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묵의 3분 지식] '마태 효과'를 아시나요? 가진 자가 더 갖게 되는 이유
[조환묵의 3분 지식] '마태 효과'를 아시나요? 가진 자가 더 갖게 되는 이유
  • 조환묵 작가
  • 승인 2018.11.0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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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연합뉴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지는 현상, 즉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을 일컬어 '마태 효과'(Matthew Effect)라 한다. 1968년 미국의 유명한 사회학자인 컬럼비아대학의 로버트 머튼(Robert K. Merton) 교수가 성경의 마태복음 25장 29절에 나오는 말씀에 착안해 처음 사용한 용어다. 

마태 효과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미국의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그의 책 『아웃라이어』에서 인용해 유명해졌다. 그는 개인의 성공과 실패를 오직 자기 자신의 탓으로만 돌렸던 기존의 자기계발서와 달리, 그 동안 간과했던 환경적 측면을 강조했다. 미래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기회를 얻은 사람이 결국 성공을 거두게 된다는 것이다. 아웃라이어는 경쟁자보다 유리한 조건과 상황에서 획득한 결과이지, 결코 처음부터 아웃라이어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마태 효과는 경제는 물론 사회, 정치, 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고성장 시대가 저물고 경제 위기가 반복되면서 가난한 사람은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지만, 부자는 오히려 재산을 늘릴 기회가 많아진다. 현대 사회가 정보화 사회, 지식 사회로 급격히 변하면서 부자와 빈자는 물려받는 재산뿐 아니라 교육, 지식, 정보력에서도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마태 효과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1998년, 초유의 IMF 외환위기 사태가 몰아닥쳐 우리나라 경제가 한순간에 쑥대밭이 됐다. 기업이 줄줄이 도산하고 수많은 직원이 정리해고를 당했다. 직장을 잃은 중산층은 재취업이 어려워 저소득에 고통받으며 빈곤층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부유층은 20%가 넘는 고금리에 현금자산이 급증하고, 헐값에 쏟아지는 부동산을 사들여 더욱 부자가 됐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외환위기에서 벗어났지만, 빈부 격차가 확대되는 부작용이 생겼다. 부자는 더 큰 부자가 되는 반면에 중산층은 줄어들었다. 한번 추락한 빈곤층이 다시 중산층으로 복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 돼버렸다. 게다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빈곤층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상대적 빈곤율로 증명할 수 있다. 상대적 빈곤율이란 소득이 중위소득의 절반도 안 되는 빈곤층이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상대적 빈곤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적으로 가난한 국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전국 가구의 가처분소득 기준의 상대적 빈곤율은 14.6%였다. 당시 중위 소득이 약 4천만 원 정도였으니, 소득이 2,000만 원 미만인 사람의 비율이 14.6%라는 뜻이다. 2012년 OECD 국가의 평균 상대적 빈곤율인 11.2%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소득 10분위 배율은 한 나라의 모든 가구를 소득 크기에 따라 10등분해 상위 10%의 계층이 차지하는 소득점유율을 하위 10%의 소득점유율로 나눈 값을 말한다. 값이 클수록 소득이 불균등하게 분배되고 있음을 뜻한다. 2012년 OECD 국가의 평균 소득 10분위 배율이 9.6배인데 반해, 2013년 우리나라의 소득 10분위 배율은 10.1배로 소득 불평등이 OECD 국가 평균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지금까지 매년 정부에서 발표하는 지니 계수는 반대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 혼란을 주고 있다. 지니 계수(Gini Coefficient)란 이탈리아 통계학자 코라도 지니(Corrado Gini)가 1912년 소개한 개념으로, 못사는 사람부터 잘 사는 사람까지 소득이 얼마나 잘 분배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0~1 사이 숫자로 표시되는데 0에 가까우면 평등하게 잘 분배돼 있는 것이고, 1에 가까우면 소득불평등이 심각한 것이다. 

2014년 우리나라의 지니 계수는 2009년에 0.314였던 것이 2014년 0.302, 2016년 0.304로 떨어졌다. 2014년을 기준으로 OECD 33개 국가 중 전체 17위를 기록했고, OECD 국가 평균 지니 계수 0.32보다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 수치만 보면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이 다소 개선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니 계수는 조사 방법에 문제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통계청의 가계 동향조사라는 결과를 가져와서 사용하는데, 이는 집마다 방문해 직접 물어보는 설문방식이기 때문이다. 전체가구 중 8,700가구밖에 안 되는 표본조사일 뿐 아니라 고소득자들은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는다는 점, 금융소득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많다. 게다가 경기가 계속 나빠지거나 디플레이션 등의 상황에서는 지니 계수가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 소득 분배 개선과는 상관이 없다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지니 계수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전국 2만 가구를 대상으로 국세청의 소득 자료를 반영한 새로운 지니 계수를 2017년 12월 발표했다. 2016년 가구원당 처분가능소득 기준의 지니 계수는 0.357로 나타나, 우리나라의 소득분배 불평등도 순위는 2014년 OECD 33개 회원국 중 중간 수준에서 2016년에 5위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동안 누락됐던 고소득층의 금융소득은 포함되고,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하위 20% 계층의 근로소득은 감소한 결과다.

박근혜 정부는 ‘중산층 70% 양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목표 달성은커녕 그나마 남아있던 중산층마저 붕괴했다. 스스로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국민이 현저히 줄었고, 가계소득은 오히려 뒷걸음쳤다. 점점 심해지는 소득 불균형을 바로잡지 않으면 경기가 좋아져도 늘어나는 부를 부자와 대기업이 독식할 뿐이다.

“우리는 함께 잘 살아야 합니다.”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예산을 설명하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를 강조했다.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으로 ‘잘 살자’는 꿈은 어느 정도 이뤘지만, ‘함께’라는 꿈은 아직 멀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 방식으로 다시 되돌아갈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앞으로 ‘함께 잘 살기’ 위한 성장 전략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지속해서 추진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나타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수출주도형 경제체제는 이미 한계가 드러났다. 대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부유층의 부를 먼저 늘려주면 경기가 부양돼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낙수 효과'(Trickle Down Effect)도 2015년 6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완전히 틀린 논리라며 사망선고를 내렸다. '트리클 다운'(Trickle Down)이란 ‘물컵에 물을 부으면 물이 넘쳐 바닥을 적신다’는 의미다. IMF가 전 세계 150여 개국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오히려 부유층의 소득이 증가할 때 성장은 오히려 감소하고, 빈곤층의 소득이 늘어날 때 성장이 촉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이제는 낙수 효과의 반대말인 '분수 효과'(Fountain Effect)에 대해 주목해 보자. 이는 저소득층의 소비 증가가 경기 전체를 부양하는 현상을 말한다. 저소득층에 대한 직접 지원을 늘리면 소비 증가를 가져오고, 소비가 증가하면 생산투자로 이어져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는 경제이론이다. 이는 부유층에 대한 세금은 늘리고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정책 지원은 증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기대를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대형 유조선이 반대 방향으로 가려면 크게 돌아야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출처: 『직장인 3분 지식』에서 발췌, 편집)

■ 작가 소개

조환묵

(주)투비파트너즈 HR컨설턴트 & 헤드헌터.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IT 벤처기업 창업, 외식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실용적이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글을쓰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만 몰랐던 식당 성공의 비밀』과 『직장인 3분 지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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