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최대현 등 MBC 인사숙청... 이게 최선일까?
신동호‧최대현 등 MBC 인사숙청... 이게 최선일까?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5.2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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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MBC 사측이 28일 신동호 전 MBC 아나운서 국장과 박모 전 보도국 취재센터장에게 6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공식적인 징계 이유는 ‘취업 규칙 위반’이지만 사내 ‘블랙리스트(직원을 성향에 따라 분류한 명단)’가 작성된 전(前) 경영진 체제에서 지휘라인에 있었던 것이 구체적인 사유로 보도되고 있다. 최승호 MBC 사장은 지난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신동호 아나운서는 과거 무려 11명의 아나운서가 (MBC에서) 떠나가도록 만들었고 십여명의 아나운서가 부당 전보되도록 한 책임이 있다”고 징계를 예고한 바 있다. 최승호 사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대대적인 인사 숙청 작업이 계속되면서 과거 6.25 전쟁 당시 국군과 북한군이 번갈아가며 점령지 주민에게 가한 사상 검증에 따른 숙청을 연상케 한다.

반(反) 정부 성향의 인사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블랙리스트’는 앞서 박근혜 정권의 주요한 적폐로 지목된다. 이처럼 블랙리스트가 사회악으로 치부되는 현실에서 최승호 사장 체제의 MBC에는 또 다른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말이 나온다.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구성한 ‘정상화위원회’가 비(非) 언론 노조원, 2017년 파업 불참자, 전(前)·전전(前前) 정권의 임원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징계 사안을 찾기 위해 출고된 기사의 취재원 공개 강요, 회사 이메일 무단 열람, 동의 없는 개인 경력 조회 등 탈법(脫法)이 자행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권력에 희생된 언론인이란 평가를 받았던 최승호 사장이 권력을 잡으면서 “MBC가 인사 숙청의 전쟁터”가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MBC 정상화위원회... ‘점령군 떠올리게 해’

최승호 사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블랙리스트’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임직원에 대한 징계와 함께 이전 정권 때 이뤄진 파업 당시 대체 인력으로 채용된 일반 기자‧아나운서들에 대한 사측의 일방적인 업무 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2월 최승호 사장 취임과 동시에 이전 보수 정권 때 고용된 80여명의 경력직 기자들이 업무에서 배제됐다. 이들이 중계차나 사내 기기실로 보내지면서 일각에서는 이전 정권에서 행해지던 불합리한 인사 발령이 재현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지난 18일 MBC 인사 발령에서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를 받는 최대현 아나운서와 권지호 카메라 기자가 해고되기도 했다.

이런 인사 숙청의 선두에는 적폐 타도를 명분으로 내건 ‘정상화위원회(정상위)’가 있다. 사측은 인사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임‧직원을 조사해 징계 요구, 고발 조치할 수 있는 권한을 정상위가 지닌다고 주장하지만 법적으로 논란이 있다. 주식회사로서 상법을 적용받는 MBC는 진상 조사를 위해 감사위원회(정상위 성격의 조사기구) 구성과 관련한 정관을 갖춰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주장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상위가 진상조사 권한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상위는 수개월째 조사‧징계‧고발 등의 업무 수행을 계속하고 있다. 거기다 고압적인 태도로 조사를 벌인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지속된다. 박상후 전 MBC 부국장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병원 CCTV화면을 공개하면서 “도쿄특파원을 지내다 소환된 MBC 전 모 기자가 허리디스크로 입원치료 받고 있는 인천의 한 병원에 정상화위원회 소속 기자 2명이 나타나 고압적인 태도로 여러 병실을 헤집고 다니며 설쳐댔다”며 “CCTV 전 과정을 확인하면 설쳐댄 것인지 단순방문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상위는 “전 모 기자에게 조사를 위해 출두하라고 요청했으나 병가를 이유로 조사를 거부해 병원을 찾아간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MBC 감사국의 탈법적 조사 행위도 논란의 대상이다. 경력기자들의 입사 경위 전반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타 언론사 인사 담당자에게 이들의 경력 검증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타 언론사 인사담당자로부터 당사자 동의 없는 개인정보 제공은 위법이라는 지적을 받은 뒤에야 뒤늦게 대상자들에게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동의서에 서명하라’고 통보했다. 또 감사 과정에서 직원 40여명의 사내 메일을 동의 없이 들여다본 사실이 확인되면서 최승호 사장 등 9명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정상위의 이 같은 처사는 직원들의 잘못을 드러내고 바로잡고자 하는 목적인지, 아니면 이미 처벌을 염두에 두고 그 빌미를 찾는 것인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대목이다.

계약직 아나운서 10명 “우린 적폐 아니다”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는 전 MBC 경력직 아나운서들의 피켓 시위가 벌어졌다. 앞서 MBC 파업의 대체인력으로 2016년과 2017년 만 1년 단위 계약직 아나운서로 선발됐다가 최근에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이들은 “사측이 정규직 전환을 수차례 약속했지만 최승호 사장이 임명되면서 정규직 전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우린 적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2월 5년 만에 재개한 신입사원 공채에서 계약직 아나운서 10명 중 1명 만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부당 해고’와 ‘정당한 계약 만료’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MBC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애쓰고 있지만 모든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없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최승호 사장은 “(MBC의) 구체제에서 기존 아나운서들을 탄압하고 내몰기 위해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뽑았다”고 말한 바 있어 의도적인 정리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최승호 사장이 저자로 참여한 책 『PD수첩: 진실의 목격자들』에는 “방송의 역할은 가진 사람이나 못 가진 사람이나 소수자나 약자나 구분 없이 서로 잘 어울려서, 가급적이면 가진 자가 못 가진 이들을 생각하고 배려하며 어울려 사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는 거라고 본다. (중략) 그런 사회를 위해 정치활동, 언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기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한데 어울려 사는 데 일조하는 것이 언론과 언론인의 역할이라는 말이다. 과거 자행된 적폐를 청산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만 행여 그 과정에서 피해보는 사람이 있지는 않은지, ‘지금의 방법이 본인들이 당한 방법과 동일한 ’적폐‘는 아닌지’ 돌아볼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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