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지지’ ‘반대’하는 심리, 그 속내는? (ft. 추석 잔소리)
무조건 ‘지지’ ‘반대’하는 심리, 그 속내는? (ft. 추석 잔소리)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9.11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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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가족·친척이 한데 모여 먹고 마시며 정을 나누는 명절에는 그간 전화와 카카오톡 등 통신수단의 힘을 빌려 미처 전하지 못했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이 이뤄진다. 간혹 목소리 큰 누군가의 일방적 주장이, 결혼과 출산, 입시, 취업, 승진 등의 압박이 쌍방향의 ‘소통’을 가로막기도 하지만, 형식적으로나마 의견 교류의 장이 마련되는 명절은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 추석이 오기도 전 우리 사회는 이미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놓고 ‘시끌벅적’한 여론전의 혼란을 경험했다. 앞서 사모펀드부터 자녀들의 입시 특혜까지 다양한 의혹에 휩싸인 조국 통일부 장관 후보자(현 장관 )를 두고 찬반 측이 격렬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양측이 벌인 여론전의 포화는 포털사이트 키워드에서 격렬하게 이뤄졌다. 지난달 27일 당시 조 장관 후보에 관한 각종 의혹으로 비판 여론이 득세하자 일부 지지자는 ‘조국 힘내세요’를 포털 상위 키워드에 올렸고, 반대 세력은 ‘조국 사퇴하세요’로 맞불을 놓았다. 이어 조 후보자의 지지세력은 의혹을 보도하는 기자를 겨냥해 ‘가짜뉴스아웃’ ‘한국언론사망’ 등의 키워드로 불만을 토로했고, 지난 2일 청문회 이후에는 ‘한국기자질문수준’ ‘근조한국언론’ 등의 키워드로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이후 조 장관 후보와 가족을 상대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정치검찰 아웃’을 키워드 상위에 올리기도 했다, 공지영 작가의 경우 SNS를 통해 “검찰 쿠데타 상황”이라고 격앙된 표현을 전하기도 했다. 합리적 이의 제기보다는 힐난에 가까운 극단적 의견 표출이 두드러졌다.

양측의 맞대결은 청와대국민청원에서도 벌어졌다. 조 장관 후보자의 지지자가 올린 ‘청와대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반드시 해주십시오’라는 청원에는 10일 기준 74만명가량이 동의했고,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임용을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에는 30명가량이 동의를 표했다.

뜨거워진 대결 양상은 조 후보에게 불리한 정황 증거를 제시하는 증인에 대한 맹신과 불신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조 후보자 자녀들의 인턴 증명서가 일반적인 양식과 달라 불거진 위조 논란과 관련해 “(조 후보자 딸에게 ) 표창장을 발급한 적이 없다”고 직접 해명하고 나선 최성해 동양대 총장 발언에 조 후보자 반대세력은 ‘맹신’했고, 지지세력은 무조건 ‘불신’했다.

특히 지지세력은 상황이 조 후보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평소 교육학 박사로 알려진 최 총장이 사실은 박사학위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 최 총장의 도덕성에 흠집을 가하면서 조 후보자에 대한 최 총장의 비판이 힘을 잃게 하는 데 주력했다. 일부 합리적 중도성향의 누리꾼이 “설령 최 총장이 박사학위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건 조국 후보에 대한 발언과 별개”라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지지세력은 더는 최 총장의 발언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반대세력은 최 총장의 발언을 절대 사실로 여기는 자세를 취했다. 양측 모두에게서 이성적인 대화가 통하지 않는 맹목적인 모습이 엿보였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맹신적이고 극단적인 사람들이 됐을까? 만들어진 것일까? 아니면 타고난 기질일까?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에서 도덕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인간은 모두 자신을 인식하는 감각을 지니는데, 그 중심에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도덕적 감각이 존재하고, 이 감각이 사람의 부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레이코프는 책에서 사람을 네 부류로 구분한다. ▲자신의 이익을 타인의 이익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 우선시하는 유형 ▲자신의 행복을 유지하면서 타인의 행복에 기여하는 균형 맞춘 유형 ▲타인의 행복을 우선시하며 자신을 희생하는 유형 ▲내(內)집단의 일원으로 자신의 행복과 내 집단 성원의 행복을 우선시하고 집단 바깥의 사람들에게 감정 이입을 하지 않는 유형이다. 극단적인 유형의 사람들은 네 번째 유형에 해당한다.

이어 전략 컨설턴트 헥터 맥도널드는 ‘편협한 시각’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는 책 『만들어진 진실』에서 “(극단주의자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 이슈가 생겼을 때 주로 나와 의견이 같은 친구나 동료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신념과 모순되는 아이디어나 데이터는 무의식적으로 외면한다. 코끼리를 만난 시각장애인들처럼 각자가 사안을 부분적으로만 이해해 엉뚱한 길로 빠질 수 있다”며 “그러면 아주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도 지독하게 선택적인 밑그림만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너무나 많은 이슈에서 여러 경합하는 진실 중 이용 가능한 아주 적은 진실만 듣게 된다”고 말한다. 기질적으로 타고나거나 후천적으로 환경의 영향을 받기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모습은 명절에 한데 모인 친척들 사이에서도 자주 엿보인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실업, 이혼, 불임 등의 특정 치부(?)가 마치 그 사람의 전부인 양 판단하는 모습 말이다. 혹시 오랜만에 마주한 친척들에게 관심과 걱정을 앞세워 취업, 승진, 취직, 결혼, 출산을 채근한 적이 있지는 않은가? 만일 그렇다면 그 관심과 걱정의 이면에 나와 내 가족, 친지는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교만이 자리하고 상대 입장에서 헤아리는 감정 이입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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