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한상무의 毒舌 讀說] 깊은 사고, 독서하는 뇌의 신경회로 - 쓰지 않으면, 녹슬고 소멸된다
(6) [한상무의 毒舌 讀說] 깊은 사고, 독서하는 뇌의 신경회로 - 쓰지 않으면, 녹슬고 소멸된다
  • 권보견 기자
  • 승인 2018.01.0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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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문학과 독서이론 등을 강의한 ‘전형적인 문과형 선비’ 한상무 강원대학교 명예교수가 뇌인지신경과학을 10년간 독학, 독서를 통한 뇌의 활동성을 입증하는 책을 냈다.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은 많지만 뇌인지신경과학 비전공자가 과감하게 최신 연구성과를 집대성하며 이처럼 독서효과를 입증한 예는 없다.
한 교수가 최근 펴낸 책은 『책을 읽으면 왜 뇌가 좋아질까? 또 성격도 좋아질까?』(독서신문 9월 13일 온라인 보도)이다. 말 그대로 책을 읽으면 뇌가 좋아지고, 성격도 좋아진다는 논리를 빈틈없이 담고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한상무 명예교수의 기고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도 독서는 왜 중요한가를 귀 기울여 들어본다. <편집자>

 

한상무 강원대 명예교수

인류는 약 5,500년 전 처음 문자를 발명한 이래, 문자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기록해 보존함으로써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또한 이를 후대에 유전함으로써 위대한 문화의 진화를 이뤄 왔다. 문자의 발명과 이 문자에 의해 기록한 텍스트에 대한 독서 행위가 없었다면 인류의 문화적 진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인류는 문자를 통해 사고의 깊이를 더해 위대한 텍스트를 창조해 냈고, 이에 대한 독서는 보다 더 깊은 사고를 가능하게 해줬다. 서양철학사의 빛니는 고전인 플라톤의 대화편,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호머의 『서사시』나, 가까운 근대의 다윈의 『종의 기원』같은 저작들은 글을 통해서 깊고, 높은 사고를 발달시킬 수 있게 된 인류의 위대한 문화적 업적에 다름 아니었다.

사람이 깊은 사고를 행하는 데 있어 독서만큼 유용하고 효율적인 인지적 행위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깊은 사고는 평가하고, 분석하고, 비판하는 사고, 무엇보다 상상적, 창조적 사고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사고는 텍스트에 대한 ‘깊이 읽기’에 의해 가능하다. ‘깊이 읽기’란 인터넷에서의 읽기처럼 ‘훑어읽기’나 ‘뛰어읽기’가 아닌, 정신을 집중해서 정밀하고 치밀하게 읽는 방법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단어나 문장의 축어적 의미만을 추구하는 읽기가 아니라 그 함축적 의미, 행간의 의미까지 놓치지 않고 파악하는 읽기가 깊이 읽기의 본질이다. 그런데 능숙한 독자의 뇌 신경회로는 독서 중에 총체적인 활성화를 발휘함으로써 깊이 읽기를 통한 ‘깊은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생물학에서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용불용설(用不用說)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캐나다의 신경과학자인 도널드 헵은 이른바 ‘헵의 이론’이라 불리는 이론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그는 “함께 발화된 뉴런들(신경세포들)은 함께 배선되며, 동시에 발화하지 않은 뉴런들은 그들의 연결을 상실한다.”고 말했다. 달리 말하면 하나의 뉴런에 인접해 있는 뉴런과 동시에 발화하는 뉴런은 상호협력해서 그 파트너 뉴런과 강하고 안정된 연결들을 형성하는 반면 그 가까운 뉴런들과 동시에 발화하지 않는 뉴런들은 결국 그 연결들이 불안정해지고, 단절된다는 의미다.

사람의 뇌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이나 학습을 통해 새로운 뉴런과 뉴런 간의 연결을 만들면서 변화, 발달해 가지만 이 과정에서 많이, 자주 사용하는 신경회로는 더욱 강화되지만 적게 드물게 사용하거나 아주 사용하지 않는 신경회로는 이른바 ‘가지치기’에 과정을 거쳐 약화되거나 소멸된다.

독서하는 뇌의 경우, 독서 능력의 습득은 애초에는 뇌 속에 존재하지 않거나 문맹자의 뇌 속에는 자리가 없었던 많은 뇌 신경 부위들의 신경회로를 창출한다. 그리고 독서 체험이 거듭 쌓여가며, 초보 독자에서 능숙한 독자로 발달해 감에 따라 새로운 뉴런들의 창출, 특히 삶을 에워싼 환경의 자극이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설계된 디테일의 통로인 뉴런들 간의 연결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그 배선은 더욱 강화돼 점증적으로 방대한 기능적 연결망이 형성된다.

이러한 독서하는 뇌의 방대한 기능적 연결망의 활성화가 깊이 읽기를 통한 깊은 사고를 가능하게 하며, 독서 체험이 거듭됨으로써 그 기능적 연결성은 더욱 강화된다. 그렇다면 독서를 외면하는 사람의 뇌의 신경회로는 어떻게 될까? 대답은 자명하다. 점점 녹이 슬다가 결국엔 소멸될 것이다.

[* 지면 제한으로 인용한 이론의 출전은 생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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