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가 대세… 상처투성이 대한민국
‘혐오’가 대세… 상처투성이 대한민국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09.29 08: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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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혐오(嫌惡)란 ‘싫어하고 미워함’을 뜻하는 단어다. 유의어로는 ‘미움’ ‘증오’ 등이 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한국 사회는 증오와 혐오로 가득한 세상처럼 보인다. 민생을 도외시하고, 좌우로 갈라져 이념 투쟁에만 골몰하는 정치권은 그야말로 혐오의 온상이다. 이 외에도 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의식적으로(혹은 무의식적으로)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혐오한다.

혐오의 직접적인 화살은 바로 ‘말’이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이라는 사자성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은 천 냥의 빚을 갚게 할 만큼 누군가를 감동하게 하지만 반대로 누군가의 약점을 찌르고, 심한 경우에는 죽음으로 까지 이끌 수 있다. 특히 소수자들을 향한 혐오표현은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낮추고 혼란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원인 중 하나이다.

최근 혐오표현이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폭력을 심화시키기 때문에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혐오표현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므로 허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렇다면 혐오표현이란 무엇이고, 도대체 왜 발생하는 걸까.

김환표 대중문화평론가에 따르면 혐오표현(hate speech)은 “특정한 인종이나 국적·종교·성별 등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발언”을 일컫는다. 2013년 재특회(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를 필두로 한 일본의 극우 세력이 재일 한국인을 대상으로 혐오표현을 자행하면서 한국에도 이 말이 널리 알려졌다.

혐오표현은 일상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가령 “계집애처럼 삐치기나 하고”라는 표현은,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잘 성내고 매사에 마음이 자주 토라지는 사람이라는 것을 전제한다. 이 외에도 ‘맘충(아이를 과잉보호하면서 제대로 된 관리는 하지 않는 엄마들을 부르는 멸칭)’ ‘한남충(한국 남자는 곧 벌레)’ 등 여성과 남성이 서로를 혐오하는 표현은 수없이 많다.

특히 장애인,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표현은 무의식적으로 자행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가령 병신(病身)은 사전적으로 신체 장애인을 뜻하는 말이지만, 모자라는 행동을 하거나 남을 이유 없이 비하할 때 쓰는 대표적인 욕설이자 장애인 혐오표현이다. 또한 “게이 같다”라는 말은 예쁘게 생긴 남성을 낮잡아 이를 때 쓰는 이성애중심주의적 표현인데, 남성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표현이므로 쓰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혐오표현을 줄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혐오표현, 차별 없는 세상 만들기』의 저자 이승현은 “혐오표현은 단순히 매우 싫다는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이 아니다. 사회 내의 소수자 집단을 말로 공격하고, 그들에게 차별과 폭력을 가해도 된다는 생각을 퍼트리는 표현이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혐오표현을 줄이기 위해서는 혐오표현이 담고 있는 내용이 정당한 주장이 아니라, 편견과 차별 의식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알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인권 교육과 캠페인 등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반복되는 차별의 굴레를 끊기 위해 시민과 정부가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저자의 제안 중 특히 눈에 띄는 것들이 있는데, 바로 ‘대항언론’과 ‘소수자 할당제’이다. 대항언론은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고, 혐오표현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지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방법론이다. 저자에 따르면 대항언론은 공적 토론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살피고,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줌으로써 완성될 수 있다.

다음은 사회적 소수자가 국회를 비롯한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소수자 할당제이다. 이들이 청와대나 국회 등 국가의 중요한 의사결정 기구에서 활동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불평등한 환경이나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다 커질 것이다.

끝으로 저자는 “다양성을 관용하지 않는 사회에서 다양한 소수자들이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여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혐오표현이 확산시키는 수많은 차별들에 대응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결국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성하고, 각성한 시민들이 연대해 조금이라도 더 큰 목소리를 낼 때, 혐오와 차별은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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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9-10-01 06:51:15
일베하고 워마드하고 둘이 결혼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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