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참 많은데, ‘좋은 책’을 읽고 있나요?… 국립중앙도서관 6월 사서추천도서
책은 참 많은데, ‘좋은 책’을 읽고 있나요?… 국립중앙도서관 6월 사서추천도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6.09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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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좋은 책을 읽지 않는다면, 책을 읽는다고 해도 문맹인 사람보다 나을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저자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말했다. 영국의 저술가 에드윈 팩스톤 후드는 “읽을 책을 고를 때는 친구와 사귈 때 못지않게 조심해야 한다. 우리의 습관이나 성격은 친구보다 오히려 책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는 “한 시간이라도 너절한 책을 읽어서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해의 절반이 흘러가고 있는 6월, 벌써 책 몇 권을 읽었고, 어떤 책이 재미있었는지 이야기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런데 “지금까지 좋은 책을 읽어 왔는가?”라고 질문하면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책이란 무엇인가. 소설 『변신』의 저자 프란츠 카프카는 “우리 머리에 주먹질을 해대는 책이 아니라면, 우리가 왜 그런 책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라고 질문했고 소설 『보바리 부인』의 저자 귀스타브 플로베르 역시 “어떤 책이 좋은지 판단하는 기준은, 그 책이 얼마나 강한 펀치를 당신에게 날리는가 하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소설 『폼페이 최후의 날』의 저자이자 영국의 정치가 에드워드 불워 리턴은 “과학이라면 가장 새로운 것을 읽고, 문학이라면 가장 오래된 것을 읽는 편이 좋다”고 권했다. 독일의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모든 위대한 책은 그 자체가 하나의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머리에 강한 펀치를 날리고 있는지, 혹은 당신을 행동하게 하는지…. 무작정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무 책이나 읽다가 ‘좋은 책’을 읽을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잘 모르겠다면, 늘 많은 책과 부대끼는 사람들의 책 추천을 참고해보자.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이 선정한 6월의 책들을 가져왔다.     

■ 줄리아나 도쿄
한정현 지음│스위밍꿀 펴냄│292쪽│12,000원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데이트 폭력을 당한 한주는 그 충격에 그만 한국말을 완전히 잊고 일본어만을 말할 수 있는 ‘외국어 증후군’에 걸린 채 도쿄로 떠난다. 그곳의 한 서점에서 일하게 된 것이 유키노와의 첫 만남이었다. 두 사람은 국적도 성별도 성정체성마저도 다르지만 서로에게는 애써 상처를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과 서로를 필요로 하는 마음에 한집에서 함께 살게 된다. 그러나 어느 날 유키노가 갑자기 모습을 감추고, 한주는 사라진 유키노를 찾아 나선다.
이 소설의 제목인 ‘줄리아나 도쿄’는 1991년부터 1994년까지 도쿄에서 인기를 끌던 나이트클럽 이름이다. 한주와 유키노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사람들이 나이트클럽을 중심으로 연결된다. 소설에는 데이트 폭력과 성소수자, 미혼모, 기지촌과 성매매 여성, 전태일과 전공투(전국학생공동투쟁회의, 1960년대 말 일본의 학생운동단체) 등 묵직하고 민감한 소재들이 교차한다. 

책 속 한 문장

“자리를 끊임없이 선택하지만 그곳에 완벽히 소속되지는 못하는 삶들. 어째서 모든 선택들이 전부 ‘진짜’가 될 수는 없는 걸까.” <188쪽>

■ 체리 토마토 파이
베로니크 드 뷔르 지음│이세진 옮김│청미 펴냄│256쪽│13,800원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 홀로 사는 잔 할머니는 아흔 번째 봄을 맞던 날 일기를 쓰기로 결심한다. 일기 속 잔 할머니는 집 앞의 밭을 가꾸고, 동네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며 소소한 일상을 즐긴다. 그뿐만 아니라 아흔 살의 나이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러다 운전이나 요리처럼 예전에는 쉽게 하던 일에서 실수하면 좌절하기도 한다. 한편 여느 노인처럼 잔 할머니도 함께 퍼즐 게임을 하던 동네 친구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등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경험한다. 그리고 잔 할머니는 담담하게 슬픔을 표현하며 죽음에 대해 고민한다. 지나간 청춘을 그리워하기도 하지만, 결코 노인이 된 자신을 쓸쓸해 하거나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계절 동안 소소한 일상으로 채워진 잔 할머니의 일기는 노년의 삶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아흔 살 잔 할머니의 일상을 담담하게 풀어낸 이 책을 통해 다가올 노년을 어떻게 맞이하면 좋을지 고민해 보는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

책 속 한 문장

“막막한 우주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가 비워진다. 흡사 내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은 것처럼.” <180쪽>

■ 미술관에 간 심리학
윤현희 지음│믹스커피 펴냄│352쪽│17,800원

3만5,000년 전 인류가 그린 동굴벽화에는 코뿔소, 무소 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당시 먹고 살 식량을 구하고 싶었던 인류 조상의 염원이 담긴 것이다. 
구석기 시대 동굴벽화처럼 화가가 그림에 풀어놓은 생각을 보면 화가의 인생과 역사를 알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한 저자는 심리학이라는 렌즈를 끼고 19세기부터 20세기 초 미술을 여행한다. 빈의 향락을 담듯 화려한 색감을 주로 썼던 클림트가 말년에 전원의 풍경을 그린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반고흐는 왜 푸른색 물감을 많이 썼는지, 뭉크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우울, 공포, 불안이 실제 그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등 화가와 그의 작품을 심리학적으로 바라보며 작품에 투영된 화가의 영혼에 공감하는 것이다.  
본문을 읽기 전 책에 담긴 다양한 작품들을 보면서 화가와 먼저 소통해도 좋다. 화가가 작품으로 건네는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공감과 치유의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소박한 사물들 위에 오래 머물렀던 반 고흐의 시선은 평온한 행복을 내게 전한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감사를 전한다.” <218쪽>

■ 그림 속 드레스 이야기
이정아 지음│디지털북스 펴냄│352쪽│20,000원

미국 인문학자인 엘렌 디사나야케는 인간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위를 본능적이라고 정의했다. 왜냐하면 그는 인간이 아름다움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의미를 재현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인간은 점점 더 자신의 존재와 행위에 의미를 찾게 되는데 여기에서 패션은 자신을 타인에게 보여 주는 방법이자 수단이었다.  
저자는 여러 세기에 걸친 화가의 그림을 통해 시대 분위기와 맞물린 인간의 미적 추구의 결과물로서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길버트 스튜어트가 그린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에서 그의 옷깃이 하얀 이유와 윌리엄 호가스의 그림 ‘그레이엄 가의 아이들’에서 한껏 멋을 낸 아이들의 모습이 불편하게 다가오는 이유, 15세기 여자들 머리의 양의 뿔 같은 헤드드레스에 대한 이야기들은 아름다움을 갈망한 인간의 모습이 때로는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기괴한지를 느끼게 한다. 
수백 년간 세월이 담긴 그림을 28가지 주제로 엮은 책을 다 읽어 갈 때쯤이면 기존에 아름답게만 보였던 그림들이 완전히 새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유행과 패션이 돌듯 그림 속 유명 인물들의 모습과 당대의 인간사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발견할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그가 그린 올랭피아는 파리 한복판을 살아가는 동시대의 여인들의 모습이자 현실의 자화상이었다.” <84쪽>

■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
박정훈 지음│빨간소금 펴냄│264쪽│13,000원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제가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주 52시간 근무를 하고 최저 시급 1만 원을 받는 것이 가능할까? 그런 사회가 되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걸까? 이 책은 최저 임금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알바’라는 직업을 무시하는 사회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알바’는 아르바이트의 줄임말로 시급을 받는 근로자를 부를 때 흔하게 쓰이는 단어다. 사전에서는 아르바이트를 ‘학생이나 직장인 등이 돈을 벌기 위해 학업이나 본업 이외에 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IMF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알바’를 본업으로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기술의 발달은 ‘플랫폼 노동’이라는 새로운 노동 시장을 구축했고, ‘라이더’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기도 했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노동 환경은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사회적으로 비중이 커지는 새로운 노동 형태를 ‘알바’라는 단어로 격하시키고 ‘비정상’이라고 하면서 다가오는 5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할 수 있을까? ‘알바가 직업이 되는 세상’.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노동 시장을 바라보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 속 한 문장 

“우리는 늘 질문을 스스로에게 또는 우리보다 약한 자들에게 던졌다. 나에게 능력과 자격이 있느냐고. 이제 그 질문을 세상에 되돌려줄 차례다. 우리의 다양한 삶을 받아들일 자격과 능력이 있는가? 전환해야 할 것은 내가 아니라 세상이다.” <220쪽>

■ 조선의 밥상머리 교육
김미라 지음│보아스 펴냄│300쪽│15,000원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교육열이 높지만, 가장 중요한 인성 교육은 외면하고 있다. 기본적인 품성과 인륜을 가르쳐야 할 가정과 학교에서조차 오로지 입시 위주의 교육과 성공만을 강조한다. 이 책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배우는 삶의 지침서 『격몽요결』, 평생을 좌우할 바른 생활 습관을 길러 주는 『사자소학』, 생각의 힘을 길러 주는 한시 입문서 『추구』 등 8편의 조선시대 동몽교재와 중국의 어린이 학습서 『명심보감』 『소학』 『삼자경』 3편을 바탕으로 조선시대 교육에 대해 심도 있게 소개함으로써 사람들과 소통하며 더불어 사는 능력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한순간의 성공이 아니라 한평생을 잘 살아가기 위한 가르침을 주고 인성을 형성해 주는 것이 올바른 교육이고, 그 답을 조선시대 교육서에서 찾고자 했다. 이 책은 ‘갑질’ ‘왕따’ ‘반인륜 범죄’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지침서가 돼 줄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사람 안에 내재한 인간성을 회복하는 길이 기계와 경쟁해야 하는 미래에 살아남는 방법이기도 하다.” <25쪽>

■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유성호 지음│21세기북스 펴냄│280쪽│16,000원

의문스러운 사건이 일어나면, 법의학적 자문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법의학자다. 이 책은 법의학자이자 의대 교수인 저자가 서울대학교에서 “죽음의 과학적 이해” 주제로 강의했던 내용을 담았다. 전반부에서 다소 생소한 법의학을 설명하고 법의학자로 담당했던 사건을 소개한다. 후반부는 통계, 각종 연구내용을 근거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보이는 죽음의 형태, 앞으로 과학의 발전과 함께 죽음의 의미는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예리하게 분석한다. 법의학자로서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저자는 개인의 죽음을 넘어 그 죽음을 둘러싼 사회적 영향, 죽음에 관한 인식 등 죽음을 주제로 다양한 철학을 전달하고 있다. 책 속에 소개된 인물 중 헤어디자이너 그레이스 리는 50대부터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지막을 설계하며 장례식에 국화보다는 장미를, 곡소리보다는 탱고를 준비하도록 했고, 마침내 뜻대로 자신의 장례를 치렀다. 죽음은 꼭 두려운 것만은 아니다. 삶의 마지막 여정이 죽음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고 산다면 오히려 현재의 삶을 더욱 온전하게 보낼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바라는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

책 속 한 문장

“나는 월요일마다 죽은 자들을 만나러 간다. 안타깝게도 그들에게 나는 죽어야 만날 수 있는 사람이다.” <27쪽>

■ 개와 사람의 행복한 동행을 위한 한 뼘 더 깊은 지식
마크 베코프 지음│장호연 옮김│동녘사이언스 펴냄│420쪽│19,800원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동물이다.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고, 각종 매체에서도 관련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개를 속속들이 안다는 믿음과는 달리 사람들은 아직도 적잖은 오해와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으며, 때때로 이 친숙한 동물이 감정과 마음을 가진 주체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놓치기도 한다.
저자는 40년 넘게 개를 관찰하고 연구해 온 동물행동학자로, 사람과 개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알아야 할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 특정 장소에서 코를 박고 킁킁거리는 개는 무엇을 느낀 것일까? 개들은 어떤 방식으로 놀며, 규칙 같은 것도 있을까? 저자는 모든 개를 일반화하는 것을 극히 경계한다. 따라서 개의 온갖 행동을 해석하는 명확한 매뉴얼을 내놓지는 않는다. 다만 다양한 관찰 사례와 개들이 풍부한 감정과 사유를 지녔다는 믿음을 토대로 개를 ‘읽을’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의 문을 열어 준다. 
사람의 시선을 잠시 내려놓고 개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고민하다 보면 이들에게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그 답을 찾는 여정에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돼줄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개에게 ‘마음을 쓴다’는 것은 이 놀라운 존재가 능동적 마음을 갖고 있으며 자동기계 장치가 아님을 충분히 인식한다는 뜻이다.” <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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