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묵의 3분 지식] “불타오르네. Fire Fire Fire Fire”... BMW와 레몬법
[조환묵의 3분 지식] “불타오르네. Fire Fire Fire Fire”... BMW와 레몬법
  • 조환묵 작가
  • 승인 2018.08.0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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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샴의 법칙과 레몬시장

[독서신문]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

누구나 한 번쯤은 이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질이 낮은 화폐가 질이 높은 화폐를 몰아낸다'는 의미다. 이를 그레샴의 법칙(Gresham's Law)이라고 한다. 16세기 영국의 재정고문인 토머스 그레샴(Thomas Gresham)의 이름을 딴 법칙이다. 

이 법칙은 가치가 서로 다른 화폐가 동일한 액면가로 시중에 유통될 경우, 은의 함량이 매우 높아 귀금속 가치가 높은 은화(양화)는 유통시장에서 사라지고, 은의 함량이 낮아 귀금속 가치가 낮은 은화(악화)만 유통되는 것을 말한다. 아주 먼 옛날이야기 같지만, 불과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일상적으로 벌어지던 일이다.

그런데 오늘날 그레샴 법칙은 비유적 표현으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주로 나쁜 것(악화)이 좋은 것(양화)을 몰아낸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소비자가 불법으로 다운로드한 게임을 많이 이용함에 따라 정품 소프트웨어가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이 대표적 예다.

이렇게 형성된 질 낮은 시장을 경제학 용어로 레몬 시장(Lemon Market)이라고 부른다. 이는 재화나 서비스의 품질을 구매자가 알 수 없기 때문에 불량품만 돌아다니게 되는 시장 상황을 말한다. 영어에서 레몬은 속어로 ‘형편없는 것’, ‘고물차’, ‘결함 있는 차’를 가리킨다. 서양에서는 레몬이 쓰고 신맛이 강해 맛없는 과일 중 하나로 꼽히는데 속부터 썩는 과일이어서 겉만 봐서는 상태를 알 수 없기에 불량품이라는 의미가 붙었다. 

레몬 시장이 발생하는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있다. 실제로 중고 자동차는 직접 구입해 타보지 않으면 소비자는 그 차의 진짜 품질을 알 수 없다. 새 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새로 출시된 자동차의 품질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일반 소비자는 알지 못한다. 한참 이용한 후에 하자가 발생하거나 자동차 회사가 리콜을 해야 비로소 알게 된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불타오르네. Fire Fire Fire Fire.”

방탄소년단(BTS)의 히트곡 ‘불타오르네(FIRE)의 노랫말이다. 요즘 BMW의 고급차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연일 불타오르는 모습을 보고 생각난 가사다. 올해 들어 불 난 BMW 차량이 벌써 30대가 넘었다. 급기야 화가 난 차주들이 첫 집단소송에 나섰다.

그런데도 BMW코리아는 정부가 나서 리콜 조치를 제기할 때까지 느긋하게 대처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허둥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화재 위험으로 BMW 차량 100만 대가 리콜된 사례와 비교해보면, BMW 측이 이번 사태를 얼마나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내년부터는 새로 구입한 신차에서 고장이 반복되면 교환 또는 환불 받을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1월부터 한국형 '레몬법' 내용이 담긴 자동차관리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신차 구매 뒤 중대한 하자가 2회, 일반 하자가 3회 발생해 수리를 했음에도 또 다시 하자가 발생했을 때 중재를 거쳐 교환 또는 환불이 가능해진다. 비록 늦었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아울러 자동차 제조회사의 명백한 잘못으로 인해 생긴 소비자 피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법제화를 서둘러야 하겠다.

지금까지는 자동차 회사의 이익과 성장을 위해 소비자의 권익이 희생되었지만, 이제부터는 소비자가 최우선인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야 할 때다. 그것이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길이다.

(출처: 『직장인 3분 지식』)

■ 작가 소개

조환묵

(주)투비파트너즈 HR컨설턴트.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IT 벤처기업 창업, 외식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실용적이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만 몰랐던 식당 성공의 비밀』과 『직장인 3분 지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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