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도 지방선거도 ‘기울어진 운동장’
월드컵도 지방선거도 ‘기울어진 운동장’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6.05 11: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6월은 지방선거와 월드컵이 함께 있는 달이다. 1995년부터 시행돼 1998년부터 4년마다 월드컵과 같은 해, 같은 달에 시행된 역대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보다 대부분 투표율이 낮았다. 그만큼 관심이 없었다는 말인데, 이번 월드컵도 대한민국이 축구 강국들과 같은 조에 속하면서 역대 지방선거만큼이나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듯하다. 한편, 관심이 없다는 것 외에도 월드컵과 지방선거는 모두 애초에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일부 방송과 시민들은 월드컵을 세계인의 축제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아니다. 국제법상 인정된 국가 242개국(비 독립국 포함) 중 겨우 32개국만이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다. 참가하지 못하는 국가는 축구를 스포츠로서 즐기기 힘들어 다른 나라들과 공정한 경쟁이 어려운 가난한 나라들이다. 이번 월드컵 또한 오직 전 세계에서 32개국만 월드컵이라는 축제를 즐길 것이며 나머지 210개국은 남의 나라 잔치를 구경 할 뿐이다.

이 32개국 중에서도 ‘기울어진 운동장’은 나타난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나라는 대부분 축구장, 프로리그, 유소년 축구단 등 기본 인프라가 잘 갖춰졌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몇몇 나라들은 고정적으로 본선에 진출하지만, 개발도상국이나 제삼 세계 국가들의 본선 진출은 가뭄에 콩 나듯하다.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장 후보에는 분명히 9명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주목받는 후보는 기호 1번 박원순 후보, 기호 2번 김문수 후보, 기호 3번 안철수 후보밖에 없다. 시민들은 애초에 나머지 후보들에게 관심이 없다. 이에 더해 언론사들은 주요 후보들을 제외한 ‘어차피 당선이 안 될’ 후보들은 시청률이나 조회 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해 취재조차 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국민들의 관심은 나머지 후보와 이들이 내놓은 공약에서 멀어진다. 다수의 의견을 취합하고 고려해 더 좋은 안을 내놓는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대한민국의 시민이라면, 나머지 후보와 그 후보들의 공약을 응당 살펴봐야 할 것이다. 참신한 공약들이 많다.

김종민 기호 5번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프리랜서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스스로 노동기본권을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동반자 관계 인증을 통해 장애인 공동체, 노인의 동거, 미혼이나 동성 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의 주거·복지·의료 등에 혼인 관계와 같은 혜택 적용’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다소 급진적일 수 있지만, 김진숙 기호 6번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는 ‘재벌 갑질, 안전 불감에 대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직장 갑질 119 설치’, ‘현행 10%대인 노동조합 조직률 50% 수준으로 향상’, ‘노동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직접정치회의를 통한 참여시정 실현’ 등을 공약했다.

신지예 기호 8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는 여성의 재생산 건강권을 보장하고 공공 의료서비스를 강화하는 ‘젠더건강센터설치’와 서울시와 위탁, 용역, 사업 등의 계약을 맺는 모든 기업이나 기관을 대상으로 계약 시 성 평등 이행 각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성 평등한 일터 인증 제도를 시행하는 ‘성 평등 계약제 도입’을 공약으로 삼았다.

최태현 기호 10번 친박연대 서울시장 후보는 현재 우리나라의 심각한 문제의 하나인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세 번째 자녀부터 출산 장려금을 최대 1억원으로 상향하는 공약을 내놓았다.

월드컵이 ‘세계인의 축제’가 아니듯, 우리의 지방선거도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월드컵에 참가하는 32개국을 제외한 국가들도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살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되듯, 지방선거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후보들의 의견 역시 충분히 귀 기울이고 국가 운영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