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관련 전문출판사
동아시아 관련 전문출판사
  • 관리자
  • 승인 2006.04.0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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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출판사 강인황 대표

 한때 출판계에 괜찮은 출판사로 주목받던 출판사가 있었다. 한겨레21(2001.3.8), 경향신문(2000.4.13), 한겨레신문(2000.3.5), 오늘의 책(1999.9.11), 조선일보(1999.3.5), 중앙일보(1998.4.17), 뉴스플러스(1997.11.13)까지 웬만한 언론매체에서 모두 취재하고 소개했던 출판사.

 연세대 앞에서 사회과학 전문서점을 운영하던 강인황 사장(44세)과 한길사와 돌베개출판사에서 편집을 해왔던 문현숙 실장이 지난 97에 만든 이산출판사가 그곳이다. 이산출판사가 처음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동아시아 관련 전문출판사라는 점과 철저한 장인정신으로 무장, 양질의 도서를 출판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관련 전문출판사로의 출발
 이산은 처음 동아시아 관련 전문출판사로 시작했다. 부부사이인 강 사장과 문 실장이 "비교적 잘 알고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분야"였기에 동아시아 전문 출판사의 길로 나서게 됐다고 한다. 특히 이산이 주목하는 것은 동아시아 역사 중에서도 바로 근대화와 관련된 부분이다.

 즉 동아시아의 근대화 존재 여부, 동아시아 근대성의 실체를 찾는데 진력하고 있다. 왜 이렇게 이산은 동아시아의 근대화에 주목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지정학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비슷한 위치에 처한 우리사회의 근대성 문제를 생각할 때 타산지석으로 삼을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산의 첫 책인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는 동아시아 전문출판사를 지향하는 이산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책이자 앞으로 이산이 근대성의 문제를 파헤치겠다는 신호탄이었다. 20세기 현대사상가인 베버, 푸코, 월러스틴의 이론을 종횡으로 구사하며 서구 오리엔탈리즘과 일본적 오리엔탈리즘을 비판한 만큼 이들 사상가들의 이론을 모른다면 읽기 어렵다.

 첫 책으로 이 책을 내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걱정 어린 시선으로 "그런 책은 잘 안 팔리는데…" 하는 말들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산은 결국 이 책을 출간하기로 하고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란 책을 조금이라도 읽히는 책으로 만들기 위해 강 사장과 역자가 교대로 책을 읽어나가며 입에 걸리는 부분은 토론해서 고치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서야 책이 나왔다.

 이렇듯 정성을 들인 보람 때문인지 이 어려운 책이 좋은 반응을 얻어 지금은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씩은 읽어야 할 기본서로 자리 잡았다. 이밖에 이산을 대표할만한 동아시아 관련 책으로는 『현대일본의 역사』 『반역의 책』『현대중국을 찾아서』 『중국영화사』 『20세기의 역사』 『자본주의 역사와 중국의 21세기』도 빼놓을 수 없다.

 

투철한 직업의식 속에 빛나는 장인정신
 이산은 책·홈페이지·도서목록에서 일관되게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갑니다"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스스로 어리석은 자를 지칭하는 이 표현은 우공이산(愚公移山), 즉 어리석은 자가 산을 옮긴다는 말이고 출판사의 이름도 여기에서 연원한다.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조금씩 바꿔 가는 세상이 바로 출판사 이산이 책을 통해 지향하는 사회다.

 이산에서 나온 책이라면 누구나 내용과 편집을 신뢰할 수 있을 만큼 까다롭고 꼼꼼한 책 만들기의 장인정신이 실현되는 곳이기도 하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장인정신을 지니고 우직하게 한 가지 일에 천착하는 출판사, 그중 한곳이 바로 이산출판사이다.  보름간 강독하며 글을 매만진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편집 실무에만 1년이 걸렸다는 『현대중국을 찾아서』(전2권)는 끈기 없이는 만들기 불가능한 책이었다. 명 말에서 천안문 사태까지 중국근현대사 400년을 되짚는 이 책은 영어 원서로 1200페이지 분량이나 되는 대작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에서는 1권 580쪽, 2권 563쪽으로 분책돼 태어났다.

 책 만들기에 있어 꼼꼼하기 그지없는 이런 장인정신은 이산이 만든 모든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01년 5월에 출간된 『자본주의 역사와 중국의 21세기』도 이런 과정을 통해 출간됐다. 이산은 또 외서를 편집할 때 원서의 내용은 최대한 살리고 국내 상황에 비추어 더 필요한 요소는 추가한다.

 출판사가 자료를 더 갖고 있고 편집자가 조금이라도 독자들이 책을 읽는 데 필요한 사항이라고 판단되는 것들을 해줄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밖에 이산에서 만든 책들은 참고문헌이나 더 읽을거리도 단순히 옮겨놓는 수준이 아니라 국내에서 번역된 책들은 국내 출시제목과 출판사를 일일이 밝혀놓는다.

 

세계사 책들도 새롭게 선보여
 이산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쉽게 책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역사에 대한 책들도 선보이고 있다. 이른바 ‘히스토리아 문디’라고 이름 지어진 이 책들 중 최근에 나온 책이 『전쟁의 세계사』와 『전염병의 세계사』라는 책을 들 수 있다. 『전쟁의 세계사』는 군사기술상의 변화를 서술함으로써 지난 천년 동안 인류가 걸어온 행보를 되짚어보고 오늘날 인류가 공멸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 과정을 돌아본 책이다.

 『전염병의 세계사』는 선사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전염병이 인류의 역사에 미친 영향을 다룬 책으로 전염병을 인류에게 재앙을 초래하는 돌발적이고 일회적인 우연한 사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사의 총체적 국면과 맞물려 있는 중요한 변수로 파악함으로써 세계사에 대한 획기적인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 문명의 발달, 로마제국의 멸망, 유럽 문명의 아메리카 대륙 정복, 산업혁명 등 인류사에 선명하게 각인된 현상들은 어떤 식으로든 전염병 및 그에 대한 인간의 대응과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산은 그동안 첫 번째 책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를 시작으로 최근 『전쟁의 세계사』와 『전염병의 세계사』까지 50여권의 책을 묵묵히 펴냈으며 조만간 『문답으로 엮은 교양중국사』라는 1,200페이지 분량의 책을 선보일 계획이다.

 다른 어떤 출판사보다 장인의식을 갖고 남들이 하지 않은 분야의 일을 하면서 보람을 찾고 있는 이산출판사. 하지만 이산출판사는 더 이상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시대적 여건이 많이 변했음에도 특별한 변함없이 묵묵히 출판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록 세간의 관심은 잊혀졌는지 모르나 아직까지 이산을 찾는 독자들은 꾸준하다. 이와 관련 강사장은 “책이 안 팔림에도 사보는 독자들이 있으니 이산의 지금이 있으며 이산을 사랑해주는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앞으로도 더욱 좋은 책을 만들어 독자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한다.

독서신문 1394호 [200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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