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할 만큼 끊임없는 전쟁과 다툼의 연속이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평화로웠던 것도 아니었다. 반목과 갈등으로 각 나라는 국방력을 강화하고 군비를 증강하는 등 전쟁 대비에 열을 올렸다.
이 책은 자연 세계에서 일어나는 투쟁을 통해 인간의 호전성이 타고난 본성인지를 살펴보고,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전쟁이 일어난 원인을 분석해 전쟁이 인간의 가치관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밝혀낸다.
십자군 원정을 묘사한 그림이다. 저자는 "그림은 십자군을 대단히 성스럽게 묘사했지만, 사실 십자군은 불만이 가득한 귀족 기사와 한몫 잡아 보려는 모리배가 한데 섞인 불손한 군대였다"고 평가한다. 1905년 교황이 이교도와 맞서 싸우는 의로운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수천명이 십자군 대열에 합류했지만 기사 계급의 경우 종교적 이유보다는 물질적 이익이 컸기 때문이다. 당시 많은 기사가 장자 상속 전통 때문에 땅을 물려받지 못했다. 당시 몰락 귀족 대부분은 유대인에게 빚을 지고 있었기 때문에 십자군의 열기는 유대인을 향한 살인욕으로 치닫기도 했다. 십자군은 양심의 가책없이 유대인을 습격해 그들의 재산을 갈취했다.
유럽의 인종적 편견은 19세기 유럽의 군대가 식민지 대상으로 삼은 지역을 정복한 방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들은 스스로를 '문명인'으로 여겼고 식민지 주민을 '야만인'으로 간주해 잔인한 방법으로 정복했다. 저자는 "인간은 본성상 그런 구분을 좋아한다. 사람들은 세상을 '우리'와 '남'으로 나누고, 선(우리)과 악(남)으로 '가치 있는 사람'과 '무가치한 사람'으로 나눈다"며 "이런 식의 분류는 최악의 경우 '남'에게서 인간의 권리를 박탈해 버리는 결과를 낳으며, 그렇지 않다 해도 상대를 나보다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게 한다"고 말한다.
1871년 뒤늦게 식민지 쟁탈전에 뛰어든 독일은 1904년부터 1908년까지 유목 민족 헤레로족을 상대로 유례없는 말살 전쟁을 펼쳤다. 독일인들은 헤레로족의 땅을 빼앗고 노예로 부리며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이에 분개한 헤레로족이 백인 이주민 123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를 계기로 독일은 1904년 8월 1일 헤레로족을 포위하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살해했다. 또 사막의 오아시스를 점령한 채 살아남은 헤레로족을 고통스러운 갈증에 그대로 방치했다. 독일이 저지른 최초의 민족 말살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10년 전부터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인류 역사상 최고 수준에 달했다. 이 10년 동안 물리학과 화학 부문의 발견과 발명은 모두 전쟁에 응용됐다. 과학의 발전은 병사들을 토막내 으깨고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무자비한 무기는 군인들을 잔혹하고 질긴 인간으로 언제부터인가는 아예 무딘 전쟁 기계로 만들어 버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성을 잃어버렸다. 당시 장갑차 발명과 함께 독가스까지 전쟁에 이용되면서 막대한 사상자를 냈다. 독일의 영국 공습으로 발생한 사망자가 1,400명인 반면 독가스로 인한 사망자는 9만9,000명에 달했다. 전쟁은 탱크, 독가스, 전투기를 생산 기술을 향상시켰지만, 그 폐해가 적지 않았다.
『전쟁과 평화의 역사,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게르하르트 슈타군 지음 | 장혜경 옮김 | 이화북스 펴냄│344쪽│1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