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짜 백신 문제 일파만파… 공산당 전복까지?
중국 가짜 백신 문제 일파만파… 공산당 전복까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7.2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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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중국에서 수십만명의 영유아가 접종한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 백신이 효과가 없을뿐더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중국 민심이 들끓고 있다.

문제는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불량 백신을 맞은 아이들이 심각한 질병에 걸린 것이다. 한 아이는 백일해 백신을 맞고 나서 급성척수염에 걸려 걷지 못하게 되고, 어떤 아이는 백신 접종 후 끊임없이 여러 가지 질병이 생겼다.

부모들은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부작용이 생긴 자녀를 둔 부모들이 베이징으로 가 중앙정부에 고발하려 했지만 공안요원에 끌려가거나 구금됐다고 전해졌다. 지난 24일 충칭시 시양 현의 부모들은 현지 질병예방통제센터로 몰려가 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민심도 들끓고 있다. ‘공산당 전복’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올해가 과거 5만 명을 입원하게 만든 ‘멜라민 분유 파동’ 10년째 되는 해라는 점에서 그 분노는 더 커졌다. 중국의 아동 병원 화장실 문에는 ‘독이 든 분유에 아동학대/오늘은 가짜 백신까지/독공기·독식품/아픈 백성은 눈물범벅/독제도·독정부/공포를 이기자’라는 식의 정부 전복을 촉구하는 격문이 쓰여지고 있다. 홍콩대 연구진의 분석 결과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글 1만개 당 63개꼴로 검열에 의해 차단됐고, 이들 중 상당수가 불량 백신과 관련된 글이었다. 이런 차단을 피하기 위해 주중 미국 대사관의 공식 웨이보 계정은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의 글로 도배됐다. 문제의 백신을 제조·유통한 ‘장춘창성’의 홈페이지는 해킹당했다. 해커는 ‘너를 속이지 않을게… 조국의 미래여’라는 글과 함께 주사를 맞고 있는 어린이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려놨다.

문제가 커지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나섰다. 검찰 및 법원을 초월하는 반부패 사정 기구인 중앙기율위원회와 국가감찰위원회를 이번 사건 조사에 투입한 것이다. 두 위원회는 지난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백신 파동의 배후에 정경 유착이나 부패사슬 등의 고질적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5일 해당 회사의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등 관련자 15명이 구속됐으며 이 여파로 회사의 시가총액이 급락했다.

두 위원회가 밝힌 것처럼 백신 파동의 배후에 중국의 고질적인 정경유착과 부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과거 ‘백신 국산화’라는 명분으로 외국 제약사들을 쫓아냈고, 중국 백신 업계는 연구개발비를 정부에 로비하는 데 썼다고 알려졌다.

DPT 백신은 과거에도 여러 나라에서 문제가 돼왔다. 1980년대 미국에서는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백신접종으로 인한 손상을 배상하라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소송 수백여건이 제기됐다. 이에 부담을 느낀 DPT 백신 생산업체들은 두 곳을 제외하고 미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그 영향으로 1986년에는 부모들과 백신 생산업체들을 안심시킬 목적으로 ‘전국 아동 백신 피해 보상 프로그램’이 출범했다. 1970년대 말 무렵에 영국에서는 DPT 백신이 뇌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부모들이 DPT 백신 접종이 유발했다고 생각되는 손상에 보상을 요구하면서 ‘백신 부작용 피해 아동을 둔 부모 협회’를 결성했다. 이 영향으로 영국 정부에서는 ‘백신 손상 보상법’을 제정했다. 과거 일본과 스웨덴에서도 90%에 달하던 접종률이 10%로 하락해 국가적 차원의 보상이 이뤄졌다.

과거에는 백신 개발 초창기였기에 이런 문제가 생겼지만 이번 중국의 문제는 다르다. 세계적으로 부작용 없는 좋은 백신이 많기 때문이다. 스튜어트 블룸 암스테르담대학교 과학 및 기술학부 명예교수는 그의 책 『두 얼굴의 백신』에서 이런 문제에 관해 보건의료와 백신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 상승을 걱정한 정치인들이 백신 개발을 공공보건 체계보다는 민간 기업에 맡겼던 것을 지적하며 “시장의 힘을 자유롭게 풀어놓기만 하면 백신과 관련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만 같던 시절이었지만, ‘주주 가치’가 무엇보다 우선시되고 제약 산업이 이윤 극대화에만 치중하면서 백신 개발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줄어들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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