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은 왜 죽음을 택했을까... ‘수치와 명예’
노회찬은 왜 죽음을 택했을까... ‘수치와 명예’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7.2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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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많은 이들이 충격에 빠졌다. “어머니를 찾아 뵙겠다”며 23일 집을 나선 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9시 38분 동생과 어머니가 거주하는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이후 아파트 17-18층 계단에서는 발견된 유서에는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000만원을 받았지만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며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고 적혀 있었다. 이어 “당의 앞길에 큰 누를 끼쳤다. 이정미 대표와 사랑하는 당원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수치감을 드러냈다. 

노 원내대표는 그간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로부터 거액을 받은 적이 없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왔다. 하지만 드루킹 사건을 조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칼끝이 자신을 향하면서 4,000만원을 불법 수수한 사실을 인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큰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진보의 아이콘으로 평가받았던 노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인정해야하는 상황에 견디기 어려운 수치감과 함께 어렵게 지금의 자리에 오른 정의당 구성원에게 큰 죄책감을 느낀 듯하다. 최근 진행된 모 여론조사에서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정당지지율 2위에 올라 제1야당으로의 기대감에 한껏 고무된 상태였다. 노 원내대표에 대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스로 말했던 원칙을 어기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마음이 맑고 영혼이 깨끗한 분이었다”고 회고 했으며, 경기도 동창인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4,000만원 받은 사실도 굳이 유서에 남길 필요가 없었을 텐데 그 사람이 그걸 안 밝히고는 못 견디는 그런 성품”이라고 전했다. 

치욕과 수치를 겪은 사람이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방법으로 죽음을 택하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993년 프랑스에서는 피에르 베레고부아 전 수상이 한 사업가에게서 1백만 프랑(당시 환율로 1억 4,000여만원)을 무이자로 빌려 집을 구매했다는 이유로 언론의 질타를 받다가 권총으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났다. 책 『자살에 관한 모든 것』에 따르면 자수성가한 청렴한 정치인으로 존경 받았던 베레고부아 수상은 “치욕과 불명예보다는 차라리 죽음을”이라는 좌우명을 지닐 정도로 명예를 중시했고 이 때문에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참지 못하고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다. 당시 미테랑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언론을 ‘개’에 비유하며 베레고부아의 명예와 삶을 앗아갔다고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언론과 전면전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에 프랑스에서는 한 정치 기자가 미테랑 대통령에게 보낸 항의성 공개편지를 묶어 『미테랑에게 부치는 개로부터의 공개서한』이란 책이 큰 관심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던 중 목숨을 끊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2011년 부산저축은행 예금인출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자살한 임상규 전 농림부장관, 2015년 해외 자원비리 개발 비리로 수사를 받던 중 생을 마감한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등이 명예를 지키기 위해 혹은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죽음을 현 상황의 탈출구로 삼은 것이다. 

암담한 상황에서 죽음이 최선의 탈출구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남겨진 유족의 고통 앞에서만큼은 모두가 숙연해진다. 정현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교 교수는 칼럼 「죽음, 또 하나의 시작」에서 “자살이 주위 사람에게 남기는 혹독한 마음의 상처와 참담한 고통을 안다면, 그리고 자살로는 결코 문제가 해결되거나 끝나지 않는다는 삶의 섭리를 이해한다면,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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