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성균관대 교수 입시비리… 비교과 제외가 답
“엄마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성균관대 교수 입시비리… 비교과 제외가 답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3.2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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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성균관대 이 모 교수가 자녀의 대학과 대학원 진학을 위해 자신이 지도하는 대학원생들에게 논문 작성을 시키고 봉사활동을 하게 하는 등 입시부정을 저지른 것이 교육부 조사결과 드러났다. 그동안 대학교수 부모가 자녀 대학 입시에 필요한 스펙을 만들어줘 수시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시킨다는 의혹들은 많았지만, 정부 조사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이 모 교수의 딸 A씨는 고3 때 대학원생들이 대신 제작해준 국제청소년학술대회 논문 발표자료로 ‘우수청소년과학자상’을 받았고, 해당 수상 실적으로 2014년 대입에서 특기자전형(과학인재특별전형 )에 지원해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 비슷한 부정은 학부뿐만 아니라 대학원 입학을 위해서도 이뤄졌다. 대학원생이 작성했지만 학부생 A씨의 이름으로 국제학술지에 실린 논문과 대학원생의 대리 봉사활동 실적으로 A씨는 서울의 유명 치의학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었다. A씨는 해당 논문으로 대학면역학회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상까지 받았다.

“예서 어머니,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해당 입시 부정을 보고 지난달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합격률 100% 입시코디네이터 김주영의 대사가 생각난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자신을 ‘전적으로 믿으면’ 자녀를 원하는 대학에 보내주겠다는, 서울대 입학사정관 출신 입시코디네이터 김주영은 학부모 사이에서 신처럼 여겨졌다. 학부모들은 김주영이 합격시킨 학생의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 포트폴리오를 얻기 위해 신경전을 벌였고, 수억원을 지불하더라도 김주영이 자녀의 코디네이터가 되길 바랐다. 김주영은 그 기대에 부응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입시제도의 허점을 공략했다.  

드라마의 파급효과는, 방영 당시 입시 코디네이터가 실제 있느냐 없느냐 하는 논란을 일으켰다. 그에 대한 답으로 ‘입시코디네이터는 실제 있긴 하지만, 드라마상의 입시코디네이터는 비현실적이다’라는 결론이 났지만, 국민들이 정말 궁금했던 것의 본질은 ‘과연 부가 세습되듯 교육의 기회도 세습되는지’, ‘대한민국에 교육기회의 평등이 실현되고 있는지’였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 질문에 대한 대강의 답을 알고 있다. 드라마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그동안 부모의 재력 등 소위 능력으로 자녀의 입시결과가 좌지우지된 입시부정 사례와 입시부정을 위한 것이라고 의심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해 대학에서는 입시부정 이슈가 회자되고, 지난해 교육부 조사에서 대학교수들이 미성년자인 중·고교생 자녀를 자기 논문의 공동 저자로 올린 경우가 무려 139건이나 적발되기도 했다. 이번 성균관대 교수 입시부정 사건은 대한민국에서 교육의 기회가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을 더욱 보강하는 또 다른 증거일 뿐이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런 대한민국의 입시 부정을 끊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모집 인원이 전체 신입생의 76.2%에 달할 정도로 활성화된 입시제도이자 늘 문제가 발생하는 ‘수시’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수시’는 학종과 논술전형, 특기자전형 등으로 나뉘며, 수능성적 위주로 뽑는 ‘정시’와 달리 내신과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자기소개서, 추천서, 수상경력 등 교과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교과 요소들을 반영해 뽑는 제도다. 정확한 기준에 따라 점수가 나오는 정량평가가 아니라 기준이 모호한 정성평가이기에 드라마에서처럼 부모의 재력이나 학력 등 능력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내신 공부나 수능 공부를 하기도 바쁜 아이들이 수상경력이나 추천서, 자기소개서, 봉사활동, 외부 동아리활동 등에 신경 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부모들의 지원이 큰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에 따라 수시제도의 개선방안은 제각기 상이하지만 공통점은 있다. 바로 학종 등 ‘수시’ 제도에서 비교과를 제외하거나 비교과 평가방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우리 교육 100문 100답』의 저자 이범 교육평론가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학생부종합전형의 현실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부모의 학력이나 사교육의 정도에 따라 독서이력이나 수상이력 등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외부 여건에 따라 성취가 다른 것은 수능이나 내신도 마찬가지지만, 이들은 ‘인터넷 강의’ 등 무료이거나 저렴한 대체물이 있는 반면, 수상이력이나 자기소개서 등은 대체물이 없다”고 말하며 비교과를 학종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했다. 

이범 교육평론가처럼 대한민국 입시 문제에 대해 책을 쓴 다른 작가들도 한목소리를 낸다. 교사 노기원은 그의 책 『입시,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서 민주시민을 위한 전인교육과 교육의 균등을 실현하기 위해 “교과 내신만을 통한 대학 선발제도”를 주장한다. 책 『입시의 몰락』에서 이현 우리교육연구소 소장도 학종으로 대표되는 수시전형을 “주관적으로 작성된 입시 서류를 주관적으로 판단해 합격과 불합격을 가리는 깜깜이 전형”이라며 비교과 영역의 투명하고 공정한 변화를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산하 참교육연구소의 입시연구팀은 책 『대한민국 입시 혁명』에서 독일의 아비투어와 프랑스 바칼로레아 등 다른 나라의 입시제도를 살펴보며 “대입 전형을 수능과 내신전형으로 간소화하되, 수능시험은 논술형 자격고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수시제도가 교육기회 균등을 해치고 비리와 연결되는 이상 성적으로만 학생을 평가하지 않겠다는 한 차원 높은 대입 제도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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