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없고서야 어찌 죽음이 있겠나” 호흡기 내과 병동에서 들은 마지막 숨소리
“삶이 없고서야 어찌 죽음이 있겠나” 호흡기 내과 병동에서 들은 마지막 숨소리
  • 황은애 기자
  • 승인 2017.12.0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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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동물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그리고 그 숨소리는 하나같지 않다. 아기의 새근새근 자는 숨소리, 격하게 달린 뒤 헉헉대며 몰아쉬는 숨소리, 멈출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꺼이꺼이 넘어가는 숨소리.

이렇게 다양한 숨소리를 가장 많이 듣는 사람 중 한 명은 아마 호흡기 내과 의사가 아닐까 싶다. 호흡기내과 과장이자 중환자실 실장을 맡은 의사이자 저자는 환자를 만나면 숨소리부터 듣는다. 목이 잔뜩 쉬어 나는 거친 쇳소리, 가르랑가르랑 가래 끓는 소리, 색색거리며 좁아진 기관지 사이를 힘겹게 지나가는 바람 소리. 고통이 전해지는 그 소리를 청진기로 더 크게, 더 자세히 듣는다.

숨을 쉰다는 건 생명의 기본 활동이다. 삶의 끝에 다다르면 호흡에 이상이 느껴진다. 저자는 죽음이 머지않은 호흡기 내과 환자들을 많이 마주했다. 그들은 단지 호흡기만 좋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오랜 투병 생활로 온몸이 굳어버린 루게릭병 환자, 말기 암 환자, 노화로 생명의 촛불이 점점 꺼져가는 노인들이 다수였다. 

저자는 수많은 죽음의 순간들을 겪었다. 매너리즘을 느껴 한 명의 인간이기보다도 각각의 병을 지닌 환자로만 보인다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매 순간 감정적으로 힘들지 않을 수 없다. 책은 호흡기 내과 병동에서 겪은 일들을 써 내려간 이야기다. 

떠나갈 그들과 남겨질 이들

저자는 환자와 보호자, 즉 떠나갈 사람들과 남겨질 이들을 여러 번 만났다. 우선, 떠나갈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의사에게 나는 왜 얼른 죽지 않냐며 생떼를 쓰고, 하루하루를 부정적으로 살아가는 환자와 태연하고 긍정적으로 죽음을 잘 받아들이는 환자. 전자의 경우라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받으며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후자라면 마음을 잘 정돈 하고 다스리며 준비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당신은 죽음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전자의 경우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잘못된 방법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다사다난한 삶을 겪지 않고서야 죽음을 처음 접할 것이고, 이미 이럴 줄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의젓하고 겸허히 죽음을 받아들이기란 어려울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처음엔 살고자 하는 욕망에 있는 힘껏 발버둥 치지만 결국 죽음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이나 깨달음을 얻고 난 뒤 죽음을 차분히 마주한다. 

이들을 바라보는 남겨진 이들은 어떨까. 사랑하는 이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하면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고 싶기도 하고, 흐르는 시간을 막아보고 싶기도 하다. 그러다 이성적인 판단으로 마음의 정리를 차츰 해보지만, 결국 싸늘하게 식어버린 그들 앞에서 목을 놓아 울게 된다. 그들이 떠난 뒤에도 비통함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죽음을 마주하는 자세

날이 갈수록 기대수명이 늘고 있으며, 시대는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지 오래다. 흐름에 맞춰 각종 건강 관련 서적이나 건강에 좋다는 식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는 모두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고 오래 살까’에 관련된 것들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마냥 피하고픈 삶의 종말이다. 그러나 끝없는 회피는 삶 속에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리게 하고 병들게 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떠나갈 그들과 남겨질 이들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할 것인지 사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떠나간 이를 통해 남겨진 이들이 삶을 조망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자신의 손에서 많은 사람을 떠나보낸 저자는 죽음 앞에서 비교적 유연한 사람들을 보며 이렇게 느낀다. “끝이 있기에 두렵지만 끝이 있기 때문에 애틋한 거다. 영원하지 않은 삶이기에 오늘을 감사하고 서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죽음을 앞에 두고도 평온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우리는 영원하지 않아서』
이낙원 지음 | 들녘 펴냄 | 200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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