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대한민국]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독서가 희망이자 행복입니다"
[책 읽는 대한민국]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독서가 희망이자 행복입니다"
  • 박정욱 기자
  • 승인 2018.04.08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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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 현기영 『순이삼촌』, 서명숙 『영초언니』, 배철현 『신의 위대한 질문』

[독서신문 박정욱 기자] ‘배려와 협력으로 모두가 행복한 제주교육.’

이석문(59) 제주도교육감의 블로그에 적혀있는 대문글이다. ‘사람이 중심인 교육, 교육이 중심인 사람’을 내세우며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이 교육감은 2014년부터 제주 교육행정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3월 26일 발표한 ‘2018 전국 교육감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 결과에서 공약이행완료와 목표달성 분야에서 각각 최우수(SA) 등급을 받았다. 그는 교육감 재선에 도전할 계획이다.

교육과 독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2018 책의 해’를 맞아 더욱 빛나고 있는 독서신문의 전 국민 독서캠페인 ‘책 읽는 대한민국’에 이석문 교육감을 주인공으로 초대한 이유다. 그는 “독서가 희망이자 행복입니다. 책과 함께 행복하십시오”라고 말했다.

- 교육감 임기 4년을 보낸 소회를 먼저 부탁드립니다.

도민들과 행복한 4년을 보냈습니다. 도민들의 마음속에 저에 대한 평가, 제주교육에 대한 평가가 있을 겁니다. 도민들께서 따뜻한 말씀과 격려를 해주십니다. 지난 4년, 교육 변화의 씨앗을 뿌렸으니 이제 열매와 꽃을 피울 때라고 하십니다. 그 말씀들을 깊이 수렴해 재선 출마 입장을 조만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제주 교육행정을 누구 보다 잘 아는 분의 입장에서 향후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인류 보편적 과제, 국가 단위의 과제, 지역 단위의 과제가 있습니다. 인류 보편적 과제는 4차 산업혁명입니다. 국가 단위의 과제는 초저출산율입니다. 지역 단위 과제는 제주에 국제학교가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 이상 경쟁과 서열, 성적 중심의 교육이 존속되기 어렵습니다. 인공지능과 공존하고 예술적 감수성 등 인간 본성을 펼칠 수 있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초저출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 한 명, 한 명의 꿈과 끼, 가능성을 100세 시대의 건강과 행복으로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제주의 경우 국제학교가 가까이 있어서 교육 양극화 문제가 우려됩니다. 제주 공교육을 국제학교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교육 혁신을 해야 합니다.

- 제주도교육청이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과정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IB 교육과정은 어떤 것인가요. 도입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지.

정답이냐 오답이냐를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강조하는, 논리적 사고력을 증진시키는 교육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2015 개정교육과정과 과정평가, 고교학점제 등이 도입되면서 교육혁신의 흐름이 매우 빨라지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이러한 흐름에 대비하기가 벅찬 상황입니다. 그에 비해 IB교육과정은 비교적 구체적인 모형과 경험, 성과를 갖고 있습니다. 명확한 평가 모형으로써 IB교육과정이 교사들의 미래 대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교육청 차원에서 용역 연구를 통해 IB도입에 대한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어 IB과정 도입을 위해 최근 싱가포르에서 IBO 회장을 만나 의사를 타진했습니다. 오는 5월에 열리는 IBO이사회에서 한국어 IB과정 도입 여부가 공식 의제로 논의됩니다. 그 결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제주는 3-4월에 ‘4.3 사건’의 의미를 되새기는 여러 행사들이 열립니다. 올해는 특히 4.3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교육감님께서는 3월 19일 ‘2018 4.3 교육주간’ 선포식에서 “2018년, 제주 교육의 이름은 ‘4.3. 70년’입니다. 제주 4.3은 우리 모두의 역사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4.3의 (교육적)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운이 좋은 세대입니다. 60년 이상 전쟁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평화 체제 밑에는 참혹한 비극이 깔려있습니다. 비극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사회적 합의와 노력이 있기에 평화가 오래 유지되고 있습니다. 비극의 아픔과 교훈을 평화와 화해, 인권의 보편적 가치로 승화해야 합니다. 이를 후대에 계속 전해야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4.3은 교육으로 기억하고 전승할 것입니다. 그래서 4.3평화인권교육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교육을 통해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이 항구적으로 살아있는 제주와 대한민국, 동아시아 공동체를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미투(Me Too), #위드유(With You) 운동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미투, 위드유로 실현되는 시간이 또 다시 100년이 걸려선 안될 것”이라면서 “성 인지 교육을 통해 미투에서 위드유로 바꿔나가겠다”고 말씀하셨는데, 미투 운동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정의로운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봅니다. 촛불 혁명 광장에서 공유하고 고민해 온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받는 대한민국’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의 모습이 ‘미투 운동’이라고 봅니다. 미투 운동이 일어나게 된 사회적 배경과 구조적 과제 등을 함께 돌아보고 통찰하면서 ‘위드유’로 나아갈 수 있는 사회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봅니다.

남녀 이전에 우리 모두는 ‘인간 존엄성’이라는 보편의 가치로 연대하고 있습니다. 인간 존엄성으로 대화하고 토론하고 지혜를 모색하면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미투에 대한 교육 역시, 인권과 인간 존엄성을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인간 존엄의 가치를 함양하고, 서로 배려하고 협력, 존중할 수 있도록 교육을 펼치겠습니다.

- ‘공교육이 죽었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교육현장이 바로설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아이와 교사가 사랑으로 만날 수 있는 교실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이 한 명, 한 명에 집중하고 잘 키우는 주체는 교사입니다. 그동안 교육부에서 교육청으로 내려간 업무들이 다시 덧붙여져서 교육지원청으로, 다시 업무가 덧붙여져 학교로 내려가는 구조였습니다. 학교현장은 업무를 덧붙이고 지시하는 행정을 해왔습니다. 아이에게 집중하는 교실이 만들어지지 못했습니다. 제주교육청은 업무를 덜어내고 교실을 지원하는 행정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대표 정책이 ‘행복 교육 시작의 달’입니다. 교사가 온전히 아이들과 사랑으로 만나는 교실을 만들면 본연의 교육 본질이 실현되는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 교육과 독서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평소 독서는 어떻게 하고 계신지요. 학생들에게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틈나는 대로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제 삶의 길, 교육 철학, 미래 교육 비전 등을 책에서 모색했습니다. 책은 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아이들도 책과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중학교까지는 독서습관을 기르고, 아이들이 서로 책에 대해 토론하는 교육문화를 정착시키려 합니다. 학생들이 실적이나 성적을 위해 양 위주의 독서를 하지 말길 권유합니다. 책은 오랜 성찰과 연구, 공부 끝에 내놓은, 저자가 세상에 건네는 질문이자 대화입니다. 책이 건네는 질문을 자신만의 답으로 찾아가고, 적극적으로 대화에 동참하면서 100세 시대를 살아갈 철학과 가치관을 잘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 2013년 『듣고 즐기고 소통하자』라는 책을 펴내셨습니다. 어떤 내용의 책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저술 계획이 또 있으신지.

2008년 학부모 모임으로 시작해 지금은 제주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들엄시민’을 소개한 책입니다. ‘들엄시민’은 ‘듣다보면’의 제주어입니다. 영어를 사교육 없이 모국어처럼 습득하는, 새로운 영어 습득 모형입니다. 책에는 들엄시민의 개념과 원리, 다양한 효과, 영어 교육을 비롯한 한국 교육이 변화해야 할 방향 등을 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지난 4년의 경험을 담은 책을 저술하려 합니다. 교육을 둘러싼 과제,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했던 정책의 경험들과 성과,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 등을 아우르고 싶습니다.

- 독서신문은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추천도서를 몇 권 소개해 주십시오.

4.3을 형상화한 최초의 작품, 현기영 작가의 『순이삼촌』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의 『영초언니』도 추천합니다. 엄혹한 군사 정권 시절, 역사와 시대의 모순과 상처를 온 몸으로 견뎌낸 영초언니의 삶에서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고마움과 의미를 아이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배철현 서울대 교수의 『신의 위대한 질문』 도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신과 인간, 세상의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많은 질문을 통해 세상과 인간의 존재를 통찰할 수 있고, ‘질문의 힘’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끝으로 교육자로서, 교육행정가로서 학생, 학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씀 남겨주십시오.

제주교육의 모토가 ‘제주교육은 질문’입니다. 질문이 4차 산업혁명과 100세 시대를 대비하는 힘입니다. 하나의 질문에 하나의 답을 내놓는 교육에서, 하나의 질문에서 다양한 답을 내놓는 교육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하나의 질문을 따라 다채로운 상상력과 창의력, 예술적 감수성이 형성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다양한 답을 만드는 교육을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질문이 있는 교육’의 핵심은 ‘독서’입니다. ‘책 읽는 대한민국’ 릴레이 캠페인을 펼치며, 우리 사회에 독서 문화를 확산하고 있는 <독서신문>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제주교육도 독서문화 확산에 적극 동참하겠습니다. <독서신문> 애독자와 교육가족 여러분, 독서가 희망이자 행복입니다. 책과 함께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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