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보는 당신, 외로운 겁니다… ‘과함’은 ‘외롭다’는 방증
‘먹방’ 보는 당신, 외로운 겁니다… ‘과함’은 ‘외롭다’는 방증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7.0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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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먹방'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화면 캡처 [사진= 유튜브]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엄청난 음식을 쌓아놓고 혼자서 전부 먹어치우는 ‘먹방’(‘먹는 방송’의 줄임말). 언젠가부터 시작된 이 ‘먹방’ 인기가 올여름에도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재미있는 사실 하나가 화제가 되고 있다. ‘먹방’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인기라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채식 열풍은 스쳐 지나가고, 우리나라는 오히려 폭식에 열광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공교롭게도 국민 비만율도 2008년 21.6%에서 지난해 31.8%로 십년 동안 증가 추세. ‘먹방’ 유행이 ‘과식 열풍’으로 이어지는지, 혹은 ‘과식 문화’가 ‘먹방’의 유행을 만들었는지 그 인과관계는 잘 파악되지 않지만, 국민 열명 중 세명이 비만인 가운데 ‘먹방’이 유행하는 ‘과한’ 식문화가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단원 김홍도가 그린 '점심' [사진= 생각정거장]

이 ‘과한’ 식문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우리 조상들이 예로부터 찢어지게 가난했기 때문에 먹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능한 한 많이 먹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조상들로부터 ‘과식 문화’를 물려받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난히 큰 밥그릇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조선 후기 화가 김홍도의 그림 ‘점심’, 조선 사람들이 하루에 쌀 1되(1.8리터)를 먹었다는 이덕무의 『양엽기』, 역시 조선사람들의 식사량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많았다고 증언하는 이익의 『성호사설』 등 일부 역사 기록물은 우리 조상들의 식사량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케 한다. 

그런데 이 설명은 그다지 와닿지는 않는다. 과거 백성들이 풍족하게 먹을 만큼 부유했던 나라는 세계적으로 그리 많지 않았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어려웠고, 생존을 위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많이 먹어둬야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식문화는 전 세계적이어야 한다.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만 유독 조상들로부터 이 ‘과한’ 식문화를 물려받았다는 설명은 말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족한 지금까지 그 ‘과식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설명하지 못한다.

심리학자 이장주는 책 『퇴근길 인문학 수업-관계』에서 “무언가를 먹는 행위가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해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며 대한민국 사람들이 과식하는 원인을 ‘외로움’이라고 지적한다. 이장주는 또한 “먹방의 인기는 현대인의 정서적 허기, 즉 외로움을 방증한다”며 “먹방에 등장하는 음식의 양은 시청자들이 느끼는 외로움에 비례해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즉, 외로우니 더 먹고, 또 외롭기 때문에 많이 먹는 누군가를 ‘먹방’을 통해 시청한다는 설명인데, 실제로 인간은 먹음으로써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다. 과학적으로 음식이 위와 장으로 흘러 들어가면 ‘관계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이 옥시토신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거나 포옹할 때도 분비되는데, 혈류를 증가시키고 불면증을 해소하며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등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또한, 이장주에 따르면 다른 사람이 먹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도 옥시토신이 분비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때문에 외로운 사람들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얻지 못하는 옥시토신을 폭식과 ‘먹방’을 통해 찾으려 한다는 설명은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정말 외로울까? 사람이 누군가와 엉켜 사는 존재라고 한다면 혼자 살아서 외로울 수도 있다. 통계청이 지난 25일 발표한 ‘2018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고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1인 가구 수는 578만8,000가구로,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2%였다. 이는 1년 전보다 3.1%(17만4,000가구) 증가했으며, 15년 전인 2005년(약 20%)보다 10% 정도 증가한 수치다. 

미국 시튼홀대학에서 방송학을, 뉴욕대 대학원에서 미디어생태학을 공부한 김용은 수녀는 책 『어쩌면 조금 외로웠는지도 몰라』에서 “인간은 대상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영국의 심리학자 로널드 페어베언의 말을 인용하며 “아이는 몸이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지만 마음이 아프면 어떤 대상을 찾아나선다”며 “슬프고 외롭고 우울한 감정을 마주하기에는 자아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수녀는 “자기 마음을 스스로 직면하고 달래주기가 부담스럽고 버거워서 외부의 어떤 대상을 찾아 헤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먹방’의 유행이 우리의 외로운 마음을 대변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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