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 이모저모… 2년 치 수상, 수상자 정치적 논란도
올해 노벨문학상 이모저모… 2년 치 수상, 수상자 정치적 논란도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0.1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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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노벨문학상 공식 홈페이지]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스웨덴 한림원이 10일 올해와 작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각각 오스트리아의 페터 한트케(76)와 폴란드의 올가 토카르축(57)을 선정했다. 지난해 일부 심사위원의 성추문으로 인해 노벨문학상을 시상하지 않아 올해 한번에 2년 치 수상자를 정한 것이다. 

한림원은 2019년 수상자인 한트케를 “인간 체험의 뻗어 나간 갈래와 개별성을 독창적 언어로 탐구한 영향력 있는 작품을 썼다”(for an influential work that with linguistic ingenuity has explored the periphery and the specificity of human experience)고 평했다. 2018년 수상자 토카르축에 대해서는 “경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삶의 형태로 표현한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를 백과사전 같은 열정으로 풀어냈다”(for a narrative imagination that with encyclopedic passion represents the crossing of boundaries as a form of life)고 평가했다. 노벨문학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한편, 폴란드에서는 여섯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올가 토카르축은 지난해 소설 『방랑자들』(Flights, 오는 22일 출간예정)로 과거 작가 한강이 수상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아 국내에 알려졌다. 대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겸비했다고 평가받는 그는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함으로서 세계 3대문학상(노벨문학상, 맨부커상, 콩쿠르상) 중 두 개를 받은 작가가 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토카르축은 10일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 독일에서 진행한 강연에 앞서 취재진에게 “폴란드 시민과 친구들에게 민주주의를 위해 올바르게 투표하자고 전하고 싶다”며 “폴란드의 민주주의에 많은 문제가 있을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세계에 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법부 및 언론 장악, 반(反)난민 성향을 보인 폴란드의 집권 여당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토카르축이 오는 13일 열리는 폴란드 총선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서는 “폴란드의 작은 지역에서 일어난 일을 묘사한 나의 소설이 전 세계에서 사람들에게 읽히고 중요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행복하고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오스트리아의 두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페터 한트케는 늘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새로운 형식을 고안해 내는 작가로 알려졌다. 2차 세계대전 중에 소시민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유년 시절 전쟁과 궁핍을 경험했으며, 스물아홉살에 어머니가 자살로 세상을 떠나는 등 불행한 젊은 시절을 겪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한트케는 수상 직후 “스웨덴 한림원이 그 같은 결정을 한 것은 매우 용기 있는 것”이라며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런 말을 한 이유는 그의 수상이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트케는 코소보 내전 당시 이슬람교를 믿는 알바니아계 학살을 주도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연방 대통령을 옹호하는 입장을 표해 그동안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했다는 평이다. 실제로 그의 수상 소식에 코소보 내전 피해 당사자들이 한림원을 비판하고 있다.   

올가 토카르축(좌)과 페터 한트케(우) [사진= 연합뉴스]

한편, 두 작가는 국내에 총 열권의 책이 번역돼 시중에 나와 있을 정도로 이미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다. 토카르축의 작품이 두권, 한트케의 작품이 여덟권이다. 국내 번역·출간된 한트케의 작품으로는 ▲사회와 타인으로부터 소외된 한 골키퍼의 극단적 범죄를 그린 소설 『패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2009, 이하 국내 출간일) ▲자신의 작가론을 한 작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어느 작가의 오후』(2010) ▲작가 자신의 자전적 성장 소설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2011) ▲1966년부터 오늘날까지 세계적으로 널리 공연되고 있는 문제적 희곡 「관객모독」(2012) 등이 있다. 한편, 「관객모독」은 국내에서도 숱하게 공연됐으며, 탤런트 양동근이 랩뮤지컬로 연출하기도 했다.   

국내 번역·출간된 토카르축의 작품은 니케 문학상과 코치엘스키 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대표작 『태고의 시간들』(2019)이 있다. 이 소설은 러시아와 프로이센, 오스트리아로부터 분할 점령당했던 시기, 1·2차 세계대전 시기, 유대인 학살 등 폴란드 비극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가상의 마을 ‘태고’를 보여주고, 이 마을에 사는 기이하면서 원형적인 여성 캐릭터들의 신화적 이야기와 폴란드의 실제 역사를 절묘하게 섞어낸다. 토카르축의 동명의 단편소설이 담긴 소설집 『눈을 뜨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2006)는 절판된 상태다. 단편 「눈을 뜨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는 작가들이 추리소설 속으로 잠입해 등장인물을 살해한다는 내용으로, 현실과 허구 세계를 교묘히 중첩해 일상 속에서 좌절된 욕구가 허구적인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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