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에게 듣는다]#7 체육계 성범죄 처벌 엄격해진다… 영구제명 등 범위도 확대
[변호사에게 듣는다]#7 체육계 성범죄 처벌 엄격해진다… 영구제명 등 범위도 확대
  • 박재현
  • 승인 2019.01.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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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회 · 문화적 현상들이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본 칼럼은 ‘책으로 세상을 비평하는’ 독서신문이 형사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책에서 얻기 힘들었던 법률, 판례, 사례 등의 법률 정보를 독자들에게 전달해 사회 · 문화적 소양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편집자 주>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미투’ 사건이 체육계를 강타하였다. 심석희 선수는 전 대표팀 코치인 조재범 코치가 빙상장 라커룸 등에서 자신을 성폭행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조 코치를 고소하였다. 대한체육회는 부랴부랴 진화용 대책을 꺼냈지만, 이미 곪을 대로 곪아 있는 체육계 내의 성범죄 문제를 지금까지 방치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른바 ‘그루밍 성폭력’, 즉 친분을 활용해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후에 성폭행 등의 성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체육계 내에서 주로 문제가 된다. 그루밍 성폭력은 성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게 잡혀져 있는 미성년자들이 표적이 되기 쉬운데, 어린 시절부터 체육계에서 훈련을 받게 되는 선수들이 신뢰관계에 있는 자신의 지도자로부터 회유나 협박 등으로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체육계 내의 엄격한 상명하복관계는 성폭력을 시도하기 더욱 용이하게 한다. 지도자는 선수에게 훈련을 지시하고, 선수가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상명하복의 질서가 형성된다. 특히 지도자가 선수들에게 훈련과 경기에 대해 지시를 내리는 라커룸에서의 위계질서는 매우 엄격하다. 코치가 선수를 부르면, 선수는 당연히 들어갈 수밖에 없고 ‘싫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 체육계 인사의 견해이다.

체육계의 고질적인 권력구조는 피해자들이 제대로 피해사실을 신고하기도 어렵게 만든다. 가해자는 자신의 지위를 바탕으로 어린 선수들의 성적과 경기 참가에 절대적인 권한을 갖는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해 왔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기 싫은 피해자들은 이를 빌미로 한 협박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네가 신고하면 우리 모두 이 바닥에서 나갈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듣고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체육계 내 성범죄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피해자가 이러한 분위기에서 용기를 내어 신고하여도 가해자가 솜방망이 징계에 그쳐버리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자료에 의하면, 대한체육회 산하 스포츠인권센터에 2012년경부터 5년간 접수된 폭력 및 성폭력 신고는 174건에 달한다. 그러나 실제로 영구제명과 같은 중징계가 이루어진 경우는 극히 드물고, 절반 가량은 주의, 경고 등 경징계로 마무리되었다. 영구제명 처분을 받더라도 다시 체육계로 복귀하여 활동하는 사례도 많았다. 징계가 내려진 뒤 수사기관에 별도로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다. 

이미 이루어졌어야 할 조치이지만, 최근 심석희 선수 사태를 계기로 체육계 내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9일 체육계 성범죄 근절을 위해 처벌 규정을 더욱 강화하고, 가해자가 체육 관련 단체에서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영구제명 범위를 넓히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강화하고 훈련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등의 조치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동안 체육계 내의 성범죄는 공공연한 비밀과 같이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성범죄는 주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행해지는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이다.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절차에 불과하다.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었던 체육계 내의 위계질서, 그리고 도제식의 교육과 같은 적폐 또한 청산되어야 할 것이다.

박재현 더앤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경찰대학 법학과 졸업
-사법연수원 수료
-前 삼성그룹 변호사
-前 송파경찰서 법률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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