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읽는 시] 「어린 시절 눈 오는 날」
[마음으로 읽는 시] 「어린 시절 눈 오는 날」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11.24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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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눈 오는 날

                          엄 정 권

피난민 판잣집 남루한 이마를 맞대고
이집 저집 담벼락은
야금야금 떠밀려서 
골목은 삿대질 속에 좁아졌다

낮에는 부녀자들 주둥이가 부딪치고
밤이면 아재들 술잔이 부딪쳤다

동네 공터는 소문이 끓고 넘치고
보란 듯 갠 날씨처럼 말들은 자취를 감췄다

그날도 노을빛 보다 먼저
애들이 하나둘 집으로 불려가고
한 점 남은 햇살 조각마저
허둥지둥 자리를 뜬다

눈썹에 지평선이 걸리고
청회색 구름이 공터를 배회하고
판잣집들은 낮은 포복으로 밤길을 기어가는데

문득, 하늘이 열리고 차가운 별 하나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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