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에게 듣다] 우마르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한국, 비슷한 역사 지닌 공통점 많은 나라”
[대사에게 듣다] 우마르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한국, 비슷한 역사 지닌 공통점 많은 나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8.08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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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는 국가수반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바탕으로 파견된 수교국가에서 외교교섭은 물론 양국 간 문화 교류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합니다. 주재국에서 대사는 곧 국가와 같은 상징성을 지니기 때문에 대사의 말은 해당 나라에 대한 가장 믿을만한 정보로 평가받습니다. <독서신문>은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의 일환으로 한국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를 통해 각 국가의 문화·예술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대사관 내 관저 앞에서 사진포즈 취하는 우마르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1만8,2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세계 최대 규모의 섬나라다. 인구는 약 2억5,500만명으로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 4위다. 섬나라 중 인구가 가장 많고 세계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은 국가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와 한국은 비슷한 역사적 배경을 지닌다. 1945년 일제 치하에서 함께 독립했고, 이후 동일하게 군사독재 시기를 경험했다. 또 공산주의체제와 치열한 전투를 벌여 민주국가를 수립했고, IMF를 경험한 전력도 동일하다. 다만 문민정부 수립에 약간의 시차를 두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민주화를 이룬 반면, 인도네시아는 2014년 최초의 문민 대통령(조코 위도도 )이 취임하면서 진일보한 민주화를 이뤄냈다.

인도네시아는 1973년 수교한 이래 우리나라와 긴밀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무역총액은 200억 달러(약 24조2,800억원 )로, 현재 한국은 인도네시아 교역국 중 무역 규모가 다섯 번째로 크다. 한국의 대(對)인도네시아 투자 역시 전체 투자액 중 네 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한다. 교민 규모도 6만 여명으로 인도네시아 내 타국 교민 중 가장 큰 규모를 이루고 있으며, 국내에도 인도네시아인 4만명가량이 들어와 경제·문화 교류의 첨병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루왁 커피의 본산지이자 K-POP과 K-드라마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이모저모를 알아보고자 여의도에 자리한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 관저 1층 응접실에서 우마르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와 마주했다.

Q. <책 읽는 대한민국:대사에게 듣다> 명사로 선정됐다. 소감과 함께 독자에게 인사말 부탁한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우마르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입니다. (한국어로 말함 ) 외교관 경력 24년으로 한국에 온지는 2년 됐다. 아내와 딸과 함께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오늘 특별히 <독서신문>과 인터뷰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

대사관 1층 응접실에 자리한 인도네시아 전통악기. 

Q. 대사관이 굉장히 넓고, 또 잘 꾸며졌다.

A.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은 1978년 여의도가 개발되기 전 지어졌다. 당시 여의도는 높은 건물 하나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한국 정부가 좋은 가격에 8,000㎡의 부지를 제공해주면서 여의도 내 유일한 대사관으로 자리하게 됐다. 대사관의 넓은 공간뿐 아니라 위치가 무척 마음에 든다. 국회와 금융센터와 가깝고, 인도네시아에 투자를 많이 하는 회사와도 인접해 교류하기에 좋다. 또 5분 거리에 한강이 있어 주말에 자전거를 타거나 여가를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한다.

Q. 서울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높은 인구밀도를 공통점으로 지닌다. 대사가 보기에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두드러진 공통점을 꼽는다면?

A. 먼저 양국 국민이 자유국가라는 틀 안에서 자유를 즐기며 생활하는 점을 공통점으로 꼽고 싶다. 아직도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나라가 많기 때문에 이 점을 매우 중요하게 짚고 싶다. 또 두 나라 사람들 모두 여러 분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자기 계발에 힘쓰면서 더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점이 비슷하다. 아울러 법률이나 규범이 잘 정비돼 있어 그 안에서 보호받으면서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는 점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Q. 문화차이를 느낀 점도 있을 것 같은데.

A. 크게 차이를 느낀 점은 없다. 다만 많은 여러 한국인으로부터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한국인보다 인생을 즐기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건 비단 한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 지내면서도 자주 듣는 말이다. 반대로 인도네시아 사람들 눈에 한국인은 똑똑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바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인도네시아인과 한국인을 합치면 더 완벽한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추가로 한국은 단일민족으로 이미 수천 년 전부터 한민족으로 살아왔지만, 인도네시아는 여러 문화와 민족이 공존하는 것도 다른 모습이다.

Q. 직원들 얼굴이 하나같이 밝다. 가식 없는 밝은 모습을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A. 인도네시아는 굉장히 넓은 영토를 가졌는데, 그 속에 숲, 바다 등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미네랄 등 풍부한 자원을 간직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그런 풍요로움을 누리고 자란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다른 하나는 ‘관용’이다. 인도네시아는 문화적으로 굉장한 다양성을 지닌 국가다. 700개 이상의 종족이 있고, 종족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지닌다. 서로 다른 환경 안에 어우러져 살면서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관용’을 배우게 된다. 관용이라는 게 막연히 참는 것보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포용을 내포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보다 더 행복한 것 같다.

Q. 남한면적보다 조금 넓은 자바섬(수도 자카르타 위치 )에 거주하는 인구가 1억4,000만명에 가깝다고 알고 있다. 높은 인구밀도 등의 영향으로 최근 수도이전계획이 발표된 것으로 아는데... 요즘 인도네시아에는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나?

A. 먼저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지닌 유사한 역사적 배경을 언급하고 싶다. 한국이 1945년 일본으로부터 독립했듯이 인도네시아도 1945년 일본으로부터 독립했다. 정확히는 이틀 차이가 나는데 한국은 8월 15일에 독립했지만, 인도네시아는 일본 패망 이후 잠시 치고 들어온 네덜란드(일제강점기 이전의 인도네시아 점령국 )를 국민이 독립 염원으로 몰아내면서 8월 17일에 독립을 이뤄냈다. 이후 공산주의와 싸운 것도 비슷한데,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북한과 남한으로 갈라지면서 공산주의가 생존했지만, 인도네시아는 1965년 공산주의자들의 쿠데타를 진압, 공산주의를 철저하게 청산하면서 하나의 민주국가를 이룩했다.

이후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군부독재시기를 겪었다. 한국은 1990년대 김영삼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자유를 얻었지만, 인도네시아는 IMF를 겪으면서 1998년에 이르러서야 민주화를 이룩했다. 한국은 1980년대에 이미 민주주의를 이룩했기 때문에 IMF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지만, 인도네시아는 1998년에야 민주주의를 맞이했기 때문에 아직도 한국보다는 경제회복이 더디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현재를 보자면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GDP(2018년 기준 한국 1조5,302억달러/인도네시아 1조 155억달러 )를 이뤄냈다. 이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로, 한국과 함께 G20 반열에 오르는 국가가 됐다.

Q. 섬나라 특성상 인도네시아는 지방어가 7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00년대 표준어가 지정되기는 했으나, 생활에서 표준어보다 지방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하던데... 그런 환경은 책이나 문화 공유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A. 지방어가 많긴 하지만, 1928년 인도네시아어가 공용어로 지정되면서 대부분의 책은 인도네시아어로 출간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기본적으로 인도네시아어와 지방어를 함께 교육한다. 1928년 제정된 인도네시아어는 구조가 간편하고 배우기가 쉽다. 타 언어를 흡수하는 데도 특화돼, 지금도 많은 언어가 포용되고 있다. 실제로 책 『벨리퉁 섬의 무지개 학교』와 영화 ‘무지개 분대’(2008년 )로 한국에 소개된 유명 소설가 안드레아 히라타의 작품은 인도네시아에서 큰 인기를 얻어, 작품 속 수마트라 지역 언어가 인도네시아어에 반영돼 널리 사용되고 있다.

책 '보통 사람들'.

 

Q. 현재 인도네시아에서는 어떤 책이 인기를 얻고 있나? 이유는?

A. 이번 달 베스트셀러는 안드레아 히라타가 쓴 『보통 사람들』이라는 책이다. 많은 사람이 성공을 좇지만 결국 성공한 삶은 평범한 삶일 수 있다는 내용의 소설로, 성공과 부를 좇는 요즘 세대를 비판하며 진정한 행복을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안드레아 히라타의 작품 중 영화 ‘무지개 분대’와 원작 책 『벨리퉁 섬의 무지개 학교』는 한국에 소개된 바 있다. 다양성 속에 통일성을 추구하는 인도네시아의 기치를 표현하듯 사람은 저마다 다른 삶을 살지만,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같다는 이념을 담고 있는 해당 책과 영화를 감상하기를 적극 추천한다.

Q. 일부 주에서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가 사법부 판단의 근거가 되고, 또 일부 주에서는 선거가 아닌 세습을 통해 주지사를 추대하는 곳도 있다던데...

A. 먼저 인도네시아가 얼마나 넓은지를 소개하고 싶다. 인도네시아 한쪽 끝에서 다른 끝으로 가려면 비행기로 일곱 시간을 가야한다. 그건 자카르타에서 인천까지의 거리와 같다. 넓은 영토만큼 다양한 문화와 관습을 지녔기 때문에 민주주의 방식의 선출을 기본으로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35개 주(州)가 있고 그중 예전 수도이자, 왕국의 중심지였던 족자카르타는 두명의 술탄(왕 개념 )이 주지사를 맡고 있다. 비록 선거로 주지사를 뽑지는 않지만, 중앙정부가 인정해야 주지사가 될 수 있고 세습과는 다른 개념이다. 인도네시아는 민주주의 국가로 정부는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고 존중하고 소외된 지역의 발전을 꾀하려는 차원에서 몇몇 주에 법이 용납하는 범위 안에서 특별 자치권을 허용하고 있다.

샤리아법(이슬람 성법)의 경우 아체라는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아체는 독립 요구가 있는 곳으로 협정을 통해 자치를 인정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자치권을 인정받는 도시는 아체, 파프아, 동파프아 총 세 곳이다. 파프아 지역은 아체와 달리 소외된 지역의 낙후된 경제발전을 위해 자치권을 인정받았다. 이 외에도 족자카르타, 수도인 자카르타가 특별 주로 지정됐다.

대사관 1층 응접실에 전시된 인도네시아산 루왁 커피.

Q. 인도네시아는 커피 재배지로 유명하고, 맛 좋기로 소문난 루왁 커피의 본산지이기도 하다. 차도 즐겨 마셔 패스트푸드점에서 콜라 대신 차에 설탕을 넣은 청량음료를 먹기도 한다던데.

A. 인도네시아는 세계적인 차 생산지로 커피, 차, 코코아가 유명하다. 커피는 브라질, 베트남 다음으로 생산량이 세계 3위다. 생산량이 75만 톤에 달하지만, 그만큼 내부 수요도 많아 수출량은 30만 톤에 불과하다. 그래서 수출 규모로는 세계 7위다.

인도네시아는 적도 부근에 넓게 자리하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나 커피가 잘 생산된다. 눈이 내리지 않고 건기와 우기만 있어 생산량이 많다. 또 이른바 불의 고리 지대에 자리해, 땅이 비옥하고 영양분이 풍부해 영양학적으로 많은 작품이 자랄 수 있는 땅을 지녔다. 넛맥(육두구란 향신료 )도 굉장히 유명해 음식 종류도 굉장히 다양하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인도네시아식 카레인 른당이 있다. 향신료를 사용해 인도와는 다른 느낌의 카레이며,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는 음식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한국 음식점에서 물을 공짜로 주듯, 인도네시아에서는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설탕 없는 차를 무료로 맛볼 수 있다.

Q. 인도네시아 발리는 한국 여행객이 자주 찾는 관광지다. 이 외에 혹 대사 개인적으로 추천할만한 여행지가 있나?

A. 인도네시아에는 관광지가 너무 많아 인도네시아인에게조차 추천해야할 정도다. 내 딸 역시 스위스에서 태어나 미국과 한국에서 공부하느라 인도네시아 관광지를 많이 못 가봤다. 그래서 현재 인도네시아 전국 일주 중인데 다 돌아보는데 한 1년 정도 걸릴 것 같다.

특별히 여행지를 추천하자면 젊은이들이나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수마트라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 토바호수를 추천하고 싶다. 또 해양스포츠를 좋아하거나 바다나 자연경관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와카토비와 파푸아에 있는 라자암팟을 추천한다. 한국인은 발리를 많이 찾는데 사실 한국인이 찾는 곳은 발리의 극히 일부다. 나 역시 못 가본 곳이 많은데, 지난주에는 인도네시아에 나가 있는 김창범 대사와 통화하니 9월에 대사관 직원들과 한 달간 자바섬을 돌아볼 예정이라 하기에 부럽다고 했다. 발리는 휴양지 면모 외에 예술적으로도 뛰어나기 때문에 지난해에는 발리 전통악기인 ‘가믈란’을 다룬 영화 ‘발리:천상의 울림 (Bali : Beats of Paradise)’을 내가 직접 제작해 4월 한국에서 개봉하기도 했다.

Q. 인도네시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거나, 감명 깊게 읽었던 책 세권 정도 소개 부탁한다.

A. 첫 번째 책은 한국인이 쓴 왜 세계는 인도네시아에 주목하는가이다. 방정환씨가 인도네시아에서 일하면서 느낀 인도네시아의 경제적인 면을 다룬 책이다. 두 번째 책은 인도네시아의 문화·사회적인 측면을 다룬 인도네시아 그 섬에서 멈추다이다. 사실 인도네시아를 다룬 책이 시중에 많지 않다. 특히 소설이 많지 않은데, 바라기는 양국 간 소설을 번역해 소개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소설이 픽션이긴 하지만 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해당국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누군가가 번역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나선다면 대사관 차원에서 도울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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