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Mnet,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했나?... 정권도 무너뜨렸던 ‘불신’ 
기로에 선 Mnet,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했나?... 정권도 무너뜨렸던 ‘불신’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7.22 14:25
  •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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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net]
[사진=Mnet]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1960년 3월 15일, 역사적인 제4대 대통령·부통령 선거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다수의 투표소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야당 참관인이 밖으로 쫓겨났고, 선거에 익숙하지 않은 국민과 문맹자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3~5인씩 조를 묶어 투표를 진행, 자유당에 매수된 조장은 자연스럽게 자유당에 대한 투표를 유도했다. 뇌물 살포는 기본이고 심지어 죽은 사람 이름을 선고인 명단에 올려 자유당 득표율을 높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개표소에서도 계속됐다. 고의 정전을 틈타 투표함을 바꿔치기하고, 검표원을 매수해 야당표에 인주를 묻혀 무효표로 만들었다. 또 야당표를 여당표로 셈하는 대담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결과는 여당인 자유당의 압승. 선거 조작에 너무 힘쓴 나머지 이기붕 자유당 부통령 후보의 경우 득표율이 99%를 기록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유권자 수보다 득표수가 더 많은 115%를 달성하기도 했다. 당황한 정부는 득표율을 이승만 80%, 이기붕 70%로 적당히 줄여 발표해 국민을 우롱, 결국 4·19혁명으로 비참한 말로를 맞았다. 해당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부정선거로 공정선거에 대한 비관적 인식을 높이는 사례로 작용했다. 

그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2019년 이번에는 연습생의 가수 데뷔를 위한 투표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청자 투표를 통해 다수 득표한 연습생에게 가수 데뷔 기회를 부여하는 Mnet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스X101’ 최종회에서 석연찮은 결과가 나온 것. 시청자가 100원의 유료문자를 통해 투표한 결과에서 특정 득표수 차가 반복되는 결과가 확인됐다. 득표수 차가 2만9,978표가 다섯 번, 10만4,922표와 7,494표, 7,495표, 11만9,911표가 각각 두 번씩 집계됐다. 지지하는 연습생에게 개별 투표하는 방식에서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석연찮은 결과가 나오면서 ‘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온라인상에서는 방송 주관사인 Mnet에 대한 해명요청이 줄을 이었다. 온라인상에는 “1~20위 투표수 격차가 2만9,978... 7,494로 똑같은 건 로또 당첨 확률보다 100배나 높다. 이런데도 투표조작이 아니라고 하면 살인자가 증거가 명백해도 난 살인자 아니라고 하는 거랑 뭐가 다름?” “이런 사기극을 용납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객관적인 자료 다 공개해라. 통신사데이터, 지마켓 온라인 투표수 다 공개해라” 등의 항의가 빗발쳤다. 디시인사이드 ‘프로듀스X101’ 갤러리 팬들은 “데뷔는 연습생들의 꿈일 뿐 아니라 팬들의 목표이기도 했다. 투표수 조작 의혹은 연습생 데뷔를 위해 달려온 국민 프로듀서들에 대한 기만으로 생각된다”는 성명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프로듀스X101'은 지금까지 시즌4까지 방송됐으며, 그 결과로 워너원, IOI 등 유명 그룹을 배출해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런 전례로 비춰볼 때 데뷔를 바라는 연습생에게 ‘프로듀스X101’은 어찌 보면 인생 일대의 기회였고, 그런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의 마음도 간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 만큼 그 과정은 공정해야 했지만, 조작 의혹이 일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의혹에 대해 Mnet은 별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Mnet 관계자는 “문자 투표 관련해 (조작 ) 의혹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데이터를 계속 확인해봤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문자 투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조작도 없다”고 일간스포츠를 통해 밝혔다. 이어 “여러 번 득표 차가 반복되는 것은 신기하지만 그게 있는 그대로의 점수라 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팬들은 문자 투표가 유료로 진행된 만큼 Mnet에서 성의 있는 해명자료를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Mnet 관계자는 “공식 입장을 내도 의혹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 따로 (해명을) 내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문제가 없고 해명해도 안 믿을 거잖아. 그러니까 해명 안 해’라는 태도에 “프로듀스 폐지하라”는 강경한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종영한 ‘프로듀스x101-시즌4’는 온라인 투표와 문자 투표 등의 합산 점수를 토대로 그룹 ‘엑스원’으로 데뷔할 열한명을 확정했다. 100여명의 연습생과 그들의 데뷔를 바라는 수많은 팬은 지난 3개월간 가슴 졸이는 시간을 보냈지만, ‘투표 조작 의혹’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탈락의 고배를 마신 사람은 물론 어렵게 데뷔 기회를 얻은 연습생 역시 마냥 기뻐하기에는 뒷맛이 ‘씁쓸’하다. 

대통령 표창을 두 번이나 받은 이광복 작가는 책 『천수경에서 배우는 성공비결 108가지』에서 “일각에서 공정사회를 외치고 있다. 이는 곧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결정적 반증이다. 만약 우리 사회가 공정하게 유지돼 나왔다면 구태여 공정사회 실현을 구호로 내세울 필요가 없다”며 “우리 사회에는 쉽게 해결하지 못할 고질병이 있다. 편 가르기, 줄 세우기, 패거리 작당으로 끼리끼리 ‘해먹는’ 작태가 보편화돼 있다. 심지어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고약한 풍조까지 만연돼 있다”고 말한다. 

설령 투표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 해도, ‘공정성’을 의심하는 팬들의 ‘해명 요구’에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지난 3개월, 아니 지난 수년(시즌4 )의 시기를 함께해온 팬들에 대한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 이승만 정권의 몰락을 초래한 4·19혁명의 표면적 원인은 ‘부정 선거’였지만, 본질적 원인에는 ‘대중의 불신’이 자리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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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ㅅ 2019-07-23 23:54:10
기자님 기사 감사드립니다

백여사 2019-07-23 20:58:31
묵묵부답이 이런거군

너굴 2019-07-23 20:05:16
엠넷은 빨리 상황파악 하고 해명해라

올해의 기자상 2019-07-23 16:28:19
올해의 기자상 받으세요 작가님 감사합니다 정말

황사라 2019-07-23 11:15:21
좋은 기사 감사드려요 빨리 해명문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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