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김욱 "우리는 책혐시대에 살고 있다"
[작가의 말] 김욱 "우리는 책혐시대에 살고 있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5.11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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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한 오래전, '취미'가 뭐냐는 신상조사란에 '독서'라고 적는 사람들 숫자가 넘치던 때가 있었다. 그런 풍조가 못마땅했던 일부 지식인들은 '독서가 무슨 취미냐, 그냥 일상이지'하면서 한마디씩 하던 시절이었다. 아마 그 지식인들은 숨쉬기가 취미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독서도 취미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내가 보기에 우리 시대의 대세 취미는 단연 '시공을 초월한 스마트폰 들여다보기'다 그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읽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억울한 독서인들을 뺀다고 해도 스마트폰 보기가 대세 취미라는 것에는 흔들림이 없다. 설령 내가 간과한 이런저런 다른 취미가 대세라 해도, 적어도 독서가 우리 시대의 대세 취미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독서가 대세이기는커녕 어느 측면에서 우리는 '책혐시대'에 살고 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책'은 그냥 까만 글자가 적힌 흰 종이들을 모아 한쪽 면을 고정시켜 읽게 만든 물건 전체를 지칭하는 게 아니다. 내가 말하는 '책혐'대상으로서의 책은 '즉각적인 실용성이 떨어지는' 그중 일부다. 이 일부의 책은 분명히 어떤 경향성을 가지고 책혐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실제로 있다 해도, 우리가 굳이 인위적으로 극복하려 애쓸 필요가 있을까?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이 책에서 하려는 얘기다. 

많은 사람이 눈앞에 '장기적인 도움을 줄 좋은 책'이 있어도 못 알아볼뿐더러, 심지어는 그 책을 읽고서도 읽지 않은 사람들과 하등 다를 바 없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그 책은 그들에게 '책'이 아니라 그저 흰 종이 위의 검은 글자일 뿐이다. 어떤 책의 가치가 제대로 발현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독자의 책읽기 능력에 달려 있다. 좋은 책이 좋은 독자를 만나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의 의도다. 

그런데 '좋은 책'이 정확히 뭘까? 좋은 책(양서)이란 세상의 진실을 이해하도록 도와 독자를 창의적으로 각성시켜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각성은 독자의 개인적 여건에 따라 제각각 다르게 찾아올 것이다. 그럼 책의 가치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어떻게 향상할 것인가? 결국은 각자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신의 책읽기 역량을 높이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겠지만, 다른 사람의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 팁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유용한 이야기들을 이 책에 담았다. 

여러분이 책을 읽는 것은 누군가의 '창조'를 이해하는 일이다. 천재들처럼 창조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그들의 창조에 대해 설명을 듣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름의 방식으로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타인의 창조물을 이해하고, 익숙해지는 것이 곧 자신의 사고능력을 진화시킬 수 있는 결정적 수단이다. 그렇게 열심히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모두 자신의 수준에서 나름의 창의적인 방식으로 기력을 향상할 수 있다.

책을 제대로만 읽는다면 어느 순간 자신이 창의적인 두뇌로 인간이 가야할 길을 생각하는 독자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책혐시대의 책읽기
김욱 지음 | 개마고원 펴냄│296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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