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대한민국은 나에게 한계이자 기회였다. 이 땅에서 태어난 수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대학진학, 취업, 퇴사, 이직, 술자리, 야근, 갑질, 비효율, 규제 등 답답한 한계에 매번 부딪혔다. 그러나 ‘틀린 길’을 ‘다른 길’이 되도록 만들어 준 것도 내가 뿌리내린 대한민국이라는 토양 덕분이었다. 사학도인 내게 좋은 공부 한다며 어깨를 두드려주는 어른들, 금융과 회계도 모르는 지원자를 믿고 영업사원으로 뽑아준 기업들, 1년도 안 된 사원을 이곳저곳 출장 보내주는 회사, 문제 해결을 위해 밤늦게까지 함께 고민해주는 동료들, 퇴사를 고하며 눈물을 머금어야 했던 술자리 등 촌스러운 ‘대한민국’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한계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어서 뒤집어보지 않으면 어느 한쪽을 놓칠 수 있다. <20쪽>
외국어 점수와 학점을 포함해 이런 특별한 경험들까지 세상은 ‘스펙’이라고 부르고 ‘스펙을 쌓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경험들이 스펙을 쌓고자 한 것도 아니었고 스펙이라고 부르는 것도 싫어한다. 결과적으로 같은 기능을 했을지라도 이것들은 지금까지 내가 무엇에 열심히 시간을 쏟았고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즉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해주는 꾸밈없는 근거 자료들일 뿐이다. ‘스펙 쌓기’라는 표현에 함축된 비자발적인 목적성과 분명히 다르다고 나는 믿는다. <38쪽>
글쓰기를 통해 훈련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데이터를 대하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잘 훈련된 ‘데이터 대하는 자세’는 약간의 응용을 거치면 어떤 방면에도 활용할 수 있는 기초체력과 같다. 게다가 문(文)의 전통이 아직 강한 한국 사회의 많은 회사에서는 글 잘 쓰는 직원을 좋아한다. 앞으로 회사 안과 밖에서 국내외 많은 사람과 이뤄질 여러분의 중요한 만남은 대부분 글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59쪽>
『나는 대한민국 상사맨이다』
최서정 지음|미래의창 펴냄|295쪽|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