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규칙에 따랐을 뿐인데 왜 불평등해질까?... 문제는 '게임의 규칙' 
[리뷰] 규칙에 따랐을 뿐인데 왜 불평등해질까?... 문제는 '게임의 규칙'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1.13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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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양반과 상놈 계급이 없어졌다고 우리 사회에서 불평등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인 사회학자인 마이클 슈월비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하며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오늘날 소득 및 자산 불평등은 극대화되고 중간계층이 사라지는 양극화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슈월비 교수는 불평등 문제에 기존과는 다른 접근법을 보인다. '얼마나'가 아니라 '어떻게'에 초점을 맞추면서 '어떻게 불평등이 유지되는가'를 질문한다. 슈월비는 법, 정책, 관행, 일상을 규정짓는 '게임의 법칙'이 차별을 만들어내고 재생산하는 과정을 밝혀낸다. 그러면서 결국 그것이 '있는 자'들을 위해 조작된 '야바위 게임'이라고 주장한다. 

또 성별과 인종 등에 따른 차별을 통해 게임을 유지하고, 우리 스스로 이러한 불평등을 승인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을 밝혀낸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현 체제의 '대안은 없다'는 무기력한 세계관을 넘어 새로운 대안과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상력의 해방을 이뤄낼 수 있을지를 탐구한다. 

슈월비 교수는 사회가 돌아가는 방식을 규정한 '게임의 규칙'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 불평등의 재생산이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그는 "노동법을 그대로 따르면 노동자들의 단결이 어려워진다. 또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판결은 자연스레 돈있는 자가 선거과정에 개입할 길을 열어준다"며 "자본가들은 법인의 이름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고 (일반 국민은) 세법에 착실하게 따르는 것만으로 양극화가 심화된다"고 주장한다. 사회를 움직이는 규칙 자체가 불평등에 일조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이러한 규칙이 정당할뿐더러, 자연스럽고 불가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에 저자는 "(우리 사회는) 정보 통제를 통해 기존 체제와 규칙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대안은 없다'고 생각하게 만든다"며 "대안적인 선거제도나 의료체제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 힘들게 해서 현재 존재하는 시스템이 유일하다는 인식을 심고 노동 운동사 같은 투쟁의 역사를 지워버려 변화의 길을 여는 조직과 집단행동의 힘을 볼 수 없도록 한다"고 말한다. 

이어 (국민이) 행동하지 않게 하는 것을 넘어 조작된 게임 규칙에 순응하게 만드려는 일각의 검은 시도를 지적한다. 저자는 조작된 게임에 참여하게 하는 검은 시도로 적절한 물질적 재화와 정서적 보상을 지목한다. 현재 직장의 임금이나 대우나 전망이 형편없더라도 일자리를 통해 가족과 공동체 안에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온갖 비참함과 불평등을 감내하며 직장생활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상 속에 녹아든 게임의 규칙과 불평등의 재생산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저자는 "민주주의적 이상과 자본주의적 현실 사이의 모순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게 해주는 상상력의 해방이 필요하다"면서 "투쟁 과정에서 물질적·정서적 보상이 위협받을 때 서로 부조할 수 있는 '연대의 문화'를 통해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야바위 게임』
마이클 슈월비 지음 | 노정태 옮김 | 문예출판사 펴냄|495쪽|1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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