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표창원 “한반도 평화의 시대에 가슴 떨리는 추리 여행을…”
[작가의 말] 표창원 “한반도 평화의 시대에 가슴 떨리는 추리 여행을…”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8.08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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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은 소설집 등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 실리는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를 정리해 싣는다.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 내면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를 본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 또는 정리해 싣는다. 해외 작가의 경우 ‘옮긴이의 말’로 갈음할 수도 있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어린 시절, 나는 내면의 분노가 많고 싸움이 잦았던 말썽꾸러기였다. 그런 내게 폭력이 아닌 추리와 논리로 사건을 해결하고 범죄자를 검거하는 셜록 홈스의 이야기는 사막에서 찾은 오아시스였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됐다.

‘한국의 셜록 홈스’를 꿈꾸며 경찰대학에 진학한 뒤 일선 형사가 됐다. 그 후 영국 유학을 거쳐 경찰대학 교수, 그리고 프로파일러로 일한 지 13년째인 2012년 여름, 아주 오랫동안 마음속 로망이었던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셜록 홈스의 자취와 흔적을 찾아 떠나는 유럽 여행.

그동안 피해자들과 유족의 아픔과 슬픔이 담긴 실제 사건들을 접하고 분석하면서, 범죄자들의 악의와 독기를 마주하며 쌓인 내면의 짐과 때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싶기도 했거니와, 언젠가는 꼭 도전하겠다고 결심한 추리 소설 쓰기의 예행연습, 사전 답사도 하고 싶었다.

그냥 가사 보고 먹고 사진 찍고 돌아오는 여행을 하고 싶진 않았다. 실제 셜록 홈스 소설 속에 들어간 것처럼, 흔적이 끊긴 셜록 홈스를 찾아 뒤를 쫓는 탐정으로 빙의해서, 몰입도 120%의 상상 현실화 체험 여행을 하기로 했다. 노트북 컴퓨터와 옷가지 등 생활필수품이 담긴 배낭 하나와 보물처럼 아끼는 DSLR 카메라를 메고, 여행의 매 순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기록하며 목표 지점을 정복해 나갔다. 관광객들이 잘 가지 않는 숲과 황무지와 섬과 건물과 마을들을 찾아다니다가 길을 잃기도 하고, 늪 같은 진흙탕 속에 차 바퀴가 빠져 999(우리 119 같은 영국 응급구조대)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사람들을 만나 묻고 이야기 나누며 셜록 홈스와 아가사 크리스티와 괴도 뤼팽과 소설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속 살인마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 그리고 새디즘의 원조 사드 백작의 흔적을 찾고 확인했다. 그런데 분명히, 힘들고 아픈 현실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는데, 유럽 곳곳의 흔적과 사연들을 접하며 그들을 닮아 있는 두고 온 우리 현실의 사건, 사연과 사람들이 기억으로부터 강제로 소환되는 것이 아닌가. 마치 벗어나려 할수록 더 강하게 조여 오는 수갑의 원리와 같았다. 세상일 중에 어디 마음먹은 대로만 이뤄지는 일이 있으랴?

내가 했던 이 소중한 여행의 경험을 많은 분과 나누기 위해 사진과 기록과 기억들을 정리하던 작업을 하던 그해 겨울, 갑자기 내 앞에 닥쳐온 ‘국정원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의혹 사건’으로 인해 작업은 중단됐다.

숨 가쁜 정치 일정이 진행되는 생활 속에서 글을 쓰는 것이 쉽지는 않았으나 이 추리 여행기만큼은 꼭 많은 분과 나누고 싶었다. 셜록 홈스와 추리 소설,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는 많은 분께서 내가 느꼈던 신비로움과 감격, 흥분과 즐거움과 상상과 사색을 나눠 가지시길 소망한다. 그리고 멀지 않은 한반도 평화의 시대에, 기차를 타고 여러분과 함께, 가슴 떨리는 또 다른 추리 여행을 떠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 셜록을 찾아서
표창원 지음|신사와전사 펴냄|312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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