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서울의 거리에는 표석이 많다. 과거 육의전이 있던 자리, 황성신문 창간 터 등등. 지금은 돌에 새겨진 문자만이 남아있어 옛 모습을 알기 어렵다. 이 책은 서울의 표석을 중심으로 개화와 근대화의 격변 시대를 지나는 구한말의 서울, 즉 한성의 풍경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 발상지’라는 표석은 현재 건청궁과 향원정 사이에 있다. 과거 사람들은 전등불을 ‘도깨비불’ ‘물 불’ ‘건달불’이라고 불렀고 한자로는 ‘묘화’라고 썼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전기가 환하게 불을 밝히는 게 신기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조선시대 무기고다. 이곳에 발전설비를 설치해 제2전등소로 활용했다.
종로의 ‘시전’, 동대문 밖의 ‘배오개시장’과 함께 조선 3대 시장으로 꼽히는 남대문 밖의 ‘칠패시장’이다. 전국에서 올라온 어류와 곡물을 팔았다. 상인들은 ‘시안’에 등록해야 했고 등록한 자만이 상행위를 할 수 있었다. 사농공상. 상인은 조선에서 가장 천시받는 직종이었다. 시장은 국가의 통제 아래 두고 감독했다.
1990년대 초 종로 거리의 모습이다. 전차와 우마차와 사람들이 뒤섞여 다니고 있다. 전차는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일본의 도쿄보다는 3년 먼저 건설됐다. 처음으로 도시에 전차가 놓인 곳은 1894년의 교토다. 전차가 개통된 후 한성의 거리는 인정과 파루를 기준으로 하던 일상생활이 전차 시간에 맞춰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전차를 타려던 양반이 하인에게 지시가 다 끝나지 않았는데 시간이 되자 전차가 출발했다. 결국 양반은 하인과의 대화를 마치지 못하고 양반 체면에도 불구하고 달려서 전차에 올라야 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1916년 명동에 지점을 연 미쓰코시 백화점, 1933년 개점한 경성의 미나카이 백화점, 1921년 충무로에서 포목과 양복을 판매하던 일본인이 1939년 지은 조지아 백화점이다. 오늘날 종로타워가 있는 곳은 과거 화신백화점 자리였다.
『표석을 따라 한성을 거닐다』
전국역사지도사모임 지음|유씨북스 펴냄|255쪽|1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