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무의 毒舌 讀說] (5) 독서할 때 뇌는 빈 필 오케스트라가 된다
[한상무의 毒舌 讀說] (5) 독서할 때 뇌는 빈 필 오케스트라가 된다
  • 독서신문
  • 승인 2017.12.1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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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문학과 독서이론 등을 강의한 ‘전형적인 문과형 선비’ 한상무 강원대학교 명예교수가 뇌인지신경과학을 10년간 독학, 독서를 통한 뇌의 활동성을 입증하는 책을 냈다.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은 많지만 뇌인지신경과학 비전공자가 과감하게 최신 연구성과를 집대성하며 이처럼 독서효과를 입증한 예는 없다.
한 교수가 최근 펴낸 책은 『책을 읽으면 왜 뇌가 좋아질까? 또 성격도 좋아질까?』(독서신문 9월 13일 온라인 보도)이다. 말 그대로 책을 읽으면 뇌가 좋아지고, 성격도 좋아진다는 논리를 빈틈없이 담고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한상무 명예교수의 기고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도 독서는 왜 중요한가를 귀 기울여 들어본다. <편집자>

한상무 강원대 명예교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는 수많은 악기들이 개별적인 다양한 악음을 내면서, 총체적으로 협력과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음악적 효과를 발휘한다.

독서 과정에서 모든 독자에게는 쓰인 텍스트를 이해하기 위해서 다양한 정보의 원천을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오케스트라에 비유하여, 일찍이 일부 연구자들은 독서를 오케스트라에 비유하는 이론적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이른바 ‘오케스트레이션 모델’로 불리는 이 이론적 주장은 처음 심리언어학적 관점에서 제기된 이후, ‘독서의 서치라이트 모델’로 다소 수정되어 독서 교육에 대한 최근의 유력한 접근법으로 활용되어 왔다.

케네스 굿맨이 1980년대에 이 모델을 개발했는데, 그는 아이들이 독서를 할 때 그 초보 단계에서 문자나 단어가 중요하지만, 과정이 진행되며 상호 의존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는 다양하고 상이한 정보가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정보는 이른바 세 가지 단서-체계에 포함되어 있다. 첫째는 의미론적 단서-체계로, 여기에서 텍스트를 읽는 독자는 1차적으로 텍스트 그 자체에서 추출되는 의미에 의존하지만, 또한 그 기억 속에 저장하고 있는 ‘배경지식’의 인출을 통하여 의미를 구성해 나간다.

둘째는 통사론적-단서 체계로, 여기에서 독자는 문장 독해의 과정에서 지금 읽는 단어의 다음의 단어를 예측하기 위해 문법 지식에 의존한다.

셋째는 문자소-음소 체계로, 여기에서 독자는 소리-상징(문자· 단어) 상응성, 문자 결합에 대한 시각 지식과 시각 어휘에 관한 지식을 사용한다.

이 모델의 지지자들에 의하면, 독서 과정은 단지 하나뿐인데, 초보 독자에서 숙련된 독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동일한 과정을 밟는다. 그리고, 이 과정은 단계적, 선형적인 것이 아니라, 위에서 지적한 상이한 단서-체계들(음소론; 맥락 지식; 문법 지식; 단어 인지; 문자소 지식)이 마치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개별적인 악기처럼 개별적 독립성을 발휘하면서도 거의 동시적으로 작용해서 그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론적 모델을 독서하는 뇌의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고찰하면, 뇌의 독서 과정에서, 특히 성공적인 독서 과정에서는 위의 세 가지 단서-체계를 밑받침하는 시각, 청각, 운동, 언어, 정서 및 기억 체계 등 수많은 뇌 부위신경 체계가 각각 그 개별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적으로 협력해서, 마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같이 기능적으로 작용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즉,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후두엽, 청각 정보를 처리하는 측두엽, 문법과 독해를 다루는 전두업, 많은 감각 정보를 통합, 연결하는 두정엽(일부 연구자들은 두정엽의 각이랑과 모서리위이랑이란 부위를 ‘독서 종결자’로 부각시킨다), 정서를 처리하는 편도체,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 등 많은 뇌 부위가 동시적, 협동적으로 작용함으로써 그 효율성을 최대화한다는 견해다.

사람이 독서를 할 때, 뇌 속에서 수많은 다양한 뇌 부위들이 그 각 기능별 개별성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적으로 협력해서 궁극적으로 총체적인 효과를 발휘한다는 주장은 독서의 정신 기능적 효과를 강조하는 관점에서 볼 때, 매우 고무적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독서 행동이 인지와 사고에서 가장 큰 통합적, 수월적 수준의 차원을 지향한다는 점은 이런 이론적 모델에서도 그 정당성을 확인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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