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눈은 푹푹 나리고/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 한다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중략) 시인 백석의 대표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시다. 이 시는 바로 백석이 그의 연인 자야를 두고 쓴 시다. 시인 백석의 연인 자야 김영한, 그녀는 노년에 불교에 귀의해 법정스님으로부터 길상화라는 법명을 받게 된다. (중략) 그 후 자야는 법정스님에게 10년이란 세월 동안 간곡히 부탁해 1,000억원에 달하는 대연각을 시주해 길상사를 세우게 된다. (중략) 한 기자가 "천억원이나 되는 재산을 시주한 것이 아깝지 않은지, 어떤 마음으로 시주한 건지"묻자, "없는 것을 만들어 드려야 큰일을 한 것인데, 있는 것을 드렸으니 별일 아니다. 내 가진 모든 것이 그 사람 백석의 시 한 수만 못 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39~40쪽>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단추를 채우는 일이/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누군에겐가 잘못하고/절하는 밤/잘못 채운 단추가/잘못을 깨운다 - 천양희 「단추를 채우면서」
(중략)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말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곳이 없다"고. 우리는 괴테의 말에서 세상의 모든 일은 시작이 중요하다는 이치를 깨닫는다. <54~55쪽>
낙타를 타고 가리가, 저승길은/별과 달과 해와/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손 저어 대답하면서/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 신경림 「낙타」
(중략) 낙타는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적이 없는 존재다. 그는 세상사에 초연하려는 초월적 의지를 가지고 삶을 달관하는 존재이며, 저승길의 동반자이자 화자와 동일시되는 대상이다. 때문에 화자는 절대자, 즉 신이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돼 가겠다고 답한다. <106~107쪽>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단 하나의 시』
조서희 지음 | 아마존북스 펴냄│256쪽│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