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 배제… 진보도 ‘퇴락’하는 일본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 배제… 진보도 ‘퇴락’하는 일본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11.1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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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13일 도쿄돔 콘서트 [사진출처= 연합뉴스]
방탄소년단의 지난 13일 도쿄돔 콘서트 [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방탄소년단에 이어 그동안 일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았던 트와이스의 일본 활동까지 지장이 생겼다. 일본의 K-Pop 스타 규제에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이 전례 없이 유치하다” “식민지배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것 같다. 이해할 수 없다는 식의 비난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사회가 보수를 포함해 진보 세력까지 식민지배역사의 죄책감에 대해 점차 무감각해지는 퇴락의 길을 걸어오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일본 진보지 아사히신문의 계열사이자 일본의 대표방송사 중 하나인 TV아사히의 뮤직 스테이션은 지난 8일 방탄소년단의 음악방송 출연을 취소하며 방탄소년단의 멤버 지민이 과거 입은 광복티셔츠를 이유로 들었다. TV아사히 뮤직스테이션은 이전에 멤버가 착용한 티셔츠 디자인이 파문을 불러와 일부에서 보도됐고 방송사는 소속 레코드사에 그 착용 의도를 묻는 등 협의를 진행했지만 종합적인 판단 결과, 이번 출연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민의 티셔츠에는 광복을 맞아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의 모습, 원자폭탄이 터지는 사진과 함께 PATRIOTISM(애국심), OURHISTORY(우리 역사), LIBERATION(독립), KOREA(대한민국) 등의 문구가 담겼다.

출연이 취소된 후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지난 8일 일본 공식 팬클럽 페이지를 통해 방탄소년단이 9일 예정된 TV아사히 뮤직스테이션에 출연하지 못하게 됐다. 이번 결정은 아쉽지만 기다려주신 팬 여러분께 더 좋은 음악과 무대로 찾아뵙겠다고 공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일 일본 매체 <스포니치아넥스>방탄소년단의 연말 음악방송 출현이 모두 무산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출연이 무산된 것으로 파악되는 방송은 후지TV‘FNS가요제와 매년 12월 열리는 일본 최고의 가요제인 NHK홍백가합전이다.

이와 관련해 아무 논란을 빚지 않았던 걸그룹 트와이스의 일본 음악방송 출연도 취소될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 12일 마이니치신문의 자매지 <스포니치>NHK방송이 홍백가합전의 트와이스 출연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와이스 [사진출처= 연합뉴스]
트와이스 [사진출처= 연합뉴스]

과거에도 정치적인 문제로 한국 가수의 홍백가합전등 일본 방송 출연이 불발됐다는 논란이 잦았던 만큼, 일본 음악방송과 한·일관계는 긴밀하게 연관된다는 시각이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201263회 홍백가합전출연 명단에는 한국 가수가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과거 한국 가수 배제 논란에 대해 NHK 측에서는 정치와는 관계없다. ‘홍백가합전의 선발 기준은 올해의 활약과 지지 등이다. 한국 가수들은 모두 지난해보다 수치가 떨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NHK 등 일본방송사들의 주장은 트와이스와 방탄소년단의 활약과 인기를 생각하면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13일 일본 오리콘뉴스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이 지난 7일 일본에서 발매한 싱글 페이크 러브/에어플레인 파트2’는 주간 싱글차트 1위에, 트와이스가 지난 5일 국내에서 발매한 예스 오어 예스는 주간 앨범차트 1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은 오리콘이 음반 판매량을 바탕으로 매기는 점수인 오리콘포인트 454,829점을 기록하며 해외 아티스트로는 처음으로 발매 첫 주 만에 40만 포인트를 넘겼다. 따라서 올해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의 출연을 고민하는 행태는 과거 NHK의 주장과는 상반된다.

뉴욕타임즈 등 해외 유수매체도 이번 한국가수 출연 배제조치에 대해 비난 섞인 보도를 했지만, 일본 내에서는 한국 가수들의 출연 불발에 크게 반발하지 않고 있는 눈치다. 일본 국민 10명 중 7명이 신일철주금(옛 신일제철)에 대한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에 납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NHK의 여론조사가 오버랩 된다. 한 일본 전문가는 일본에서는 진보·보수를 떠나서 강제징용의 역사를 반성하려는 마음보다 무시하고 얼른 떨쳐 내버리자는 마음이 큰 듯하다라며 그러나 유대인 학살에 대한 독일의 반성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처럼, 일본이 진정 반성한다면 그런 태도가 나올 수 없다라고 말했다.

재일조선인 2세로 현재 도쿄게이자이 대학 현대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서경석은 지난해 출간된 그의 책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에서 일본 사회에 대해 “‘퇴락이라는 말이 있다. 퇴폐하면서 전락하는 상태다. 최근 4~5년간의 일본 사회를 설명하는 데 이 말이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한 사회가 이렇게도 손쉽게 퇴락해 가리라고는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특히 진보 세력의 퇴락을 비판하며 지금에 이르러서는 전후적 가치의 담당자를 자임하면서 우경화에 대한 견제 세력으로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해온 시민파 리버럴 세력의 붕괴 내지 변질이야말로 심각하다라며 “1990년대를 거치면서 예전에는 이런 세력에 속해 있는 것으로 간주된 이들 다수가 내셔널리스틱한 정동(정서), 자기중심주의, 무사안일주의라는 한계와 약점을 드러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일본의 보수 세력만이 아니라 진보 세력 또한 식민지 책임 문제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서 교수는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등을 언급하며 과거 침략과 식민지배를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지도 않은 채,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나 타민족에 대한 적의를 강화하면서 국가주의로 급속히 기울고 있는 일본이 헌법상 제약조차 내팽개쳤을 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며 이제 일본이야말로 동아시아 평화에 중대한 위협이 된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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