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2016년 소설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탔다. 두고두고 생각해도 자랑스러운 일로, 국민들은 해외에서 인정받을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다음 수상이 까마득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좋은 작품이 나오면 자연히 외국에도 알려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과연 이 말이 사실일까. 만약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채식주의자』를 ‘번역’하지 않았다면, 그가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갖고 2년 동안 한국에서 한국어를 공부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이 걸출한 한국 문학이 해외 독자나 평론가의 눈에 읽힐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번역돼 세계에 알려진 우리나라 문학작품들을 손가락으로 꼽아보면, 열 손가락 모두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셀 수 있을 정도. 그마저도 수필은 한 작품을 찾기도 힘들다.
그래서 이 책은 중요하다. 지난달 출간된 수필가이자 문학 평론가 권대근 대신대학 문학언어치료학 교수의 책 『The Art of the Korean Classic Essay』는 국내에서 드물게 영어로 번역된 한국 수필집이다.
피천득, 송명화, 김혜식, 문정, 유안진, 박경애, 이복희, 권정순 등 걸출한 수필가 28명의 34 작품과 그 영어 번역본이 담겨있다. 권 교수가 “이 책에 실린 수필들은 가장 한국적인 정서가 녹아있다”라고 설명한 만큼, 책에는 한국의 사회와 문화, 그 문학적 정서를 엿볼 수 있는 수필들이 많다.
그의 커리어를 생각할 때 이 책은 그저 취미로 번역해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권 교수는 이 책의 서문에서 문학작품 번역에 대해 “좋은 번역이란 직역과 의역 중 그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으면서 원저자의 심층의도를 꿰뚫어 보는 혜안과 그 원작자의 세계관까지도 읽어내는 재능을 요구하는 고도의 지적 작업” “그야말로 영혼을 짜내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비단 우리나라 수필을 해외에 알리는 것을 넘어, 우리문학을 번역하려는 사람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겠다. 영어를 공부하려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출간된 이후 이 책은 그리 이슈가 되지 않았음이 안타깝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눈길에 발자국을 찍은’ 이 책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The Art of the Korean Classic Essay』
권대근 번역|HAEDREAM 펴냄|400쪽|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