론 골동품 가게, 고서점, 표구방, 문구점 등 수백년 된 노포들이 즐비해 관광객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103~104쪽> 

베이징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목으로 꼽히는 국자감가. [사진=도서출판 생각의길]
베이징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목으로 꼽히는 국자감가. [사진=도서출판 생각의길]

공묘와 국자감이 있는 거리의 공식 명칭은 궈즈젠제다. 이 거리의 국자감 쪽 끝에는 '국자감'이라고 쓰인 높다란 패방이 서 있고, 공묘 쪽에는 '성현가'라고 쓰인 패방이 있다. 1.5킬로미터 남짓한 거리는 5~6월이 가장 아름답다. 아름드리 홰나무의 울창한 녹음과 전통 사합원의 잿빛 지붕, 파란 하늘, 하얀 구름이 어우러져 근사한 풍경을 뽐낸다. 사합원을 적절하게 리모델링한 고급 카페와 가구점도 거리의 멋을 더한다. 상업주의가 활개를 치고 있는 난뤄구샹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가롭고 품격 있는 베이징의 후통을 느끼기에 적합한 거리다. <121쪽> 

차이어 장군이 위안스카이에게 감금됐던 몐화 후통 66호. [사진=도서출판 생각의길]
차이어 장군이 위안스카이에게 감금됐던 몐화 후통 66호. [사진=도서출판 생각의길]

차이어는 만주족이 세운 청을 멸망시킨 장군이다. 몐화 후통 66호에 차이어 장군의 고거가 있다. 지금 이곳은 중앙기상국 직원들이 기숙사로 쓰고 있다. 차이어는 쑨원을 도와 신해혁명을 주도했다. 윈난성에서 신군 봉기를 일으켜 혁명에 적극 가담했다. 차이어가 이끄는 군대가 혁명군의 주력이었다. 중화민국 임시대총통 자리를 꿰찬 군벌 위안스카이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는 전투력이 뛰어난 신군을 보유한 차이어였다. 이 때문에 정권을 잡은 위안스카이는 몐화 후통 66호에 차이어를 1913년부터 1915년까지 사실상 가택 연금했다. 지금도 대문 앞에는 수령이 100년은 훨씬 넘어 보이는 홰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나무들은 이집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혁명군 수장과 군벌 수장이 벌인 팽팽한 쟁투를 생생이 기억할 것이다. <138쪽>

『베이징 후통의 중국사』
이창구 지음 | 생각의길 펴냄│284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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