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 보양식은 역시 삼계탕?... '과잉 영양' 주의해야
초복 보양식은 역시 삼계탕?... '과잉 영양' 주의해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7.1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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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기세를 펼치는 가운데 본격적인 여름철 진입을 알리는 초복이 다가왔다. 

초복은 여름철 불의 기운이 최고조에 달한다는 삼복 중 첫 관문으로 본격적인 무더위의 시작을 알린다. ‘삼복엔 입술에 묻은 밥알조차 무겁다’는 속담처럼 이때는 무더위에 체력이 떨어지는 시기이다. 이 때문에 우리 선조들은 예부터 복날이 되면 보양식으로 건강을 챙겼다. 친일파 문학 작가 최남선은 책 『조선상식』에서 복날을 “여름의 더운 날씨를 제압하는 날”이라고 표현했다. 제압 방법에는 열로 더위를 다스리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 널리 사용됐다. 

이열치열에는 우리 신체와 관련한 과학적인 요소가 숨어있다. 여름철에는 인체 내·외부 간 온도 변화가 커지면서 신체 균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몸은 체온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계속해서 배 속 온도를 낮추려고 한다. 더위가 심할수록 배 속에는 냉기가 감도는데 이때 뜨거운 음식을 섭취하면 배 속 온도가 올라가고 땀이 배출되면서 피부 온도는 내려가 온도 균형이 맞춰진다. 반대로 수박, 냉면, 아이스커피 등 차가운 음식으로 더위를 이기는 이열치냉(以熱治冷)도 있지만 차가운 배 속에 냉기를 더하면 배탈이 나는 경우가 잦아 주의가 필요하다. 

이열치열의 대표적인 음식은 삼계탕이다. 토종닭의 배를 갈라 내장을 빼고 인삼과 찹쌀, 마늘, 대추, 은행, 밤 등 갖가지 한약 재료를 넣고 푹 고아서 만든 삼계탕은 여름철 허약해진 원기를 회복하는 특효음식으로 꼽힌다.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을 가득 머금은 닭에 간의 콜레스테롤 대사를 촉진하고 숙취를 해소하는 인삼이 곁들여져 항암 효과와 면역력 강화, 스트레스 해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삼계탕의 정확한 유래는 알려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선 정조의 국정일기인 『일성록』에 “연계(軟鷄·어린 닭) 속에 찹쌀만 넣고 실로 꿰맨 다음 통마늘과 함께 푹 고아 먹었다“라고 적힌 것으로 볼 때 19세기 전부터 존재한 것으로 짐작된다. 19세 말 작자 미상의 조리서인 『시의전서』나 의학서적인 『동의보감』에도 연계백숙이 언급되며 이는 이후 인삼이 첨가되면서 계삼탕(鷄蔘湯)으로 발전한다. 

계삼탕은 삼계탕과 동일한 말이지만 삼(인삼)과 닭 중 무엇을 강조했느냐에 차이를 둔다. 조선시대에는 주재료가 닭이고 부재료가 인삼이었기 때문에 닭을 강조해 계삼탕이라 불렀지만 19세기 이후 인삼의 효과가 주목받아 대량 재배가 이뤄지면서 삼계탕으로 바꿔 불리게 됐다. 

한국의 삼계탕은 외국인의 입맛에도 안성맞춤이다. 일본의 저명한 소설가 무라카미 류는 소설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에서 “한국 최고의 요리는 삼계탕”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또 중국 배우 장쯔이는 한 방송에서 “난 삼계탕 마니아다. 한국에 올 때마다 삼계탕을 먹는다”라고 밝힌 바 있다. 

삼계탕이 큰 사랑을 받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음식은 아니다. 인삼·황기·마늘 등의 따뜻한 성질의 재료가 소화 기능이 약한 소음인에게는 원기회복에 탁월한 효과를 지니지만 몸에 열이 많은 소양인이나 태양인에게는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소양인·태음인·태양인의 경우에는 각각 인삼과 황기 대신 구기자·은행·오가피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흔히 “삼계탕에 들어간 대추는 독을 흡수하기 때문에 먹으면 안 된다”는 속설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삼계탕 재료 중 독성을 내는 재료가 없기 때문에 굳이 피해 먹을 필요는 없다. 

혹시 여름철 보양식을 먹어도 예전과 같이 원기가 회복되는 효과가 없다면 식습관에 따른 영양 과잉이 원인일 수 있다. 가정의학 전문의 유태우 박사는 「과학향기 건강칼럼」에서 “과거에는 많은 사람이 채식위주의 식단으로 칼로리가 부족한 상태였고 이 때문에 고칼로리의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이 공급되면 일시적으로 원기가 회복됐다. 하지만 이미 영양 과잉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은 보양식을 먹어도 잉여 에너지가 돼 지방 및 뱃살 축적만 가속한다”고 지적했다. 보양식이 비만식이 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삼계탕의 열량은 1,001kcal(하루 칼로리 소모량 2,000kcal,), 지방질 46%(하루 지방질섭취량 20%)로 상당한 수치를 보인다. 유 박사는 “보양식은 1인분의 2/3정도로 먹는 것이 최고의 보양법”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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