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 음악 어때요?” 스노우캣의 음악들 『음악이냥』
[리뷰] “이 음악 어때요?” 스노우캣의 음악들 『음악이냥』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10.20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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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결국 예술가는 순간을 잘 훔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스노우캣은 놓치기 쉬운 일상의 편린들을 글과 그림, 음악으로 연결하는 솜씨가 빼어난 작가입니다. 작가 때문에, 아니 작가 덕분에 플레이리스트에 추가된 곡이 제법 늘었어요. 턴테이블까지 살까 했지만, 이미 ‘탕진잼’ 하고 있는 분야가 많아 그만두었습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은 저도 참 좋아하는 영화인데요. 이 영화는 음악도 정말 일품이라 OST CD까지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수프얀 스티븐스의 ‘Mystery of Love’의 가사는 듣는 이의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어요. 옛사랑을 일으켜 세우는 리듬감은 물론 보컬의 비밀스러우면서도 몽환적인 음색까지!

작가 역시 “가끔 이런 영화가 나옵니다. 영상과 음악을 동시에 앓을 수 있는 영화”라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풍광들을 극찬합니다. 작가는 당시 밀려오는 우울함과 무기력함을 이 영화로 버텼다고 합니다. 저 역시 그랬던 것 같아요. 여러분들에게도 그런 영화 하나쯤은 있죠? 집중하지 않고 그냥 노트북이나 태블릿 PC로 틀어 놓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영화.

스티비 원더의 ‘Isn't She Lovely’에 관한 챕터에선 작가가 얼마나 음악을 애정하는 사람인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가끔 부르는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음악이 있어요. 제겐 에릭 클랩튼이나 존 레논, 유재하나 이문세의 음악이 그래요. 이 사람들은 진짜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는구나, 하고 느껴요. 작가가 길을 걷는 도중,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었던 스티비 원더의 음악에 깊이 감읍할 수 있었던 이유. 그 역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겠죠.

여러분에게는 ‘좋은 카페’의 기준이 무엇인가요? 음악을 사랑하는 작가는 놀랍게도 카페에서 음악 트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기서도 작가의 독특한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데, 작가에 따르면 음악이 없는 카페에선 혼자 조용히 자기 할 일에 집중할 수도 있고, 지인과 더욱 조용히, 속닥속닥 얘기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그래도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오면 당연히 좋은 카페인 거겠죠? ‘브래드 멜다우’ ‘키스 자렛’ ‘팻 메스니’.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3대 재즈 뮤지션입니다. 공교롭게도 어느 한 카페에서 이 세 뮤지션의 음악이 흘러나왔다고 해요. 작가는 용기를 내 카페 주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카페에서 이 음반 들은 건 처음입니다.” 거의 무슨 고백 같죠? 주인도 흐뭇했을 것 같아요. 자신이 선곡한 음악을 알아주는 손님이 있다는 것에!

직업 특성상 책에 대한 기사를 의무감으로 써야하는 기자에게 가끔 이런 책은 큰 행복감을 줍니다. 그러니까 뛰어난 작가나 훌륭한 작가보다 행복한 작가의 책 말이죠. 행복한 작가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행복을 나눠줍니다. 그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 쉽지 않은 일을 이 책에 해냅니다. 좋은 작가가 쓴 행복한 책. 행복한 작가가 쓴 좋은 책.

『음악이냥』
스노우캣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216쪽│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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