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회 · 문화적 현상들이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본 칼럼은 ‘책으로 세상을 비평하는’ 독서신문이 형사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책에서 얻기 힘들었던 법률, 판례, 사례 등의 법률 정보를 독자들에게 전달해 사회 · 문화적 소양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편집자 주> |
군 성범죄, 즉 군에서 발생하는 강간, 강제추행 등 성 관련 범죄는 최근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군 성범죄는 군형법이 적용되므로 일반인의 경우보다 중하게 처벌받는다. 군대는 상명하복 조직이고, 조직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조직의 기강을 해할 수 있는 범죄에 대해서 일반 사회에서 발생하는 범죄보다 더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형법상 강간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반면, 군형법상 군인등강간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 군인등강제추행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군 성범죄에 대해서 중하게 처벌하고 있지만, 최근 군 성범죄가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더욱 중하게 처벌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군사법원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2013년 476명에 불과하던 군 내 성범죄자는 2017년 1,021명으로 5년간 2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급별 증가율을 보면 장교는 1.7배, 준, 부사관은 2.2배, 사병은 2.1배, 군무원은 6.2배나 증가하였다. 즉 계급에 상관없이 성범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해군본부 소속이었던 여군 대위가 자신의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여군 대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는 자신의 직속상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직속상관이었던 A 대령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여군 대위를 성폭행하였다. 이로 인하여 A 대령은 1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는 15년을 선고받았다.
또한 해군 사단장 B 준장은 서울의 한 식당에서 여군과 저녁을 먹은 뒤 복귀하는 차량에서 여군의 손을 만진 것으로 조사되어 보직해임 되었고, 해군뿐만 아니라 공군에서도 C 중령이 자신의 부하를 성추행한 혐의로 보직해임되어 군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군 조직의 폐쇄성과 계급 제도로 인해 군 성범죄의 피해자들은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신고하는 것에 대한 많은 부담을 느낀다. 대부분 상관이 부하에 대하여 성범죄를 저지르므로, 피해자들은 2차 피해의 위험에도 놓여있다. 그렇기 때문에 군 성범죄로 인해 피해자가 입는 고통은 일반인의 경우보다 더욱 심하고, 군 성범죄는 군의 단결과 사기, 명예에도 해를 끼치므로 반드시 근절해야 하는 범죄이다.
군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범죄를 행한 자를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과 더불어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군은 이와 같은 여론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계급과 상관없이 성범죄 예방교육 및 준법교육을 지금 보다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형식적인 교육이 아니라 처벌 수위와 실제 사례 등을 언급하면서 경각심을 심어주는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노력 없이 군 성범죄의 계속적인 증가를 막기는 어렵다. 선진강군을 육성하기 위해 외부적인 적과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력을 와해할 수 있는 내부의 적 또한 퇴치할 필요가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군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를 근절하는 것이다.
박재현 더앤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경찰대학 법학과 졸업
-사법연수원 수료
-前 삼성그룹 변호사
-前 송파경찰서 법률상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