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마드·메갈리아·일베, 이들은 왜 ‘혐오’하는가
워마드·메갈리아·일베, 이들은 왜 ‘혐오’하는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5.11 14: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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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워마드(WOMAD), 일간베스트, 메갈리아. 이 세 사이트는 매번 ‘성(性) 혐오 논란’의 중심에 선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쪽 성에 극단적인 혐오감을 가진 이들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일베충’이라고 불리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일간베스트 회원들은 ‘여성 혐오’와 ‘반(反) 페미니즘’, ‘반(反) 특정 지역·정당’ 게시물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11일에도 여성을 혐오하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으며 대부분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 대부분이 여성을 혐오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들이 여성 혐오 글을 올리는 이유는 ‘피해의식’과 ‘양성평등 사회에서 느끼는 위기감’ 때문이다. 윤보라 서울대 여성학 협동과정 박사는 논문 「일베와 여성혐오」에서 “일베는 스스로를 사회의 주변부에 놓인 취약한 존재로 인식하고 그 취약성의 원인을 여성과 페미니즘에 돌린다”고 주장했다. 김보명 서울대 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은 「혐오의 정동경제학과 페미니스트 저항」에서 “일베의 여성 혐오는 이들이 가진 왜곡된 남녀평등 혹은 양성평등의 논리와 그에 따른 남성 피해자 정체성이 작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심리학자이자 우송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인 한민은 그의 책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에서 여성혐오를 “양성평등 사회로 변해감에 따른 남성들의 저항”으로 규정했다. 그는 “사람들은 본래 익숙한 것을 추구하는 존재”라며 “낯선 것을 보면 두려워하고 공격하려 한다”라고 여성혐오의 이유를 설명했다.

지금은 폐쇄된 사이트 메갈리아는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와 노르웨이의 작가 게르드 브란튼베르그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의 합성어다.

『이갈리아의 딸들』에서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실제 세상과 정반대인 것처럼 메갈리아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미러링’이었다. ‘미러링’이란 기존에 남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행했던 여성 혐오 발언이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자는 직업이나 명칭 앞에 ‘남’자를 붙이지 않는 행태에 저항해 ‘남교사’, ‘남배우’ 등의 단어를 쓰고 남성을 우선시하는 행태에 저항해 ‘부모’를 ‘모부’로 ‘남녀’를 ‘여남’으로 바꿔 부른다. 또한 남성의 작은 성기나 무능력을 비웃고 멸시한다.

김보명 연구원은 “‘미러링’의 언어는 ‘여성 혐오’의 형식을 빌려오면서 그 주체와 대상을 바꿈으로서 기존 여성 혐오의 문제를 드러낸다”라고 말했다. 남성이 여성에 대해 비하, 멸시, 대상화, 분노의 말을 하면 그동안 사회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반면, 여성이 남성에 대해 혐오 발언을 하면 이상하게 생각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남성이 그동안 행해왔던 폭력을 깨닫게 한다.

메갈리아에서 게이 남성과 트렌스젠더 여성을 옹호하느냐 마느냐로 갈등하다가 ‘여성 저항 공동체 단일화’를 위해 분화된 곳이 ‘워마드’, ‘레디즘’, ‘메갈리아 저장소’다. 그 중 ‘워마드’는 최근 들어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키는 곳으로,극단적인 여성 우월주의를 내세우며 남성과 게이 남성, 트렌스젠더 여성 등 성소수자들을 혐오하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

워마드는 메갈리아의 ‘미러링’을 넘어서 과격해졌다. 이들의 남성혐오는 도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제약이 없다. 이번 홍대 누드크로키 사건 외에도 고인이 된 ‘샤이니’의 멤버 종현과 배우 김주혁을 모독하고, 호주 남자 어린아이를 강간했다는 글을 올리는 행태를 예로 들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워마드’에서 여성은 강력하고 파괴적이며 괴물적인 이미지로 그려진다”라며 “남성 아동으로부터 가부장적 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한국 남성들을 강간, 폭력, 살해, 모욕의 대상으로 그려내며 이들을 파괴하고 응징하는 서사를 반복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여성우월주의’의 문화적 상상에서 성적 차이와 권력은 해체되거나 비판적으로 재구성되기 보다는 단순히 역전되면서 회피될 뿐이다”라며 비판의식을 잃어버린 극단적인 혐오를 비판했다.

한편, 이 세 사이트가 생겨난 이유가 공통적으로 ‘위태로움’과 ‘불안’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나병철 한국교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논문 「근대적 환등상 경험과 비동일성의 미학」에서 “외부의 적이 사라지고 내부에서의 경쟁이 가속화되는 후기 자본주의 시대에 내 옆의 타자들은 잠재적인 경쟁자이며 따라서 혐오하고 배척돼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김보명 연구원도 일간베스트, 메갈리아, 워마드가 생겨난 이유에 대해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삶의 불안과 위태로움 속에 타자에 대한 배제와 적대의 실천을 통해 손상된 자아를 회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혐오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이 혐오에 대해 그저 “이해할 수 없다”라고 하기보다는,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그 이유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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