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전에 기안84 묻었다’ ‘엽떡은 남양’… ‘트렌드’가 된 불매운동
‘신전에 기안84 묻었다’ ‘엽떡은 남양’… ‘트렌드’가 된 불매운동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5.22 10:02
  • 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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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기안84를 모델로 쓴 '신전떡볶이' 홍보 포스터 [사진= 신전떡볶이]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이제는 기업에서 어떤 인물과 계약해 광고를 한다거나 다른 기업과 전략적 제휴 등을 맺어 협력할 때, 광고 모델이나 상대 기업이 어떤 ‘논란’을 겪고 있는지 더욱더 세세하게 따져봐야 할 성싶다. 더 이상 노이즈마케팅이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논란’이 있는 광고 모델이나 기업과 엮이면 곧바로 불매운동으로 이어진다.    

“신전떡볶이 모델 기안84, 신전 니가 날 배신했다. 불매합니다.” 
“신전떡볶이에 빠지기 시작했는데 기안84를 광고 모델로 쓴다 하네. 여성 혐오, 장애인 혐오, 외국인 노동자 혐오 그랜드슬램 달성자를.”
“신전떡볶이에 기안84 묻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 ‘트위터’에서는 최근 며칠 사이 이와 같은 ‘트윗’(트위터에 쓴 글 )이 활발하게 게재되고 있다. 이는 ‘신전떡볶이’(대표 하성호 ) 측이 만화가 기안84(본명 김희민 )를 광고 모델로 쓴 직후 나온 반응이다. 문제가 된 ‘신전떡볶이’ 광고 포스터에는 코미디언 박나래와 기안84가 함께 차에 타고 있는 모습 밑으로 “신전, 먹고갈래? 6월 1일 Coming Soon! 기대해주세요!”라는 카피(광고 본문 )가 나온다. 

그저 기안84를 광고모델로 썼다는 이유만으로 ‘신전떡볶이’ 측이 질타를 당하는 것이다. 기안84의 전력이 일부 소비자들에게 ▲여성 혐오 ▲미투운동 조롱 ▲장애인 차별 ▲이주 노동자 희화화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중 이주 노동자 희화화와 장애인 차별 논란은 모두 이달에 일어났다. 앞서 지난 14일 ‘네이버 웹툰’에 공개된 기안84의 웹툰 ‘복학왕’ 249화 ‘세미나2’에서 피부색이 검은 외국인 노동자가 회사가 연 ‘누추한’ 세미나에 눈물 콧물을 흘리며 좋아하거나, 조선족으로 보이는 노동자가 인형뽑기 기계를 맨손으로 때려 부수고 손에 피를 흘리며 인형을 가져가는 장면이 등장했는데, 이 장면이 ‘희화화’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문제가 된 것이다. 

또한, 249화보다 한 주 앞서 공개된 248화 ‘세미나1’에서는 한 청각장애인이 닭꼬치를 사 먹으면서 ‘하나만 머거야디’ ‘마이 뿌뎌야지’ 등과 같이 생각하는 것으로 묘사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사과를 요구하는 등 장애인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투운동 조롱 논란은 한 여성이 지난해 4월 자신의 SNS에 기안84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일어났다. 해당 게시물에 “미투 때문에 멀찍이 서서 찍어야 한다고 하신”이라고 적힌 것이 일부 네티즌들에게 ‘미투운동을 조롱한다’고 읽히며 문제가 됐다.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던 해였기에 그 파장이 컸다. 여성 혐오 논란은 과거 기안84가 블로그에 “기안84 뜻은- 논뚜렁이 아름답고 여자들이 실종되는 도시 화성시 기안동에 살던 84년생”이라고 적은 글을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여성 혐오로 받아들여지면서 시작됐다. 기안84는 이러한 논란들에 대해 사과문을 게재하고 일부 웹툰 내용을 수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과했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물론, 해당 논란은 모든 소비자들의 생각이라고 볼 수 없지만, ‘신전떡볶이’ 측이 기안84를 계속 모델로 기용하는 이상 불매운동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과거 ‘신전떡볶이’와 비슷한 논란이 불거진 회사들에 대한 불매운동이 여전히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가 문제가 없더라도 논란이 있는 업체나 인물과 협력하면 바로 지속적인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일례로, ‘동대문엽기떡볶이’(대표 금교일 )에서 음식을 시키면 ‘남양유업’(대표 이광범 )의 음료 ‘써핑쿨’을 서비스로 준다는 이유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동대문엽기떡볶이’ 불매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대리점이 주문하지도 않은 제품을 강제로 할당하고 판매를 종용해 지난 2013년 논란이 된 이른바 ‘남양유업 밀어내기 갑질 사건’(일부 피해 대리점주들은 ‘남양유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한 데 이어 지난해 5월 2심에서도 승소했다 )과 과거 ‘남양유업’에서 여직원이 결혼을 하면 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임신한 여직원들은 퇴사를 하게끔 횡포를 부렸다는 의혹이 언론에 의해 제기된 사례 등이 여전히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육아휴직 후 부당한 인사를 당했다고 소송을 제기한 직원과의 1심 재판에서 ‘남양유업’이 패소한 사례 등도 ‘남양유업’뿐만 아니라 ‘엽기떡볶이’ 불매운동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및 ‘동대문엽기떡볶이’ 측에 수차례 연락을 했으나 관련 문제에 대한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반대로, 기업 때문에 광고 모델의 이미지가 흠집 나는 경우도 있다. 재판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 2017년 10월 사내 성폭행 혐의가 제기된 가구업체 ‘한샘’(대표 최양하·조창걸 )의 한 광고를 동물훈련사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가 맡았다는 이유로 일각에서는 강형욱 대표의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불매운동이 계속 발생하니, 비슷한 논란이 일면 되도록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는 말이 나온다. 예를 들어 ‘KT’(대표 황창규 )는 지난 9일 자사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과거 데이트폭행과 여성혐오 논란이 있었던 유튜버 ‘보겸’을 광고 모델로 내세운 홍보 영상을 게재했다. 이에 SNS와 ‘KT’ 고객센터에서 ‘KT’ 불매운동이 빗발쳤고 결국 ‘KT’가 10일 해당 영상을 내리고 소비자들에게 사과함에 따라 논란을 잠재울 수 있었다. 서울교통공사도 지난해 7월 ‘보겸’ 관련 광고를 지하철 역사에 걸었다가 쏟아지는 민원에 해당 광고를 제거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프로야구팀 ‘kt 위즈’는 ‘보겸’의 시구 계획을 발표했다가 역시 비난 여론이 일자 약 1시간 만에 ‘보겸’의 시구를 취소했다. 

김난도 교수는 책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2018년 트렌드로 제시한 ‘미닝아웃’(소비자가 과거 함부로 드러내지 않았던 자기만의 의미, 취향과 정치적 사회적 신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그에 따라 소비하는 행위 )이 2019년에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밝히고 있다. 그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 소비자가 많아짐에 따라 기업의 위기관리 대응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과거 같으면 조용히 넘어갔을 작은 문제들도 이제는 순식간에 사회적 이슈로 불붙곤 한다”며 “‘선한 경영’에 매진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응 방안이겠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신속하고 진정성 있는 사실 규명과 사과가 필수적이다”라고 역설한다. 기업인이나 개인이나 바뀌고 있는 소비자 트렌드를 직시하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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