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혜미 죽음이 안타까운 이유... ‘죽고 싶지 않았을 수도’
우혜미 죽음이 안타까운 이유... ‘죽고 싶지 않았을 수도’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9.2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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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net]
[사진=Mnet]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오디션프로그램 ‘보이스코리아’ 출신 가수 우혜미(31)가 지난 2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우씨가 마포구 망원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타살 혐의점은 없다”고 했다. 우씨는 지난 7월 싱글곡 ‘꽃도 썩는다’를 발표, 이어 8월에는 미니앨범 ‘s.s.t’를 발매하고 활발히 활동해오던 터라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은 당혹감을 자아냈다. 소속사 다운타운이엔엠 측 역시 “갑작스러운 죽음에 경황이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사람은 ‘사전징후’를 보이기 마련. 우씨는 사망하기 일주일 전인 지난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미국 가수 ‘CUCO’의 ‘Hydrocodone’ 뮤직비디오 영상과 가사를 게재했는데, 그 내용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난 내 방에 앉아 있어. 나는 완전히 혼자야. 매일 너를 그리워하고 있어. 하지만 이제 바라는 건 없어. 부서지고 부식돼 바닥에 떨어지면서 천천히 무너지고 있어. 이젠 안녕을 말해야 할 때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극단적 선택의 뜻을 내비쳤지만, 그런 그의 행동에서 죽음을 읽어냈거나, 죽음의 결심을 돌이키게 했던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자살자 대부분은 죽음을 결심한 후 ‘사전징후’를 보이지만, 대다수 주변인은 그런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22일 보건복지부·중앙심리부검센터가 공개한 자살실태조사(19~75세 성인 1,500명, 자살시도자 1,550명, 자살 유족 121명 대상)에 따르면 자살시도자의 92.3%가(2015~2018년까지 4년간 자살사망자 391명의 심리부검 결과) 사전에 자살 징후를 내보이지만, 주변인이 자살 징후를 제때 파악한 경우는 23%(83명)에 불과했다. 분석을 진행한 중앙심리부검센터 관계자는 “경고신호는 대부분 사망 3개월 내 근접 시점에 관찰된다”며 “특히 주변을 정리하는 행동은 사망 직전 1주일 이내 나타나는 비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여러 자살 징후 속에는 누군가가 자살을 막아줬으면, 자신을 이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줬으면 하는 심리가 일정 부분 자리한다. 자살 시도자 중 상당수가 자살을 시도하면서도 죽고 싶지 않아 하는 양가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자살 시도자 중 13.3%는 ‘죽고 싶지 않았다’고 했고, 39%는 ‘죽거나 살거나 상관없었다’고 답했다.

최근 극단적 시도를 했던 책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의 저자 백세의 작가 역시 양가감정을 느낀 듯하다. 정신과 약을 100알가량 복용하고 의식을 잃어가는 중에도 동생을 깨워 자신의 상황을 알린 것을 보면 말이다. 백 작가는 해당 일화를 전한 글 「말랑말랑한 사랑의 상상력이 그리워요」에서 “(어릴 적) 나는 만약을 상상하고 꿈꾸며 자랐다. ‘키다리 아저씨’를 읽으며 나를 구원해 줄 막연한 누군가를 상상했고, 내 취향대로 꾸민 멋진 방이 생길 거라고 기대하며 즐거워했다. 미래를 상상하는 건 현재를 살아가기 위한 발판이자 잊기 위한 도피처였다. 그렇게 달콤했던 내 ‘만약에 놀이’는 나이를 먹고 현실이 무거워짐과 동시에 사탕처럼 조금씩 녹아 갔다. ‘그래서 사는 게 재미없었구나’라고 생각하며 약을 먹었다”고 말했다. 현실이 무료하게 느껴지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어서 극단적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책 『이미 애쓰고 있는데 힘내라니요?』의 저자 이소연 KBS PD가 “(‘힘내! 오늘도 파이팅^^’이란 문자에) 아니, 무슨 파이팅을 맨날 해. 안 그래도 이미 애쓰고 있는데 자꾸 힘내라고 하니까 오히려 기운 빠지잖아”라고 했듯,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하완 작가가 “시키는 대로 살았다. 인내하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것이 진리라 생각했고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어째 점점 더 불행해지는 느낌이 드는 건 그야말로 기분 탓일까?”라고 했듯, 열심히 사는 것이 최선이라 여겼지만, 그럴수록 주변의 기대는 커져만 가고, 그 중압감에 치여 허덕이다 ‘자포자기’의 상태에 이르는 것은 아닐까?

‘열심’과 ‘최선’이 미덕인 시절이 있었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며 시작한 새마을운동은 마치 각성제처럼 작용하며 사람들을 노동의 늪으로 빠져들게 했다. 공장 노동자들은 잠 깨는 약을 먹으며 밤을 지새웠고, 누군가는 손가락이 잘릴 위험 속에서도 프레스 기계를 돌렸다. 그 모든 것이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그렇게 고도 성장을 이룩한 2019년의 발전한 대한민국. 오늘을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이 행복감보다 불행감을 크게 느끼는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문유석 서울중앙지방법원부장판사는 ‘사회적 배고픔’을 말한다. 그는 책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우리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수직적 가치관이라고 생각한다. 수직적 가치관이란 사회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획일화돼 있고, 한 줄로 서열화돼 있다는 뜻이다. 학벌, 직장, 직위, 사는 동네, 차종, 애들 성적... 삶의 거의 모든 국면에서 남들 눈에 띄는 외관적 지표로 일렬 줄 세우기를 하는 수직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완전히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논리상 한명도 있을 수 없다. 그 모든 경쟁에서 모두 전국 일등을 하기 전까지는 히딩크 감독 말처럼 늘 ‘아직 배가 고플’테니 말이다. 모두가 상대적 박탈감과 초조함, 낙오에 대한 공포 속에 사는 사회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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