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곤충의 성생활을 알아보자 『곤충의 교미』
[리뷰] 곤충의 성생활을 알아보자 『곤충의 교미』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10.23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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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성생활’은 은밀하고 위대합니다. 이는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에게 적용되는 말이지요. 자연 다큐멘터리를 볼 때, 동물들이 교미하는 순간을 숨죽이며 보는 이유! 그것이 인간에게 어떤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특히 ‘곤충의 교미’에 호기심이 갔던 모양이에요. 저자의 말처럼 곤충은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생물인데, 곤충의 교미를 이해한다는 건 지구상에 존재했던 혹은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는 생물들의 진화 역사를 파악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곤충의 교미라는 제법 흥미로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에 기반을 둔 전문 용어가 섞이다보니 읽기가 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에 저자는 이미지를 활용하거나 챕터 중간마다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여러분은 혹시 물고기와 새우가 성장 과정에서 성전환을 한다는 걸 알고 계시나요? 저자는 이를 디즈니 영화 <니모를 찾아서>를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영화의 물고기 모델은 흰동가리입니다. 무리 중 가장 큰 개체가 암컷, 그 다음이 수컷, 그보다 더 작은 것이 성별이 없는 ‘비번식 개체’입니다.

저자는 “그래서 ‘엄마’가 없어져도 제 자식을 찾아다니는 ‘아빠’라는 존재는 보이지 않는다. 영화에서처럼 엄마 흰동가리가 죽으면 아빠가 암컷으로 성전환해서 새로운 엄마가 되고 그다음으로 큰 비번식 개체가 수컷으로 전환해서 아빠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참 재미있는 소재이죠? 위와 같은 경우가 곤충에게도 적용될까요? 아닙니다. 저자는 “몸속에서 분비되는 성호르몬으로 성징이 결정되는 척추동물과는 달리 곤충은 성염색체에 따라 세포마다 성이 정해져 있는 희귀한 생물이다”며 “따라서 성전환이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하나의 몸속에 암수가 섞여 있는 ‘암수 모자이크’ 현상이 드물게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다음은 ‘사마귀의 교미’에 대해 알아보죠. 사마귀의 성적 동족상잔의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그러니까 교미할 때 암컷이 수컷을 먹어 버리는 것이죠. 저자는 “암컷은 교미가 끝나기도 전에 수컷을 머리부터 뜯어 먹기 시작하는데 이에 따라 교미가 더욱 활발해지면서 많은 정자가 전달된다는 오래된 보고가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그럴까요?

저자에 따르면 최근 암컷에게 먹힌 수컷의 몸속 영양분이 암컷이 만드는 난자로 흡수된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에 관해 저자는 “수컷은 죽어서 자기 새끼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암컷이 여러 수컷과 교미할 경우 죽어서 다른 수컷의 새끼에게 영양분을 주게 될 수도 있다. 기껏 희생했는데 억울할 노릇이다”며 재치 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위에서? 아래에서? - 다양한 교미 자세’ ‘역시 크기가 문제야’ ‘수컷은 왜 암컷에게 상처를 입힐까’ ‘정자 바꿔치기의 황금비율’ ‘더 깊숙하게’ 등 흥미를 자극할만한 소제목들과 저자의 재기 발랄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생물학에 빠지게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상할지 모르지만 과학자가 쓴 과학책입니다.

『곤충의 교미』
가미무라 요시타카 지음│최재천 감수│박유미 옮김│arte 펴냄│160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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