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차·명품백... ‘명품빠’라면 몸 속 ’호르몬’이 다르다
고급차·명품백... ‘명품빠’라면 몸 속 ’호르몬’이 다르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7.2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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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아버지와 함께 옥탑방에 사는 직장인 A(28·남)씨는 얼마 전 2018년형 소나타 차량을 새로 구입했다. 170만원 남짓한 월급에 차량 할부금이 상당한 부담이지만 친구들과 직장 동료 등의 시선 때문에 굳이 필요하지 않은 차량을 타고 다닌다. 

B(26·여)씨는 얼마 전 거금을 주고 명품 가방을 구입했다. 500만원에 달하는 가방 할부금을 갚기 위해서는 식비마저 줄여야하는 빠듯한 형편이지만 명품백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과감히 지갑을 열었다. 

‘의식주’란 말에서 남에게 보이는 옷(의·衣)이 가장 앞에 나오 듯 체면 문화가 발달한 우리사회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때로는 자신의 형편을 넘어서는 과도한 체면치레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명품 치장은 비단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연구진은 이달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연구진은 지난 3일 남성의 혈중 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가 증가할수록 명품 선호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18-55세 남성 243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는 테스토스테론젤을 바르게 했고 또 다른 그룹에게는 일반젤을 바르게 했다. 연구진은 4시간 뒤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최고치에 달했을 무렵 참가자들에게 명품 브랜드와 저가 브랜드를 제시하고 점수를 매기게 했다. 결과는 테스토스테론젤을 바른 그룹에서 고가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어 테스토스테론 그룹 참가자에게 상품의 품질, 사치스러움, 기능을 강조한 세 버전의 광고 중 한편을 골라 시청하게 한 실험에서도 사치스러운 광고를 본 시청한 참가자가 상품에 호감을 나타내는 현상이 눈에 띄었다. 이 외에 품질이나 기능을 강조한 광고를 시청한 참가자는 상품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이런 결과를 두고 연구에 참여한 콜린 캐머러(Colin F. Camerer) 캘리포니아공과대학 교수는 “동물사회에서 테스토스테론은 공격성을 촉진하는 작용을 하지만 인간은 ‘물리적 공격’ 대신 ‘소비적 공격’을 펼친다”고 풀이했다. 동물은 물리적인 힘을 과시하지만 인간은 소비력을 드러내며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는 의미이다. 

여성의 명품 선호와 관련해서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왕성해지는 배란기(보통 생리 이후 1주일 기간)에 지출이 늘어난다는 주장이 있다. 아마존닷컴은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309명의 미국 여성을 배란 그룹과 그 외 그룹으로 구분해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1안은 다른 여성의 것(1686만원)에 비해 저렴한 반지(787만원)이지만 2안(562만원)보다는 비싼 반지를 받는 것이었고 2안은 1안(787만원)보다는 저가지만 다른 여성의 것(112만원)보다는 비싼 반지를 받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2안을 선택한 배란 그룹은 전체의 42.5%로 그 외 그룹(28.8%)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절대가치가 떨어지더라도 타인보다 나아보이는 상대가치를 중시한다는 결과다. 주재우 국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여성은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면서 사회적 지위를 추구하려는 경향을 보이며 이런 경향은 여성에게서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소비 행태는 중독성이 있다고 알려졌으며 이성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범상규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의 책 『멍청한 소비자들』에 따르면 명품에 노출된 뇌를 자기공명영상(MRI)로 스캔하자 쾌감을 관장하는 중추가 평소보다 더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저자는 “이런 쾌감은 컴퓨터게임이나 약물 중독에 버금가는 중독성이 있다”면서 “여성이 비싼 핸드백과 명품 구두를 뭇 여성에게 ‘내 남자 넘보지 마’라는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 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블라다스 그리스케비시우스(Vladas Griskevicius) 교수팀이 649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2013년 실시한 조사에서 ‘연인관계가 위협받으면 더 비싼 핸드백이나 자동차, 구두를 사기 위해 평소보다 32% 소비를 늘린다’고 나온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연인관계를 위해서든 사회적 지위를 위해서든 소비가 인간의 본능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많다. 책 『스펜트』의 저자 제프리 밀러(Jeffrey Miller)는 “과시적 소비야말로 짝을 구하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했고 『사치 열병』의 저자 로버트 프랭크(Robert H. Frank)는 “상대적 지위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관심이야말로 사치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다만 통제 없는 본능은 늘 부정적인 결과를 낳듯이 소비 본능에도 절제가 필요하다. 소비 본능에 열중하다보면 자신이 동경하는 집단의 소비 패턴을 따라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파노플리 효과(Panoplie effect)에 빠지기 쉬운데,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비교 대상을 좇아가다보면 좌절과 절망감의 고통과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의 성직자이자 작가인 토머스 풀러(Thomas Fuller)는 “비교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비교를 내려놓고 자신만의 절대적 만족 기준을 설정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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