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서양에는 별처럼 많은 화가가 있었지만, 현대 미술은 고흐와 고갱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교육과정에 포함된 고흐와 고갱의 작품에 대해 어느 정도 본 적 있는 사람은 많지만, 그들의 생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미술비평가 김광우의 『고흐와 고갱』은 작품에 연결된 그들의 삶을 파헤친다.
반 고흐의 ‘펼친 성경이 있는 정물’이다. 이 그림에는 고흐의 인생이 담겨 있다. 커다란 성경은 웅장하게 펼쳐져 있는 반면, 작은 소설책은 그렇지 못하다. 고흐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대를 이어 목사가 되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1886년 고흐는 벨기에의 미술학교인 안트베르펜 아카데미에 입학해 4주 정도 수학했다. 이 기간에는 주로 스케치를 하거나 모델을 그렸는데, 교사들은 그의 재능을 놀라워했다. 인체에 관해 공부한 후 뼈를 주제로 그린 ‘담배를 문 해골’이다. 당시 건강이 나빴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의사가 건강을 관리하라고 했다. 건강해야 제대로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건강이 나빠진 것 같구나”라고 편지를 썼다.
고갱은 고흐가 세상을 떠나고 거의 13년을 더 살았다. 고흐는 타계 후 네덜란드 예술가들에게 영웅으로 인정받았으며, 고갱은 자신이 기대했던 만큼의 평판이 나오지 않자 자신의 예술을 정립하고 확고히 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고갱이 타히티로 간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컸다. ‘저승사자’는 고갱이 스스로 걸작으로 꼽은 작품이다. 작품 속 여성은 고갱의 동거녀로, 조상들이 믿었던 저승사자 투파파우의 출현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고갱의 ‘신상’이다. 고갱은 자신을 야만인이라고 불렀는데, 자신에게서도 발견되는 유럽인들의 이기심에 대한 빈정거림이었다. 그는 원시문화를 통해 문명의 죄를 말끔하게 씻어내기 바랐다.
『고흐와 고갱』
김광우 지음|미술문화 펴냄|424쪽|2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