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이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 이유 『여행하는 인간』
[리뷰] 당신이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 이유 『여행하는 인간』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8.2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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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1995년부터 정신과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 문요한. 그는 어느 날 문득 20여 년 동안 다른 이들의 아픔과 행복을 고민하며 바쁘게 살아왔지만, 정작 자신의 자유와 행동은 늘 미뤄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안식년을 선포, 세계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 느낀 온몸과 마음이 충만해지는 감정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파하기 위해 이 책을 써냈다. 책은 우리가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 이유를 개인적인 경험에 심리학과 인문학적 사색을 더해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여행 같은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굳어버린다. ‘매너리즘’에 빠지는 특성 때문이다. 저자는 “뇌는 정보처리 속도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늘 세상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지각 방식과 반응의 패턴을 만들어낸다”며 “공장의 공정 자동화 시스템처럼 ‘의식과 반응의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꾸준히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반응의 감수성이 떨어져 별 생각이나 고민 없이 자동적인 반응만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게임, 포르노 등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돼 자신의 인생을 해칠 수 있다. 저자는 “여행은 새로움의 연속”이라며 “넘쳐나는 새로움에 뇌는 완전히 깨어난다”고 말한다. 

여행은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번 아웃’(burn out)이 되는 상황을 막아준다. 저자는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지금 당장 생존의 위협을 가하지는 않지만, 끝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며 현대인이 겪는 스트레스를 계속해서 고무줄을 잡아당기는 상황에 비유했다. 저자에 따르면 일과 휴식의 리듬을 잃어버린 사람은 마치 ‘늘어진 고무줄’과 같이 탄성을 회복할 수 없게 된다. 여행은 이러한 스트레스 해소에 특효약이다. 2015년 컨설팅 전문 업체 ‘이지웰페어’가 직장인 1,01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무기력증을 경험한 적 있는 사람은 10명 중 6명이었으며, 이들이 무기력증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꼽은 것이 여행이었다.     

여행을 떠나지 않는다면 극단적으로는 정신질환까지 생길 수도 있다. 인간은 ‘자유’를 필요로 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애완동물이 야생동물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정신이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예로 든다. 실제로 야생에 살다가 동물원 등에 감금된 동물들은 처음에는 자해를 하다가 곧 어떻게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음을 깨닫고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일정 구간을 반복해서 빙글빙글 돌거나, 벽을 보고 멍하니 서 있거나, 몸을 앞뒤로 춤추듯이 움직이는 등 ‘정형행동’이라 불리는 이상행동을 반복한다. 갇혀있는 동물만이 아니다. 저자는 인간이 폐쇄된 곳이나 좁은 공간에 장기간 체류할 때 생기는 ‘캐빈 피버’(cabin fever)라는 정신질환을 언급하며 “많은 도시인들이 캐빈 피버를 앓고 있다”며 “1만 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 역시 야생동물처럼 수십만 년간 광활한 초원에서 하루 3만 보 이상을 걷거나 뛰어다녔는데 이렇게 좁은 활동 반경의 삶에서 어떻게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또한, 여행은 고난을 겪고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항체를 선물한다. 저자는 “여행에서 우리는 앞을 향해 걸어간다. 실수와 방황에 관대해지고 시행착오를 허락한다. 설사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일이 꼬이더라도 필요 이상으로 후회하지 않는다.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남은 여행에 집중하려 한다”며 “그런 경험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생을 헤쳐나가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된다”고 설명했다. 삶이란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확실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실패하게 된다. 이때 다시 일어나기 위해서는 여행에서 얻은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행은 여행자를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게 한다. 여행 중에 새로운 세계와의 교류가 계속해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는 책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접할 수 있는 것처럼 여행을 통해 새로운 사람, 공간, 상황, 문화와 끊임없이 접촉한다”며 “이 새로운 경험들은 끊임없이 우리의 의식을 두드리고 의식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 경험들은 기존의 의식과 뒤섞이고 새로운 관점에서의 사색을 거쳐 새로운 의식으로 변화된다”고 말했다. 여행, 단점보다 장점이 많아 보인다. 당장 떠나보자. 
 
『여행하는 인간』
문요한 지음|해냄 펴냄|340쪽|14,500원   

*해당 기사는 <공군> 8월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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