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묵의 3분 지식] 6·13 지방선거와 고슴도치의 사랑
[조환묵의 3분 지식] 6·13 지방선거와 고슴도치의 사랑
  • 조환묵 작가
  • 승인 2018.06.1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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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가시를 견딜 수 있는 적당한 거리는?
조환묵<(주)투비파트너즈 HR컨설
턴트/『직장인 3분 지식』 저자>

[독서신문] 선거 때가 되면 장밋빛 공약이 난무한다. 비록 남·북·미 평화회담의 물결 속에 파묻혀 선거 열기가 예전만 못하지만, 6·13 지방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후보들은 당장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서슴없이 내놓는다. ‘지하철역을 신설하여 교통이 편리한 도시를 만들겠다’, ‘대기업의 공장을 유치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겠다’, ‘학교, 병원 등 공공시설을 많이 세워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은 오로지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한 선거 전략의 일환일 뿐이다.

이는 사람의 이기적 심리 현상, 즉 핌피 현상(PIMFY)을 이용하는 것이다. PIMFY는 ‘Please In My Front Yard’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자신이 사는 지역에 이익이 되는 시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것을 말한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지역이기주의를 뜻하는 핌피 현상은 주로 교통시설이나 편의시설, 공공시설 등을 새로 지을 때 서로 자기 지역으로 끌어들이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때 생긴다. 이런 시설이 생기면 살기에 편리할 뿐 아니라 땅값, 집값 등이 올라 자산 가치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해당 지역 거주민은 언제 실현될지도 모른 채 화려한 공약을 남발하는 출마자의 말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고, 결국 표를 찍어주고 만다. 마치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서로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짝짓기 행위 같다.

님비 현상(NIMBY)이란 핌피 현상의 반대말로 'Not In My Back Yard'의 약자다. 이 또한 지역이기주의의 한 형태로서 위험 시설, 혐오 시설 등이 자신의 주거지역에 들어오는 것을 저지하려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핌피 현상보다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극렬하게 반대하고 물리적 저항까지 서슴지 않는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대표적 님비시설로는 원자력발전소나 원전폐기물 저장시설, 화장장, 납골당, 쓰레기매립지, 하수종말처리장, 고압 전력선 등이 있다. 이런 시설이 들어설 때는 해당 지역 주민에게 직접 보상을 해 주는 것은 물론 특별 기금 지원, 세금 감면, 일자리 제공 등의 간접 보상을 해 주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해당 지역 주민이 환경오염, 질병 발생, 수명 단축 등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일상생활이 망가진다는 이유로 무조건 반대를 외치고 물질적 보상마저도 완강히 거절하면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정부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하고 추진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지역주민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면서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 또한 경제적으로 충분한 보상과 함께 직‧간접적 지원을 함으로써 난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마음과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땅은 그렇게 넓지 않다. 게다가 인구 밀도도 매우 높다. 꼭 필요한 시설이라면 어딘가에는 설치해야 하는데, 사람이 살지 않는 장소를 찾기란 현실적으로 무척 어렵다. 그렇다면 해당 지역의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서 동의와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때리면 맞겠습니다. 제발 특수학교만 짓게 해주세요"

작년 9월 강서지역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기 위한 주민토론회에서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장애 학생 부모들이 무릎 꿇고 눈물지으며 호소한 말이다. 주민들은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는 자치구가 8개나 되는데 왜 강서구에 2개나 세우나`, `동네에 장애인 복지관이나 노인정 등 복지시설은 많다`, `아파트 한 채가 전 재산인데 그런 시설이 또 들어오면 어쩌란 말인가`라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이날 벌어진 눈물겨운 모습은 TV와 SNS를 타고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온 국민을 울리고 주민의 이기적 반대에 공분을 샀다. 호의적 여론 덕분인지 내년 3월에 특수학교가 개교할 예정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지금도 장애인 시설이나 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별히 위험하거나 혐오스러운 시설이 아닌데도 시위를 벌이거나 항의 방문을 한다. 지역주민이 이 시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녀 교육에 좋지 않고, 집값이 내려간다는 것이다. 이들은 경제적 보상이나 대책도 요구하지 않는다. 무조건 ‘절대 불가’만 외친다. 내 것을 지켜야 한다는 이기적 마음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이타적 마음이 서로 부딪히면 과연 어느 것이 이길까? 선악의 기준으로만 판가름하기 어려운 문제라서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들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달라붙어 한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곧 날카로운 가시가 서로의 몸을 찔러 아파서 흩어졌다. 그러다가 추위를 견디지 못해 다시 모였다. 또 가시가 서로를 찔러 다시 흩어졌다. 그렇게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한 끝에 마침내 고슴도치들은 서로의 가시를 견딜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가 쓴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여기에서 인간관계를 설명하는 심리학 용어인 ‘고슴도치의 딜레마(Hedgehog’s Dilemma)’가 유래했다.

UN이 발표한 2017년 세계 인구밀도 순위를 살펴보면 1위 방글라데시(1,266명), 2위 대만(653명)에 이어 우리나라(522명)가 3위를 차지했다. 이는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바레인 등 인구가 적은 도시국가를 제외한 세계 순위다.

이렇게 좁은 땅덩어리에서 많은 사람이 모여 살면 고슴도치의 딜레마에 빠지기 쉽다. 서로 사이좋게 지내려면 자신의 가시가 상대를 찌르지 않는 적당한 거리를 찾아야 한다. 상대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기보다는 이해와 배려의 손길을 먼저 내밀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 고슴도치의 사랑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출처: 『직장인 3분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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