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에게 듣는다]#16 늘어나는 성추행 범죄, 천차만별 양형 기준…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
[변호사에게 듣는다]#16 늘어나는 성추행 범죄, 천차만별 양형 기준…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
  • 박재현
  • 승인 2019.03.18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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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회 · 문화적 현상들이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본 칼럼은 ‘책으로 세상을 비평하는’ 독서신문이 형사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책에서 얻기 힘들었던 법률, 판례, 사례 등의 법률 정보를 독자들에게 전달해 사회 · 문화적 소양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편집자 주>

최근 성추행 등을 비롯한 성범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하루 평균 80건 정도의 성범죄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미투 운동’의 확산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성범죄 피해 신고가 이루어지는 것 등이 이러한 추세의 한 원인이 되었다. 특히, 이른바 ‘성추행’으로 알려져 있는 강제추행죄는 특히 급격하게 발생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 성립하는 성범죄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할 것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 행위라고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 추행’도 강제추행으로 인정된다. 미성년자를 강제로 추행한 경우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등으로 더욱 무겁게 처벌된다.
 
강제추행 사건에서 사안이 비교적 경미한 경우에는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았고, 징역형이 선고되어도 집행유예가 함께 선고되는 등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최근 3년간의 사법연감 자료에 의하면, 강제추행 등 성범죄로 실형이 선고된 비율은 20% 정도였고, 집행유예(34.5%)나 벌금(33%)이 선고되는 경우가 더욱 많았는데 ‘강제추행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비율만 보면 20%보다 현저하게 낮았다.  

그런데 최근 대전의 한 곰탕집에서 여성의 엉덩이를 만진 혐의로 기소된 A씨가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 되는 사건이 있었다. 일명 ‘곰탕집 사건’이라 불렸던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데, A씨의 부인은 설령 남편이 여성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하더라도 징역 6개월을 선고 받은 것은 너무 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제추행 사건에서 어떠한 경우에 벌금형이 선고되고, 어떠한 경우에 실형이 선고되는 것인지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대법원에서는 양형기준을 마련하여 선고형에 대한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양형기준에는 권고적인 효력밖에 없으므로 해당 재판부의 사정에 따라 비슷한 사안에서 처벌 수위가 다소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고무줄 판결’이라고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위 양형기준에서는 추행의 정도가 약한 경우, 초범인 경우,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피고인이 진지한 반성을 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와 같은 가벼운 형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는 반면, 여러 피해자를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 계획적으로 범행한 경우, 청소년을 상대로 범행한 경우 등에는 원칙적으로 징역형 등과 같은 무거운 형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강제추행 혐의를 판단함에 있어 ‘무죄추정의 원칙’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피고인이 결백을 주장하다가 유죄가 인정되어 버리면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무거운 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많은데, 최근 강제추행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에만 너무 목소리를 기울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 또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제추행 등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이를 엄벌에 처할 필요성도 있지만,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법률지식이 풍부하지 않은 일반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강제추행 해당 여부와 처벌 수위를 결정하기 위한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재현 더앤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경찰대학 법학과 졸업
-사법연수원 수료
-前 삼성그룹 변호사
-前 송파경찰서 법률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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