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왜 EXO나 빅뱅이 아닌 방탄소년단인가?
[리뷰] 왜 EXO나 빅뱅이 아닌 방탄소년단인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8.05 09:1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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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이들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한국에서 ‘빌보드 1위’라는 말이 들렸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들은 내는 앨범마다 ‘빌보드200’(미국 <빌보드>지에 실리는 음반 판매량 순위) 1위에 오른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공연하러 다닌다. 그 인기는 동서양을 아우르며, 세계적으로도 전례 없는 성공기를 쓰고 있다. 이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조금 의아하다. 엑소도 있고, 빅뱅도 있다. 전부 비슷비슷한 아이돌인 것 같은데, 왜 굳이 방탄소년단인가.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신문>을 거쳐 현재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로 있는 서병기가 그 대답을 해줄 수 있을듯하다. 그가 이번에 방탄소년단과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물론 전 세계에 있는 ‘아미’(A.R.M.Y: Adorable Representative M.C for Youth, 청춘을 위한 사랑스러운 대표자, 방탄소년단 팬클럽)들을 인터뷰해 방탄소년단이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다각도로 분석한 책을 써냈다. 서병기는 “이 책은 방탄소년단을 다각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해 한국 아이돌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제시하려 한다”고 서두에 밝힌다.  

‘떡밥소년단’. 저자가 생각하는 방탄소년단이 성공한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떡밥’이다. 여기서 ‘떡밥’이라 함은 방탄소년단과 관련한 사진이나 영상, 텍스트로 이뤄진 콘텐츠들이다. 서병기는 “이들만큼 방대하게 ‘떡밥’을 투척하는 가수는 드물다”며 “그 덕분에 ‘입덕’(팬으로 입문)이 용이해지고 팬들의 ‘덕질’(팬 활동)은 풍성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떡밥’은 주로 5일 기준 구독자 수가 2,100만명에 육박하는 유튜브 채널 ‘방탄TV’와 네이버 ‘브이라이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뿌려진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정식활동을 하지 않을 때조차 ‘방탄TV’ 채널의 ‘방탄밤’(BANGTAN BOMB)이나 ‘방탄로그’(BANGTAN LOG) 등에 활발하게 영상을 올리며 마치 영상일기를 쓰듯 자신들의 일상을 알린다. 생방송을 마치거나 공연이 끝나고도 ‘브이라이브’나 SNS를 통해 늦은 시간까지 팬들과 소통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곧 뿌려진 떡밥은 대어를 낚는다. 각국의 ‘아미’들이 방탄소년단이 내놓은 ‘떡밥 영상’을 ‘리액션 영상’(특정 영상을 보고 누군가 반응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 등으로 가공해 수천 개의 영상이 수백만 개의 영상으로 재탄생한다. 

‘머리 잘 쓰는 아이돌’. 서병기는 방탄소년단이 성공할 수 있었던 두 번째 이유로 ‘머리’를 꼽았다. 저자는 “과거에는 춤 잘 추고 노래 잘하는 아이돌을 선호했다. 반복 훈련의 루틴(routine)은 여전히 필요하다”며 “(그러나) 지금은 여기에 ‘머리 좋음’, ‘머리 잘 씀’이라는 덕목이 추가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가 말하는 ‘머리’는 아이큐(IQ)가 아니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해석하고 그 일들에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한 기자회견 때 노래 속 키워드인 ‘축제’를 인간의 삶과 연결해 설명하는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을 칭찬하며 “이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평소 독서와 사색을 꾸준히 하면서 자신과 끊임없는 대화를 했기에 가능한 경지”라고 말한다. 

세 번째 성공 이유는, 멤버 한 명 한 명이 모두 자신만의 콘텐츠를 창조할 수 있는 ‘아티스트’라는 점이다. 현대무용으로 부산예술고에 수석입학한 ‘지민’은 새벽까지 혼자 안무를 짜는 안무가다. 2015년 발매된 앨범 ‘화양연화 pt.1’의 3번 트랙 ‘잡아줘’와 같은 해 발매된 앨범 ‘화양연화 pt.2’의 타이틀곡 ‘런’, 2016년 발매된 앨범 ‘윙스’의 5번 트랙 ‘스티그마’ 등의 작곡에 참여한 작곡가 ‘뷔’, 빌보드 기자가 인정한 실력의 메인 보컬 ‘정국’, 자기 생각을 실랄한 랩 가사로 토해내는 ‘RM’과 ‘슈가’, ‘세계에서 가장 조각 같은 얼굴’로 선정된 진, 관객의 흥을 띄우는 데 재능이 있는 ‘제이홉’, 멤버 일곱 명이 각자 빛나는 색깔들을 내며 뭉치고, 무지개처럼 빛난다.

이 외에도 저자는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철학적 가사를 담고 있어 분석의 대상이 된다는 점 ▲멤버들이 꾸준히 선행과 기부를 하며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점 ▲시상식마다 진솔한 수상소감을 내놓는 점 등을 방탄소년단 성공 이유로 들었다. 왜 엑소나 빅뱅이 아닌 방탄소년단인가. 그야말로 이유 있는 성공이다.  
   
『방탄소년단과 K팝』
서병기 지음│성안당 펴냄│336쪽│18,000원

*해당 기사는 <공군> 7월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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